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내 특별팀보다 독립부서를 두고 역할 확고히 하는 게 바람직

자원과 시장을 모두 외국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와 같은 국가의 통상정책은 곧바로 그 나라의 생존전략인 셈이다. 특히 국제관계가 각국의 경제실리에 의해 좌우되는 시대에 있어 통상정책은 국가간의 관계를 설정하고 경제활동의 성격을 규정하며 국민후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만큼 통상정책이 어려운 과제임을 시사하는 것이다.그러나 그동안 각종 매체를 통해 국민들의 눈에 비쳐진 우리 정부의 통상정책은 어떠한가. 과거 정부가 보여준 각종 국제협상에서 협상 미숙 문제는 논외로 치더라도 2월25일에 출범한 노무현 정부도 출범 이전부터 한ㆍ미관계를 비롯한 각종 국제협상에서 이런 악습을 반복하는 듯한 인상을 풍기고 있어 새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감보다 최소한 대외통상정책에 있어서는 뒷맛이 개운치 않다.뉴라운드 협상 등 통상과제 산적앞으로 이런 점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언제든지 통상마찰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통상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점이다. 당장 눈앞에 당변한 다자협상 과제로 뉴라운드 협상을 원만히 처리해야 하고, 출범 첫해인 올해도 미국은 철강과 통신, 금융시장, 지적재산권 분야에서 통상압력의 고삐를 조일 것으로 예상된다.미국과의 협상결과에 불만을 품은 EU 및 일본의 통상압력도 거세지고 있으며, 최근 수출비중이 급증하고 있는 중국 등 개도국과의 통상마찰도 크게 부각되고 있다. 오히려 21세기 들어서는 전통적인 통상마찰국인 선진국보다 개도국으로부터 통상압력이 더 거세지고 있어 주목된다.그러면 노무현 정부에서 앞으로 계속될 대외통상협상에 있어 과거의 실책을 범하지 않으면서 국제규범과 당사국의 이익을 균형 있게 고려하고 우리의 국익을 최대한 반영해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협상결과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그동안 우리나라의 통상문제에 있어서는 크게 두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하나는 정부조직 중 어느 부서가 통상의 주도권을 가질 것인가 하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협상에 임해 제시하는 정책대안의 부족이다. 공교롭게도 이 두 가지 문제는 통상조직의 개편문제와 관련이 크다. 따라서 협상결과가 좋을 경우 공명심 싸움이 일어나고 협상결과가 나쁠 경우에는 책임논의가 빗발치는 것 같다.통상협상에 있어 중요한 것은 관련산업의 여건반영과 협상결과에 대한 수용능력이다. 이런 맥락에서 통상현안의 주무부서가 주도권을 갖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러나 이 방안은 통상교섭능력이 문제로 남는다. 즉 해당 주무부서의 대표가 교섭에 임해 상대국으로부터 의도한 결과를 얻어낼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이런 차원에서 현재 외교통상부와 산업자원부가 통상문제를 총괄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물론 협상노하우를 갖고 있다는 측면에서는 일리가 있으나 외국과 달리 순환보직제에다 현안이 있을 때마다 대표단이 구성되고 있는 현실에서 얼마나 노하우를 갖출 수 있는지 의문이다. 특히 향후 국제협상의 추이를 감안할 때 보건복지부, 정보통신부, 환경부, 농림부 등 통상사안별 소관부처와의 통상마찰 소지를 많이 안고 있다.따라서 해당 현안의 전문성과 협상력을 결합시키기 위해서는 외교통상부가 담당하되 전문성을 요하는 부문은 소관부처에 의사결정권을 부여하자는 방안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문제는 관료들의 공명심과 부처 이기주의가 뿌리 깊은 현실에서 부처간 협조가 잘 이뤄질지 의문이다. 물론 총리실이나 청와대에서 담당하든, 대외경제협력추진위원회(과거 김영삼 정부)와 같은 특별조직이 조정기능을 강화하든 어느 방안도 여의치 않을 것이다.대외통상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 통상정책의 당위성을 협상대상국에 이해시켜 가능한 한 많은 것을 얻어내는 협상에서 약속한 사항의 이행여부도 꾸준히 주지시켜 나가야 한다.정부의 통계대로라면 우리나라 공산품의 자유화는 100%에 가깝게 개방해 놓았음에도 다른 선진국으로부터 항상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이러한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협상력이 약한 국가에 있어서는 현지에 우리의 정책을 지지하는 세력을 조직하는 노력도 중요하다.또한 협상결과에 대해 국민이 공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통상현안에 대한 국내 산업의 여건이 협상과정에서 반영돼야 하고 협상결과에 대해서도 수용능력을 갖춰야 한다. 동시에 정책수용층인 기업과 국민들에게 알리는 홍보기능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민간과의 항시적인 대화채널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특히 대외통상정책에 있어서 또 하나 고려할 사안이 우리나라와 경제관계가 날로 밀접해 지고 있는 동북아지역에 속한 국가와의 협력문제다. 불행하게도 해가 갈수록 중국경제가 부상하면서 동북아지역에 있어서 주도권을 놓고 일본과의 갈등이 심해지고 있고 우리나라도 중국으로부터 수입규제를 많이 당하고 있다. 그동안 지역에 속한 국가간 협력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껴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한국이 동북아지역의 중심축이 돼야지금까지 논의돼 온 동북아지역의 협력문제는 크게 보면 세 가지 방향이다. 하나는 한국과 중국, 일본이 중심이 되어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문제다. 다른 하나는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꾸준히 진전돼 온 통화스왑 체결, 아시아 통화기금(AMF) 창설, 단일통화 도입 등 금융협력 방안이다. 이 점은 어느 정도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민간차원에서도 동북아 비즈니스 협력 논의가 급진전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이런 움직임에 중심(Hub)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노무현 정부는 10대 국정과제로 동북아 협력문제를 채택하면서 이 과제가 임기 내 가시적이고 구체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주력해서 추진할 뜻을 거듭 강조해 왔다.특히 동북아지역의 중간자 혹은 균형자(Balancer) 입장에 놓여 있는 우리의 역할이 중요하다. 우리가 갖고 있는 독특한 지위를 활용해서 그동안 한ㆍ중ㆍ일 3국간에 논의해 온 자유무역협정(FTA)이라든가 통화스왑 협정, 공동통화기금 설정, 공동화폐 도입문제 등을 원만히 매듭지어야 동북아지역에서의 주도권 싸움에서 밀려나지 않으면서 이 지역에 속한 국가와의 통상마찰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결국 이 같은 기능을 종합적으로 수행하고 향후 급증할 통상업무를 순조롭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세계적 추세인 새로운 정부조직이 통상업무를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따라서 노무현 정부는 기존 통상교섭본부의 위상을 재정립하든가, 아니면 대통령 직속의 통상전담부서를 설립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물론 동북아 경제협력 과제를 수행할 특별부서를 청와대안에 마련해 놓고 있으나 갈수록 통상문제가 중요해지고 있으며 지역적인 균형문제를 고려할 때 청와대 안에 특별팀(Task Force)보다 독립부서로 그 역할을 확고하게 정립해주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외교조직 신설과 예산중복의 문제점이 제기될 수 있으나 어차피 정부조직은 국익을 위해 개편돼야 하는 것이 아닌지 이는 인식의 문제다.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