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자보 영업 17개월만에 9억 흑자… 업계 점유율 8% 신장 전망, 장기성장은 미지수
온라인자동차보험의 매출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영업일수가 다른 달에 비해 적은 지난 2월에도 온라인자동차보험은 173억원의 보험료를 거둬들이는 등 판매실적 호전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한 달간 교보자동차보험이 133억원, 제일화재가 24억원, 대한화재가 16억원 등 총 173억원을 거둬들였다.현재 우리나라에서 온라인자동차보험 영업을 하고 있는 회사는 온라인전업사인 교보자동차보험(영업시작일 2001년 10월)과 기존 손해보험사 가운데 제일화재(2002년 5월), 대한화재(2002년 11월) 두 곳이 있다.교보자동차보험의 경우 지난해는 월 평균 100억원 가량 거둬들였으나 올해 들어서는 140억원대로 늘어난 것. 제일화재도 온라인판매가 지난해 10억원 안팎에서 올해는 20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대한화재 역시 지난해 10억원 수준에서 올해는 16억원으로 확대됐다.특히 교보자동차보험(교보자보)은 영업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지난 2월에 9억원의 순익을 내 눈길을 끌었다. “온라인 전문 보험사가 영업시작 후 17개월 만에 흑자를 낸 것은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일이다”며 윤기현 경영지원팀장은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그리고 시장점유율도 2%를 넘어섰다. 시장점유율이 비슷한 기존 손보사들이 10년 동안 1% 늘리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에 견줘 봤을 때 ‘깜짝’ 놀랄 만한 일이다.이처럼 온라인자동차보험 판매가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역시 가격경쟁력 때문이다. 온라인자동차보험은 전화와 인터넷을 통해 직접(Direct) 판매를 하기에 관리비, 수수료 등 판매유통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현재 계약건수 기준으로 볼 때 전화와 인터넷의 비중은 8대2 정도로 전화를 통한 계약이 압도적으로 많다. 통상 설계사가 보험계약을 받으면 보험사는 보험료의 7% 가량을 설계사에게 주고 보험대리점에 지원하는 비용이 들어간다. 하지만 온라인자동차보험은 이런 비용을 줄여 기존 자동차보험보다 평균 15% 정도 싼 보험상품을 내 놓을 수 있는 것이다.교보자보는 26∼40세 남성과 20대 여성 고객에 대해 보험료를 기존사보다 평균 15∼25% 할인해주고 있다. 또 레저용 차량(RV)의 경우 기존 상위사에 비해서는 평균 17% 깎아주고 있다.제일화재는 오프라인에서 판매했던 다양한 특약들을 온라인자동차보험 ‘아이퍼스트 자동차보험’에 반영, 고객들이 직접 자신에게 필요한 맞춤상품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또한 부부한정운전특약에 만 26세 이상 부부가 가입하면 추가로 보험료의 약 6%를 할인받을 수 있다.대한화재는 온라인전용자동차보험 ‘하우머치 자동차보험’을 지난해 11월부터 인터넷 쇼핑몰과 전화를 통해 팔고 있다. 이 상품은 기존 자동차보험과 비교해 동일한 보상범위를 유지하면서도 보험료가 저렴하다. 특히 신차를 구입하거나 처음으로 보험에 가입하는 사례가 많은 20대 후반 계층의 경우 추가로 5% 할인을 받는다.물론 가격메리트가 전부는 아니다. 자동차보험은 가격 못지않게 사고가 났을 때 받을 수 있는 보상과 서비스가 중요한 선택의 기준이 된다. 가격이 싸면 보상과 서비스 부문에서 하자가 있을 거라는 편견을 깨기 위해 온라인자동차보험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교보자보는 현재 대전, 대구, 광주, 부산 등 전국 광역시의 교보생명 사옥에 자체 보상망을 구축했으며 SK그룹의 ‘스피드메이트’와 업무제휴를 맺고 긴급출동서비스와 사고현장 출동서비스까지 전담하도록 했다.또한 업계 최초로 계약과 동시에 계약자에게 보상전담 인력을 바로 지정해주는 보상인력전담제를 실시해 1대1 맞춤서비스 체제를 갖췄다. 교보자보는 보상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경쟁력 있는 보상실무 인력을 적시 확보하고, 전국적인 보상 지역망 및 인프라를 구축했다.제일화재는 온라인자동차보험에 가입한 고객에 대해서도 보상전담 직원들을 통해 기존 자동차보험 상품과 전혀 다를 바 없는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자랑한다.이렇게 온라인자동차보험이 자신 있게 내놓은 보상과 서비스의 질에 대해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보험개발원의 한 관계자는 “수천명이 되는 보상인력조직을 하루아침에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고 말한다.수백명으로 보상인력이 1,400명이 넘는 삼성화재와 같은 서비스를 기대하기란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것이다. 기존 서비스조직이 있는 제일이나 대한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상조직이 약한 교보자보의 경우는 전국 서비스가 제대로 되기 힘들다는 말도 덧붙였다.이런 우려에 대해 교보자보는 발끈한다. 윤기현 팀장은 “설문조사를 해 보면 고객만족도가 92%로 높게 나타난다”며 “재계약 의사도 서비스를 받아본 고객이 5%포인트 더 높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실제 민원발생건수도 비슷한 시장점유율을 가진 업체가 지난해 4∼12월 중 79건이 발생한 데 비해 18건에 불과했다. 그리고 기존사들 민원의 85~90%가 보상서비스 관련인데 교보자보는 60%에 그쳤다.나머지 40%는 계약 관련 민원이다. 교보자보는 손해율이 높은 곳을 인수제한지역으로 설정해 전국영업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계약 관련 민원 비중이 높다고 윤팀장은 설명한다. (돋보기 참조)성장가능성 확인, 약진의 해 될 터온라인자동차보험업계는 올해를 그야말로 약진의 해로 삼고 목표도 정해 놓고 있다. 온라인자동차보험이 급신장하고 있어 올해 안에 전체 자동차보험 시장의 8∼10%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교보자보는 “오는 6월까지는 시장점유율 4%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는 광고를 강화하면서 신규가입 문의 고객이 이어지고 있는데다 지난해 온라인보험에 가입했던 고객들 대부분이 계약을 갱신하고 있기 때문이다.제일화재도 연말까지 온라인보험에서만 최소 2%의 점유율을 확보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제일화재 이비지니스팀 김희갑 과장은 “최근 들어 가입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어 올해 안에 점유율이 2%를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대한화재 신시장개발팀 서동일 팀장도 “경쟁사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초기시장진입에 성공한 것으로 본다”며 “올해 안에 점유율이 경쟁사와 비슷해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이와 관련, 한 업계 전문가는 “온라인자동차보험은 당초 2002년까지 1∼1.5%의 점유율을 기록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측됐지만 실제로는 2.4%로 추산되는 등 놀라운 속도로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오프라인 판매조직의 반발을 우려해 이 시장 진출을 유보하고 있는 대형손해보험사들도 점유율이 5%를 돌파하는 시기를 즈음해 본격 합류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하지만 낙관만 할 수 없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나해인 보험개발원 자동차보험본부 부장은 외국의 사례를 들면서 그 성장규모와 수익성을 예단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영국의 경우 전화와 인터넷을 통한 직접 판매 채널을 이용한 온라인판매가 전체시장의 30%를 차지하는 등 대표적인 성공사례다.하지만 연고판매가 뿌리 깊은 일본에서는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실패를 했다는 것. 그래서 온라인보험이 무조건 성공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아직 일본처럼 연고에 따른 계약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또한 보험사 입장에서는 온라인 상품 출현으로 빚어지는 가격경쟁이 부담스럽게 작용할 수 있다고 나부장은 지적한다. 미국 보험시장에서도 보험사 퇴출의 주된 원인이 무분별한 가격경쟁에서 비롯된 것.무리한 가격경쟁은 회사의 재무건전성 악화로 이어진다. 이렇게 되면 회사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 또다시 가격을 내리는 악순환을 거듭함으로써 결국은 퇴출이라는 최악을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외국의 사례를 바라보는 시각도 업계는 약간 다르다. 교보자보의 윤팀장은 “우리나라 여건을 봤을 때 영국의 최대 온라인보험사인 다이렉트 라인(Direct Line)의 신화가 이어질 수 있다”고 힘줘 말한다.갱신율이 낮은 나라에서는 직접 판매인 온라인보험영업이 잘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각국 갱신율은 대략 현재 영국 65%, 우리나라 70%, 미국 90%, 일본 95% 수준이다. 갱신율이 낮으면 그만큼 갖고 갈 수 있는 신규시장이 넓다는 뜻이다.특히 교보자보는 다이렉트 라인의 성공에 자극받아 영국에서는 30여개 정도의 온라인 전문 보험사가 등장해 시장의 규모가 커진 것에 주목한다. 윤팀장은 “앞으로 2005년에는 영국 자동차보험에 대한 온라인보험사의 시장점유율은 4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특히 시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1위사의 성장이 두드러졌다”고 강조한다.온라인자동차보험은 지금 달릴 준비를 하고 있다. 무작정 가속페달을 밟기보다 적절하게 브레이크도 밟아가면서 안전운행을 할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돋보기 / 교보자동차보험의 지역별 차등 마케팅손해율 높은 지역, 디마케팅 실시교보자동차보험(교보자보)은 영업시작 때부터 손해율이 높은 지역에서는 가급적 가입을 받지 않는 전략을 펼쳐 입방아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다른 보험회사들도 비슷한 전략을 쓰지만 교보자보의 경우 온라인영업만 하기 때문에 유독 문제가 되는 것이다.교보자보는 자동차사고가 많은 일부 지방을 요주의 지역으로 지목해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또한 돈 많고 관리가 쉬운 수도권 중심으로 장사를 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전북, 충북 등이 요주의 지역이었으나 올해는 전남, 충남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9월까지 전국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분석한 결과 강원도가 79.0%로 전국 수위를 기록했다. 이어 전남(72.8%)과 충남(72.6%), 경북(70.7%) 등의 순이었다.강원도는 지난해 수해발생 때문에 손해율이 일시적으로 높게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그동안 줄곧 1위를 차지했던 전북은 경찰서와 도청까지 나서서 자정노력을 한 결과 손해율이 크게 개선됐다.교보자보가 쓰고 있는 ‘디마케팅’(Demarketing) 영업전략은 자사 상품에 대한 구매를 의도적으로 줄이는 마케팅 활동이다. 디마케팅은 해석하기에 따라 ‘고객 차버리기’로, 심지어 횡포로 보이기도 한다. 따라서 업체에서는 티나지 않게 조심스럽게 디마케팅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한 업계 전문가는 교보자보의 디마케팅은 수익과 주주이익을 지향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볼 때는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한다. 다만 고객서비스 차원에서 ‘고객 골라잡기’라는 도덕성 문제는 있을 수는 있다고 본다.그는 “보험료 지역차별화가 현실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인가당국에서 지역이해관계 때문에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딜레마는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기존 손보사들의 온라인자보 진출 둘러싼 ‘고민’조직갈등 등 풀어야 할 숙제 많아‘손보사들 봄날은 갔나?’지난 3월2일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3분기까지(4∼12월, 보험사 3월 결산법인) 23개 손보사의 영업실적을 집계해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65.4%나 줄어들었다. 증시침체 등 투자환경 악화로 투자이익이 격감한 것과 더불어 서울보증보험의 순이익이 보험손익 등의 악화로 줄었기 때문이다.이런 가운데 자동차보험을 취급하고 있는 손보사들의 매출도 줄고 있다. 1차적으로는 손해율 증가와 함께 경기불황 조짐에 따른 자동차 내수판매 감소, 온라인보험사의 시장확대 등의 영향으로 매출증가세가 둔화된 것이다. 여인택 서울증권 보험담당 애널리스트는 “현재의 여건에 비춰볼 때 당분간 손보사들이 지난 2년간 기록했던 두 자릿수의 매출증가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시장확대 지켜보면서 결정손보사들도 이런 상황을 감지하고 대응책 마련을 위해 여러 각도로 움직이고 있다. 한편으로는 인력구조조정 등으로 ‘조직 슬림화’를 꾀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온라인사업에 눈을 돌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들은 상장사의 경우 워낙 민감한 부문이라 모두들 쉬쉬하면서 극비리에 진행하고 있다.LG화재는 지난 1월20일 전후로 주식시장에서 곤욕을 치러야 했다. ‘온라인자동차보험 진출과 구조조정설’이 흘러나오면서 주가가 휘청거렸다.결국 증권거래소 요구에 따라 LG화재는 “온라인자동차보험 시장 진출을 검토 중이나 현재까지 확정된 바가 없다”고 공시해야 했다. 주주들의 입장에서 볼 때 온라인자동차보험 진출은 보험료 인하로 이어져 결국은 수익악화라는 위험한 상황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민감한 반응이 나온 것이다.온라인자동차보험 진출에 대해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대형손보사들은 대체로 특별히 이 사업을 강화한다거나 전문 자회사를 만들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이에 비해 중소손보사들은 급변하는 보험환경에서 온라인자동차보험을 시장 확대의 돌파구로 적극 활용하겠다는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시각차는 대형보험사의 경우 기존 설계사, 대리점 등 ‘오프라인 조직의 조정’이라는 전제조건 없이 온라인사업을 강화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에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삼성화재는 온라인자동차보험 시장에 당장 진출할 계획은 없지만 시장 확대 양상을 좀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자금력, 마케팅 능력이 있기 때문에 시장이 어느 정도 확대 국면에 접어들었을 때 진출해도 충분히 시장을 선도할 자신이 있다는 계산이다. LG화재도 삼성화재의 진출시기를 지켜본 후 삼성화재가 진출하는 동시에 잇따라 진출한다는 입장이다.하지만 최근 LG화재는 온라인자동차보험을 위한 전용 인터넷 홈페이지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또 한 번 입방아에 올랐다. LG화재는 이 같은 소문에 대해 전면 부인하지만 업계 내에서는 기정사실로 여겨지고 있다.손보사들의 온라인자동차보험 진출 움직임에 대해 나해인 보험개발원 자동차본부 부장은 실제 가능성이 높지 않다며 “타깃을 전통적 판매채널를 통한 90%의 고객으로 할 건지, 온라인 상품의 10% 고객으로 할지”를 먼저 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단순히 경쟁적으로 온라인자동차보험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서두르다 보면 아무리 멋진 청사진도 망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