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간간이 개최되는 ‘소리 지르기 대회’의 광경은 웃음을 자아낸다. 보는 사람에 따라선 이 대회에 참가한 사람이 이상한 녀석(?) 정도로 비쳐질 수 있지만 그들은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해 소리를 지른다.신기록이 나왔을 때의 좋아하는 모습, 아깝게 탈락했을 때의 좌절하는 모습이 모든 이들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고카피에 각종 기록을 소재로 한 것이 유난히 많이 등장하는 것도 목표(기록)를 향해 도전하려는 인간의 기본적인 속성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삼성SDI(대표 김순택)가 지난해부터 실시하고 있는 ‘기네스 히어로’ 제도는 이 같은 인간의 속성을 잘 자극하는 프랙티스(Practiceㆍ제도 관행)이다.이 제도는 한마디로 사내의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신기록 인증제도다. 임직원 가운데 각 부문별 최고를 가려 회사에서 이를 인증해주는 것이다. 회사측은“임직원들에게 도전과 개척정신을 장려하고 기록을 중시하는 기업문화를 만들기 위해 실시되고 있는 제도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한다. 기네스 히어로의 대상을 접수하는 포스터로 암스트롱의 달 착륙과 만년설의 고산을 정복한 산악인의 모습을 담고 있는 데서 회사가 설명하는 의도는 충분히 드러난다.도전과 개척정신 장려기록은 업무와 관련된 것이어도 좋고 무관한 것이어도 좋다. 가급적 다양한 분야의 최고기록 보유자를 발굴해 그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회사의 입장에서는 숨겨진 재능을 찾아내는 동시에 생동감 있고 활기 넘치는 근무환경을 조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기네스 히어로는 크게 세 가지 부문에서 인증이 이뤄진다. 즉 △회사의 경쟁력 향상에 기여하거나 임직원들의 모범이 되는 기록인 ‘뷰티풀 레코드’(Beautiful Record) △흔하게 볼 수 없는 특이하거나 놀라운 기록인 ‘서프라이징 레코드’(Surprising Record) △사업장별로 재미있는 이벤트를 통해 찾아내는 최고기록인 ‘퍼니 레코드’(Funny Record) 등이 그것이다.예를 들어 사내에서 가장 많은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경우는 뷰티풀 레코드, 가장 오래된 구두를 수선해서 신고 다니는 경우는 서프라이징 레코드, ‘숨 오래 참기 대회’에서 나온 신기록은 퍼니 레코드가 되는 식이다.지난해에는 국내 전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최고기록 신청자를 접수한 결과 모두 155건의 기록이 들어왔으며 이중 검증ㆍ심사과정을 거쳐 인증된 기록은 뷰티풀 레코드와 서프라이징 레코드가 각각 42건씩이었다. 퍼니 레코드는 지난해는 선정하지 못했지만 올해부터 사업장별 이벤트를 통해 인증받은 기록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출퇴근거리는 편도 116㎞, 신발사이즈는 300㎜, 비행기 마일리지는 46만2,914점, 최다 명함 보유는 5,000여장, 헌혈증 최다 헌혈 횟수는 131회….’ 기네스 히어로 인증을 통해 드러난 사내 최고기록들이다.이들 중에서 연말에는 각 부분별로 한 명씩 뽑아 올해의 히어로로 선정한다. 지난해에는 산업안전기사 등 13개의 자격증을 보유해 자기계발의 모범을 보인 부산공장 경영지원팀 이여원 차장이 뷰티풀 레코드 부문에서 최고의 영예를 안았다. 또 82년에 생산된 컬러 브라운관 TV를 20년째 사용 중인 생산기술연구소 정계화 과장이 서프라이징 레코드 부문에서 올해의 히어로로 선정됐다.엄격한 심사 거쳐 최종인증기네스 히어로 선정에는 임직원이면 누구나 인증을 신청할 수 있으며 동료들의 추천을 통해서도 가능하다. 총 6명으로 구성되는 각 사업장의 기네스 인증위원회가 기록을 검증하게 되고 전사 기네스 사무국에서 엄격한 심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인증이 이뤄진다.위원회에는 각각 노사를 대표하는 사람들이 함께 참여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노사간 화합의 마당이라는 성격을 갖게 된다”고 회사측은 지적하고 있다. ‘기네스 히어로’를 통해 노사간의 벽이 허물어지고 상대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셈이다.올해부터는 월 1회 개최되는 사업장 내 인증위원회를 통해 수시로 기록이 접수되고 본사로 통보돼 전사 사무국에서 역대 기록과의 검토와 인증이 진행된다. 1년 내내 대회가 진행되는 것이다.기록보유자에게 주어지는 것은 ‘내가 최고’라는 명예다. 기네스 히어로에 선정된 임직원에게는 사장명의의 인증서와 사원증에 부착될 스티커가 주어진다. 세계적인 수준의 신기록이 탄생할 경우에는 정식으로 ‘세계 기네스 대회’에 도전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해당자에게는 회사 차원에서 적극 지원한다. 또 앞으로 발간될 ‘기네스 히어로 북’과 사내 인트라넷 지식경영시스템에 실명이 올라 관련 지식을 공유할 수 있다.이 제도를 주관하는 인력개발팀장 박영우 상무는 “우리 주변에 숨어 있는 기록과 인재를 발굴해 최고에 도전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대회를 운영하고 있다”며 “전임직원이 각자 한 가지 부문에서는 1인자가 될 수 있도록 선정항목을 계속해서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금은 3개 부문에서 최고를 뽑지만 앞으로 이를 더욱 늘려 다양화할 것이라는 설명이다.엘테크의 브레인 스토밍작은 성과에 대해 적극적으로 인정(Recognition)해주는 문화를 갖고 있는 것은 일하기 훌륭한 기업(Great WorkplaceㆍGWP)들이 공통적으로 갖는 모습이다. ‘기네스 히어로’ 제도는 신뢰경영의 이론적 측면에 비춰볼 때 구성원 개인의 성장을 지원하고 그들의 삶에 대해 관심과 배려를 해주는 존중(Respect)이라는 범주와 가장 부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또 뷰티풀 레코드를 남긴 개인과 팀에는 자부심을 줄 수 있으며 퍼니 레코드를 위한 이벤트가 활성화된다면 일하는 분위기를 크게 고무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대체로 영업조직을 가지고 있는 회사는 판매증대의 일환으로 우수사원을 존중하고 인정해주는 제도를 가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자동차, 생명보험, 다단계회사 등에서 실적이 우수한 사원에게 부여하는 지위나 호칭 같은 것이다.기네스 히어로의 경우 비업무적인 성격이 훨씬 강하기 때문에 생산성 향상과는 거리가 있고 오히려 기업문화적인 측면에서의 훌륭한 제도로 적합해 보인다. 회사의 의도 또한 도전의식의 고취와 기록 중시의 기업문화 정착에 있다. 해를 거듭하면서 이 제도가 활성화돼 다방면의 사내 전문가 풀이 자연스럽게 갖춰진다면 지식경영을 추진해 나가는데도 장차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개개인이 스스로 특정분야에 대해 도전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해 나가도록 장려하는 것도 가능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