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벌리 케이와 샤론 조던 에번스가 지은 <인재들이 떠나는 회사, 인재들이 모이는 회사 designtimesp=23556>의 원제는 <사랑하지 않으면 떠난다(Love’em or Lose’em) designtimesp=23557>이다. 회사를 떠난 사람들을 대상으로는 왜 떠났는지를, 떠나지 않은 사람들 대상으로는 왜 남아 있는지를 분석해 인재확보와 유지전략을 제시한다.원제에서 느껴지듯 인재들은 단순한 금전적 보상에 더 이상 감동하지 않는다.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충분한 토양을 마련해주지 못하면 그들은 떠나고 만다.국내 기업보다 먼저 인재경영에 관심을 가져 온 미국 등 해외기업들은 이미 인재유지의 어려움을 호소해 왔다. 실제로 지난 90년대 말 매킨지가 7,000여명의 미국기업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90%가 인재유지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최근에야 인재유치에 공격적으로 나선 국내 상황은 말할 것도 없다.지난해 말 대한상공회의소가 서울지역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상당수 기업들이 핵심인력 유출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원인으로는 보수에 대한 불만과 더불어 자기계발 기회의 부족, 조직문화에 대한 실망 등을 꼽았다.특히 평생직장의 신화가 깨진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발탁인사로 대표되는 핵심인력들이 설 기반은 그리 탄탄치 못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인사컨설팅업체 타워스페린의 이정성 컨설턴트는 “인재영입 프로그램이 이제 막 자리를 잡기 시작한 만큼 내부 직원들이 이를 받아들이기에는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라며 “핵심인력들이 가장 먼저 느끼는 어려움은 기존 조직의 문화가 경직돼 있다는 점일 것”으로 분석했다.재계 핵심인재들의 경우 이런 특징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최근 기업의 채용공고를 보면 ‘경영학석사학위(MBA) 소지자 우대’ 등의 조건을 달아 글로벌인재를 뽑는 데 주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연히 해외경험이 많을수록 기업이 규정하는 핵심인재에 가까운 조건을 갖추게 된다. 따라서 외국계 기업에 비해 다소 경직된 기업문화를 지니고 있는 국내 기업에 적응하지 못하고 떠나는 인재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최근 최태원 (주)SK 회장의 구속으로 각 기업들이 법무팀 강화에 발벗고 나서고 있지만 이들 인력에 대한 유지책 역시 아직은 부족해 보인다. 특히 사회에서 전문직 종사자로 대접받는 이들 변호사는 막상 기업 내에서는 핵심인력이 아닌 주변업무 담당자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다. ‘떠나는 변호사’들은 기업 내부인력들의 법무에 대한 인식부족과 재교육의 부족을 이탈 이유로 꼽았다.사회 곳곳에서 이공계를 살리자는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지만 이공계 인력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미미하다. 턱없이 일할 곳이 부족한 이공계 인력들은 인재수급의 적체현상으로 인해 아주 낮은 임금을 받고 인턴연구원의 길을 택하거나 소규모기업을 전전하고 있다.금융권은 그야말로 평생직장의 대표주자였다. 하지만 외환위기를 겪으며 크게 달라졌다. ‘은행도 망한다’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하면서 고액연봉을 받고 스카우트된 인력들이 늘어갔다. 문제는 이들에 대한 기대치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다. 이들이 실적을 내기까지 기다려주는 여유가 부족했던 탓에 금융계 핵심인력들도 하나둘씩 짐을 꾸리기 시작한 것이다.‘핵심인재’라는 경영키워드는 같지만 ‘인재영입’과는 별도로 대기업을 중심으로 퍼진 또 다른 이슈는 ‘이탈방지’다. 어렵게 선발한 핵심인재들이 ‘왕따’를 당하지 않도록 보상에 대한 비밀을 보장하는 한편 야심 찬 포부를 갖고 입사한 이들에게 비전을 보여주는 일도 게을리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인재관리에 있어 조직문화가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는 만큼 내부인사를 육성해 발탁인사로 인한 잡음을 없애는 노력도 이뤄지고 있다. 사내 MBA과정을 개설해 지식육성에 매달리는가 하면, 삼성의 경우 아예 스위스 IMD스쿨처럼 인턴십을 겸한 MBA과정을 만들기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결성한 것으로 알려졌다.이처럼 기업들이 부쩍 인재관리에 신경을 쓰면서 아예 인사관리(HR)전문가가 핵심인재로 자리를 잡아가는 흥미로운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헤드헌팅업체 IBK의 이종일 부장은 “요즘 채용시장이 얼어붙었다고 하지만 HR전문가를 찾아달라는 기업들의 요청은 급증하고 있다”며 이 같은 트렌드를 뒷받침했다.인재들의 이탈은 단순히 이직률이라는 숫자상의 의미나 헤드헌팅 시장의 활성화라는 파생효과만 낳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방황에는 나름의 분명한 이유와 의미가 숨어 있다. 이제 자신들의 방황을 멈추게 해 줄 기업들의 노력을 그들은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