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강세인 가전은 프리미엄급 업그레이드 필요

국내 증권사와 해외 유명 투자은행의 애널리스트들은 LG전자의 글로벌경쟁력 강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로 ‘브랜드 파워 강화’를 우선적으로 꼽고 있다.“LG전자의 이름으로 팔리는 가전제품과 LG전자에서 납품해 OEM 방식으로 팔리는 제품의 가격차가 10~15%나 된다고 알고 있습니다.”SK증권의 전우종 기업분석팀장은 “선진국에서 이러한 사례가 간혹 발견된다”며 브랜드 가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물론 이는 우리나라 기업 대부분에 적용되는 선결과제라고 이들 전문가들은 전제하고 있다. 그러나 쉽게 비교할 수 있는 예로 경쟁사 삼성전자만 보더라도 브랜드 파워가 판매에 상당부분 공헌하고 있다는 것이다.이동통신 단말기 하나만 보더라도 품질 면에서는 LG전자와 삼성전자 사이에 큰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강상완 리만브라더스 선임애널리스트는 “이동통신 단말기의 경우 기술 면에서는 오히려 삼성전자보다 LG제품이 뛰어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역시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이 LG전자의 주요 과제(Key Issue)”라고 분석했다.삼성전자의 단말기가 해외에서 ‘명품’으로 인정받고 있는 점을 고려한다면 마케팅에 대한 투자를 늘려가고 있는 LG전자의 최근 동향은 바람직하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이처럼 시급한 과제인 브랜드 강화에 대해 한국브랜드경영협회장 김성제 박사는 LG전자의 브랜드네임은 세계적으로 수용될 수 있는 비교적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말한다.김박사는 “글로벌 브랜드 전략에서 우선시돼야 할 점은 정체성 확립”이라며 “LG그룹은 이미 다른 국내 경쟁사들보다 기업브랜드의 세계화 노력을 먼저 시행해 왔기 때문에 LG전자의 경우 기업브랜드 중심으로 브랜드 구조조정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LG전자의 존재이유, 존재가치를 명확히 소비자들에게 제시하고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아웃소싱업체에는 ‘인화’ 대신 ‘독기’를한편 LG그룹의 조직문화인 ‘인화’가 오히려 LG전자의 경쟁력 강화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민후식 동양종합금융증권 기업분석팀장은 “화합을 중시하는 LG그룹의 분위기는 내부 직원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게 해주는 훌륭한 요소가 되는 것은 분명하다”고 전제하고 “그러다 보니 부품업체들의 경쟁을 유도하고 채근해 원가를 낮추는 식의 경영방식은 나오기 어렵다”고 문제를 제기했다.유창연 삼성증권 수석연구원 역시 “LG전자가 신규사업에 먼저 뛰어들어도 후발업체인 경쟁사가 실행적인 면에서 힘을 발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인화’가 있는 일터가 경쟁력도 갖춘 일터가 되려면 ‘독기’가 어느 정도 필요한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LG전자의 부채에 대한 지적도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문제점 중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LG전자의 차입금은 국내 법인 단독으로는 2조9,000여억원으로 감소 추세지만 필립스와의 합작법인 등을 포함하면 7조원을 넘어갈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이들의 말이다. 따라서 재무적 안정성이 떨어져 시황이 좋지 않을 경우 크게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마케팅 강화에 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최근 LG전자는 마케팅 투자를 늘리고 있어 칭찬할 만하지만 현재의 노력만으로 충분하다는 생각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나뉘고 있다.정용래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위원은 “마케팅은 생각했던 것보다 오히려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발견했다”며 “현재 상황에서 마케팅 활동을 더 강화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된다”고 지적했다.하지만 강상완 애널리스트는 “제품의 이익기여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프리미엄 제품군을 강화해야 할 텐데 그러자면 아무래도 브랜드 파워가 중요할 것”이라고 전제한 뒤 “따라서 브랜드 마케팅은 계속해서 강화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애널리스트들은 중국투자에 대한 부분도 경쟁력 강화의 중요 요소로 꼽았다. 정용래 연구위원은 “원가비중을 낮추기 위해서는 중국 쪽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문제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중국시장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LG전자의 핵심과제”라고 주장했다.그밖에도 LG전자가 세계적인 회사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생산기술에 비해 다소 뒤처지는 원천기술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따라서 연구 부문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하며, 또한 자재수급의 수입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중소업체를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분석가들은 LG전자의 경쟁력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LG전자의 강점을 이야기하는 것 역시 빼놓지 않았다. 이들이 말하는 LG전자의 강점은 역시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온 가전 부문이다.전문가들은 가전분야에서만은 LG전자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놀라운 실적을 보이고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유창연 수석연구원은 “전세계적으로 가전업체는 평균 3~4% 정도의 성장세를 보이는 업종”이라며 “LG전자는 2002년에 28% 성장하는 등 매년 평균 10%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물론 ‘잘나가는’ 가전분야에서도 LG는 여전히 숙제를 안고 있기는 하다. 프리미엄 브랜드로의 전환이다. 최근 이동통신 단말기사업 부문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는 LG전자가 가전분야의 강세를 통해 구축한 이미지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것인가에 관한 문제다.즉 가전제품의 소비자와 휴대전화의 주요 소비자는 전혀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젊은층에 대한 마케팅이 쉽게 먹혀들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민후식 팀장은 “최근 여성 디자인실장을 영입하는 등 이미지 변화를 위한 많은 노력을 쏟아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도 가전을 비롯해 전체 브랜드를 고급화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결국 LG전자는 강점도 약점도 브랜드와 관련된 숙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세계시장에서 제값을 받기 위해서도, 또 현재 최고의 실적을 자랑하고 있는 가전의 수익성 강화 차원에서도 ‘LG전자’라는 이름을 가꾸는 데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는 평가다.최근 LG전자의 이동통신 단말기 광고의 카피문구인 ‘Looks good’은 비단 이동통신 단말기에만 적용되는 말이 아닌 듯하다. 기업 역시 제품의 품질뿐만 아니라 외모, 즉 브랜드가 주는 느낌이 상당부분 그 기업의 성격과 성적을 규정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