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자유치와 M&A 통해 탄탄한 자금력 확보…지난해 매출액 950억원 기록

한국영화의 질주가 계속되고 있다. 관객점유율에서 할리우드 영화와 치열한 경쟁을 벌일 정도로 급성장한데다 내용 면에서도 매우 다양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연관객 1억명도 훌쩍 뛰어넘었다.이런 한국영화 중흥기의 한가운데에 시네마서비스(사장 김정상)가 버티고 있다. ‘한국영화의 자존심’ ‘한국영화의 메카’로 불리며 국내 최고의 영화제작 및 배급사로 자리를 굳혔다. 지난해 서울관객 기준으로 관객점유율을 보면 시네마서비스가 배급한 영화가 22.44%를 기록해 1위를 차지했다.(표참조)시네마서비스는 올해로 창립 10주년을 맞는다. 결코 연륜이 깊은 회사는 아니다. 앞서 언급한 직배사들보다도 훨씬 늦게 국내 영화시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영화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누가 뭐래도 최고다. 그렇다면 시네마서비스가 불과 10여년 만에 국내 영화계를 천하통일한 원동력은 무엇일까.무엇보다 창업자인 강우석 감독의 영화에 대한 집념을 빼놓을 수 없다. 영화에 미쳐 대학졸업장까지 포기한 강감독은 93년 시네마서비스 전신인 강우석프로덕션을 세운 이후 특유의 감각과 영화에 대한 열정으로 일개 프로덕션을 국내 최고의 영화전문업체로 키웠다.특히 강감독은 창사 이래 <투캅스 designtimesp=23501>를 시작으로 <초록물고기 designtimesp=23502> <넘버3 designtimesp=23503> <여고괴담 designtimesp=23504> <인정사정 볼 것 없다 designtimesp=23505> <주유소 습격사건 designtimesp=23506> <텔미썸딩 designtimesp=23507> <하루 designtimesp=23508> <선물 designtimesp=23509> <반칙왕 designtimesp=23510> <신라의 달밤 designtimesp=23511> <킬러들의 수다 designtimesp=23512> <공공의 적 designtimesp=23513> 등 다양한 장르의 화제작들을 잇달아 내놓아 주목을 받았다. 강감독은 일단 새로운 작품에 들어가면 밤낮없이 몰입하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제작진과 토론을 즐기는 것으로 유명하다.영화를 만들 때 강감독이 가장 중시하는 것은 시나리오의 완성도다. 아무리 소재가 좋고 흥미를 끌어도 완성도가 떨어지면 포기한다. 실제로 시네마서비스에서 퇴짜를 맞은 시나리오가 다른 곳에서 영화화되는 경우가 많지만 관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은 경우는 거의 없었다.지난해 국내에서는 수십억원씩 투입된 블록버스터형 영화가 유행처럼 번졌지만 강감독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완성도가 떨어지는 시나리오에 아무리 돈을 쏟아부어 봤자 의미가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결국 이는 현실로 나타났고, 시네마서비스의 진가는 다시 한 번 빛났다. 창립멤버인 김인수 전무는 “시나리오를 대충 썼다가는 시네마서비스의 철저한 시스템을 통과하기 어렵다”며 “강감독을 필두로 사내의 많은 영화전문가들이 동원돼 철저하게 검증한다”고 소개했다.하지만 영화라는 것이 특정인의 노력과 집념만으로 활짝 꽃을 피우기란 쉽지 않다. 특히 최근 들어 영화가 급속히 자본의 영향을 받으면서 돈이 없으면 쓸 만한 영화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룬다. 국내 영화계 역시 예외는 아니다.이런 점에서 시네마서비스의 연이은 변신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그동안 외자유치를 통해 회사의 자금력을 한단계 높였고, 국내 업체와의 인수합병(M&A)도 마다하지 않았다.2000년 5월 미국의 워버그핀처스로부터 2,000만달러를 유치했고, 지난해에는 로커스홀딩스와 지분을 주고받는 M&A를 통해 플래너스엔터테인먼트에 합병됐다. 이유는 단 한가지 ‘좋은 영화’, ‘관객에게 어필하는 영화’를 만들고 배급하기 위해서였다.이 과정에서 강감독의 지분은 11.3%로 줄었다. 대신 로커스가 24.1%, 워버2핀처그가 15.9%의 지분을 확보했다. 경영권 역시 로커스로 넘어갔다. 하지만 강감독을 비롯한 시네마서비스 직원들의 움직임은 아무렇지 않다는 식이다. 특히 강감독의 경우 경영권마저 넘겼지만 여전히 시네마서비스 내 사무실로 출근하며 제작을 총괄한다.회사에서는 ‘회장님’으로 불린다. 김전무는 “회사설립 때부터 경영권보다 좋은 영화를 만드는 데 전력을 다해 온 만큼 지분이 줄었다고 달라진 것은 없다”며 “이러한 과감한 결단이 있었기에 오늘의 시네마서비스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감독 스스로도 “혼자 다니면서 했으면 진작 망했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임원진, ‘드림팀’으로 불려영화산업의 핵심은 참신한 시각이다. 파격적인 아이디어와 신선한 발상이 아니면 통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시네마서비스의 행보는 업계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하다. 일각에서는 업계 정상의 비결을 참신한 인재의 끊임없는 수혈로 풀이하기도 한다.최근 국내 영화계 최고의 흥행감독 가운데 한 명인 김상진 감독(36)을 제작본부장으로 영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감독은 <주유소 습격사건 designtimesp=23534> <신라의 달밤 designtimesp=23535> <광복절 특사 designtimesp=23536> 등을 감독한 충무로의 일급흥행사다. 앞으로 시네마서비스의 영화제작에 관여하면서 연출을 병행할 예정이다.김정상 사장도 영입 케이스다. 8년간 20세기폭스코리아 대표를 지낸 김사장을 2001년 6월 전격 영입해 업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배급팀장으로 일하는 유석동 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역시 최고의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어 업계에서는 ‘드림팀’으로 불릴 정도다.시네마서비스는 당초 제작사로 출발했지만 1997년 <초록물고기 designtimesp=23541>와 <넘버3 designtimesp=23542>의 제작에 투자하면서 프로덕션에서 투자배급사로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현재 좋은 영화, 씨네 2000, 태원엔터테인먼트, 씨앤필름, 한맥영화, 태흥영화, 황기성사단, 키플러스픽처스 등과 손잡고 작품을 만들고 있다.외화 배급 시장에도 뛰어들어 직배사들과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으며 <반지의 제왕 designtimesp=23545> 시리즈는 국내 시장에서 대히트를 기록하며 해외영화 쪽에서도 큰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상영 중인 <반지의 제왕 designtimesp=23546> 2편은 전국에서 이미 500만명을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올해 최고의 히트작으로 떠올랐다.이밖에 지난해 8월에는 극장사업법인인 (주)프리머스시네마를 만들어 극장업에도 본격 뛰어들었다. 시네마서비스측은 스크린을 올해 안에 60~70개까지 늘리고 궁극적으로 140여개를 거느린 빅체인으로 간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시네마서비스의 직원수는 30명 수준이다. 제작의 상당 부분을 아웃소싱하고 있기 때문에 많지 않다. 하지만 연간 매출액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지난해에만 950억원의 실적에 70억원대의 순이익을 냈다. 제조업체로 치면 건실한 중견기업 뺨친다.직원 1인당 평균매출액만 30억원을 넘는다. 문화산업의 높은 부가가치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시네마서비스는 쉬지 않고 달리는 기관차를 연상시킨다. 최근 영화제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았지만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무려 11편의 영화에 투자했거나 직접 제작 중이다. 과연 시네마서비스가 올해 어떤 성적을 내고, 국내 영화계에 어떤 변화의 바람을 몰고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