‘향후 시장을 주도할 휴대용 정보단말기는 무엇일까.’최근 산업자원부가 회사원, 학생, 사업가 등 총 32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응답자 중 60%가 PDA를 꼽았다. 이어 태블릿PC(24%), 스마트폰(15%) 순으로 답했다. 또 앞으로 구입하고 싶은 제품으로는 PDA(50%), 태블릿PC(22%), 스마트폰(8%) 순이었으며, 지난해 말 출시된 태블릿PC는 노트북PC보다 다양한 기능과 업무용으로 적합하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차세대PC란 기존 PC를 업그레이드하거나 대체하는 제품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기존 PC시장이 포화상태에 도달함에 따라 보조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제품군들을 말한다. 대표적인 주자로 개인이동단말기(PDA)와 최근 주목받고 있는 스마트폰이 있다. 넓게는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지난해부터 선보이고 있는 태블릿PC나 스마트디스플레이, 그리고 웹패드를 들 수 있다.산업자원부가 내다보는 올해 국내 포스트PC 시장 규모는 3,170억원. 이중 PDA가 지난해에 비해 67% 성장한 2,000억원(약 40만대)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시장에서도 포스트PC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미국의 IT 시장조사기관인 IDC는 세계 포스트PC 시장은 매년 40% 이상 성장하는 가운데 PDA와 스마트폰 등이 2005년까지 수량 기준으로 연평균 10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이렇게 포스트PC가 주목받는 이유는 뭘까. 한 업계전문가는 “2000년 이후 PC 시장은 갈수록 침체기를 거듭하고 있다”며 “따라서 새로운 제품으로 시장수요를 창출해야 한다는 데 대부분 공감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PDA가 향후 포스트PC 시장을 주도할 것이란 전망이 쏟아져 나오면서 관련업체들도 한껏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PDA솔루션업체인 바스네트워크의 김동성 사장은 “지난해까지는 PDA 시장을 다지는 기간이었다면 올해는 본격적으로 시장이 열리는 해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사실 PDA는 지난해 국내의 폭발적인 관심에 비해 수요는 많지 않았다. 대부분 기업용으로 사용돼 왔고 기존 휴대전화나 노트북에 비해 뚜렷한 장점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반소비자들이 사용하기에는 휴대전화에 이어 이중 비용이 든다는 인식이 사회에 만연한 것도 성장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다.한국IDC 관계자는 “스마트폰이나 PDA 경우 올해 4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동통신서비스업체들의 마케팅 강화와 단말기 보조금 지급이 확대되면 얼리어댑터나 기업 시장을 중심으로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콘텐츠가 여전히 부실하고 비싼 데이터 통신요금이 관건이라고 지적했다.MS, 스마트디스플레이 내놔MS가 선보이고 있는 어메이징PC 시리즈도 대표적인 차세대PC로 손꼽힌다. 이 회사는 문자인식 기능이 강화된 펜으로 쓰는 컴퓨터 ‘태블릿PC’에 이어 스마트디스플레이 등을 잇달아 선보이며 차세대PC 시장 선점을 가속화하고 있다.태블릿PC는 용어 그대로 노트북에 태블릿 기능을 부가한 것으로 각종 애플리케이션을 펜을 통해 입력, 작동할 수 있다. 평균 10인치 내외의 디스플레이를 가진 이 제품은 무선적외선 키보드와 마우스를 통해 일반PC 환경에서 사용하다가 이동시 디스플레이를 떼어내 모바일인터넷, 필기체 인식 텍스트 입력기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최근에는 코드명 ‘미라’로 알려졌던 ‘스마트 디스플레이’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무선랜, 원격접속, 모바일 컴퓨팅 등 디지털 홈 구현에 필요한 윈도 기술이 총망라돼 있는 차세대 PC로 불린다.MS 관계자는 “집안에서 들고 다니며 작업하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노트북과 상대적으로 기동성은 보장되지만 기능 측면에서 아쉬운 PDA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탄생됐다”며 “PC의 반경 30m 안에서는 어디서든 파일검색을 하고 인터넷에 접속하며 음악을 들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제품에는 일반적으로 PC가 갖춰야 할 하드디스크가 없다. 자체로는 아무것도 못하지만 PC와 무선으로 연결돼 보조역할을 담당한다.사용자는 집안에서 이 제품을 들고 다니며 안방에 누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고, 거실에서 밥을 먹으며 e메일을 전송할 수 있다. 스마트디스플레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PC업체들의 경쟁도 후끈 달아올랐다. 얼마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IT 박람회 ‘CES’에선 후지쓰, 인텔, NEC, 필립스, 뷰소닉 등 글로벌기업들이 스마트디스플레이나 스마트디스플레이솔루션을 개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국내에서 가장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회사는 TG삼보. 이 회사는 1년 반 정도의 제품 개발 기간을 거쳐 오는 3월 중 스마트디스플레이 제품을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유시진 제품개발 차장은 “PDA가 PC와 독립된 단말기인 데 비해 스마트디스플레이는 PC에 연동된 기기라는 데 차이점이 있다”며 “올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시장이 성숙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와 LG는 하반기에 이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가격이 만만치 않아 서브 노트북을 대체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며 “초기에 시장을 형성하지 못하면 이 제품은 금세 시장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웹패드 역시 올해를 흑자전환의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웹패드는 근거리 무선통신기술인 블루투스를 이용한 제품으로 노트북과 PDA의 중간 형태라 볼 수 있다. 인터넷과 e메일, 워드작성뿐만 아니라 TV 시청과 MP3 등 멀티미디어 기능도 뛰어나다.올해 초 CES에 참가한 그린벨시스템즈의 김난희 대리는 “전시장에서 MS의 스마트디스플레이를 웹패드로 시현하기도 했다”며 “웹패드를 활용한 B2B 시장에 관심을 가진 외국기업들이 많았다”고 밝혔다.산자부의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국내 차세대PC 시장 규모가 미미한 수준”이라면서 “차세대PC산업을 키우기 위해 PDA에 대한 보조금 지급 규모를 확대하는 등 다각적인 시장활성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인터뷰 최대준 그린벨시스템즈 전무웹패드 올 1만개 판매 목표 ‘자신만만’“지난해에는 웹패드 시장이 기대에 못미쳐 10여개 개발업체 중에서도 현재 2개 업체만이 살아남았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까지 끌고 왔던 이유는 무엇보다 성공에 대한 확신이 있기 때문입니다.”그린벨시스템즈의 최대준 전무(49)는 올해 매출목표를 1만대로 잡을 만큼 블루패드에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 이 회사는 지난 3년 동안 블루패드 개발과 마케팅비용으로 30억원 가량이 들어갔을 뿐만 아니라 포스트PC연구소를 따로 둬 블루패드 연구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이런 노력 덕인지 지금은 어느 정도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올해 목표로 잡고 있는 1만대 매출 중 5,000대는 일본의 한 유통업체와 이미 공급계약을 체결한 상태입니다. 프랑스텔레콤 등 몇몇 외국업체들과도 구체적으로 계약이 진행 중입니다. 앞으로 병원이나 사이버아파트 등 B2B에 집중한다면 1만대는 무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이 회사가 자랑하는 블루패드는 블루투스(근거리 무선통신망)로 집안의 가스, 조명, 가전제품과 연결해 홈오토메이션을 구축할 수 있다. 비디오플레이어나 TV와 연결도 가능해 방송이나 영화 시청도 가능하다. 10.4인치의 화면에 터치스크린 및 펜 입력 방식으로 컴퓨터 사용이 미숙한 주부나 노인도 사용이 편리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최전무는 기존 PDA나 MS의 스마트디스플레이 등과의 경쟁에 있어서도 자신감에 차 있다. “일단 시장 자체가 다릅니다. 저희는 PDA와 스마트디스플레이의 틈새시장을 노리니까요. 또 무엇보다 경쟁이 없으면 성공할 수가 없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