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결혼식인데 혼수비용 1,000만원어치를 날렸습니다.” “자취방에 들여놓을 컴퓨터 산다고 300만원 보냈는데…. 이제 집에도 못내려갑니다.”최근 반값판매로 물의를 빚은 하프플라자(www.halfplaza.com)에서 피해를 본 소비자들의 하소연이다. 하프플라자에서 수백에서 수천만원어치 혼수를 장만한 사람만 해도 수십명에 달한다. 이 사이트의 유료회원수만 9만명으로 상당수가 수십만원에서 수천만원의 피해를 보았다.서울지방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2월13일까지 ‘사기’로 볼 만한 피해금액은 170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이토비즈피해자대책위원회(위원장 김철현 안티이토비즈 운영자)측은 전체 피해자는 5만명, 피해금액은 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책위가 지난 2월26일 제기한 1차 손해배상청구소송 피해자만 370명, 청구금액은 7억원이다.또 배상명령신청 희망자와 피해규모는 5,000명 28억원에 달한다. 쇼핑몰의 참극이 아닐 수 없다.왜 이같이 많은 사람들이 반값 유혹에 빠졌을까. 인터넷쇼핑몰이 오프라인보다 가격경쟁력이 있고, 특히 가전제품이 싸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사람들은 지하철과 TV, 신문, 잡지 등의 광고를 통해 알게 된 하프플라자를 단순히 값싼 쇼핑몰로만 알고 믿고 물건을 샀다. 그리고 고스란히 피해를 봤다.하프플라자는 지난해 11월 오픈해 지난 2월14일 폐쇄됐다. 그러나 운영사인 토비즈그룹이 7월 개설한 반값 사이트 위시옥션(www.wishauction.com), 8월 오픈한 이토비즈(www.etobiz.com)를 감안해 볼 때 실제 피해는 지난해 7월부터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하프플라자는 하프몰과 아울렛몰 등으로 운영됐고, 이중 하프몰에서 한달 1만원을 내면 50만원 이하에서 반값으로 물건 살 기회를 15번을 줬다. 2만원을 내면 100만원 이하 상품을 반값에 사는 식이었다. 그러나 상품수가 한정돼 추첨식으로 운영됐다.이런 방식으로 토비즈그룹은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253억원을 벌었다. 매출의 대부분은 11월 하프플라자 개설 이후 발생한 것이다. 11월과 12월에는 일일 매출이 3억~6억원으로 웬만한 중견 쇼핑몰 수준이었다. 회사측은 랭킹닷컴 순위에서 10위권 내에 진입했다며 자랑하기도 했다. 매출액 중 광고비용으로 60억원을 집행한 것으로 알려졌다.그런데 11월 첫 달부터 배송지연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높았다. 토비즈그룹은 제값으로 물건을 사서 반값에 판매하고 나머지 가격분과 수익은 회원들에 대한 포인트 판매비로 충당할 계획이었다. 물품도 대형종합쇼핑몰이나 오프라인 소매유통점에서 사들였다.유료회원이 늘지 않고 취소가 많아지면서 자금부족이 악순환되는 구조적 취약점을 드러냈다. 실제 회사측은 취소가 많았던 12월부터 하루에 온라인입금을 수억원씩 받고도 발주(물품구입)는 수백만원어치만 했다.물품배송이 2주 이상 지연되자 환불요청이 많았졌고, 12월부터 공정거래위원회와 소비자단체, 심지어 청와대까지 관련 민원이 들어갔다. 급기야 2월4일 소비자보호원은 이례적으로 개별사에 대해 주의 보도자료를 내고, 2월13일 공정위가 5,000만원 과징금과 시정조치를 내렸다. 2월14일 검찰이 수사를 착수하자 유혁수 대표가 잠적하고, 하프플라자는 폐쇄됐다.그러나 하프플라자는 2월13일 오후 4시4분부터 영업정지 상태였다. 검찰 내사로 숨어 있던 유혁수 대표가 2월21일 체포됐고 이사 2명과 함께 구속됐다. 다음날 200여명의 피해자들이 공동대책위원회를 발족하기에 이르렀고 2명의 변호사를 선임, 현재 집단손배소와 배상명령신청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맞서 유혁수 대표는 3명의 변호사를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쇼핑몰 결제 허점 드러나하프플라자 사태는 자금흐름을 볼 수 있던 결제 관련 업자와 유통 생리를 잘아는 유통업체와 물품공급사, 심지어 이 사이트에 ‘중독’됐다는 사람들까지 예견했었다.이 회사의 신용카드 결제대행을 한 3개 전자지불대행(PG)사가 모두 지난해 11월 초부터 ‘사고’칠 것을 걱정했다고 입을 모은다.9월 이토비즈 운영 때부터 서비스를 대행 한 씨씨아이넷은 11월18일까지만 하프몰 결제를 담당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9월부터 2월까지 카드승인 요청이 180억원으로 이중 취소분이 30%가 넘는 60억원인데 통상 쇼핑몰의 경우 취소분이 5%만 돼도 ‘사고’를 친다”며 “11월18일 이후에는 아울렛몰만 결제 대행했는데 이것도 2월 초에 중단했다”고 말했다.지난해 11월19일부터 29일까지 단 10일간 하프몰의 결제를 담당한 케이에스넷(케이머스)측은 “‘일주일 내 배송’을 전제로 한 대금지급 방식으로 운송장 정보를 받도록 돼 있었는데 처음에 자료를 허위로 보내 와 PG사의 승인하에서만 출금할 수 있도록 질권을 신청한 후 5차에 걸쳐 질권 해지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8월에 하프플라자의 전신인 이토비즈의 결제 대행을 맡았던 이니시스도 이 같은 사태를 우려해 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알려졌다.지난해 7월 여신전문금융법 개정에 따라 합법화된 PG 분야는 이번 사태로 초기 시장의 미숙함을 여실히 드러냈다. 쇼핑몰(가맹점)을 평가할 만한 공인된 기준이 없고, 위기에 대응해 지급보증금을 의무화하고 정산조건을 제시한 표준화된 계약이 없다.게다가 70~80개사에 달하는 과열된 경쟁체제에서 지급보증금 요구와 배송확인 의무화를 조건으로 제시할 경우에는 계약할 고객사가 거의 없는 현실이다. 또 중소쇼핑몰의 경우 자금유동성 때문에 곧바로 정산해주지 않을 경우 파산할 수 있고 이는 공급사와 PG사의 연쇄부도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이번에 하프플라자가 최대고객이던 PG사의 경우 불안한 자금관리 속에서 점진적으로 문제가 해결되길 바랐던 것이다.지난해 11월29일부터 PG사가 결제 대행 계약을 해지하자 가상계좌와 온라인입금만 가능했는데 이로 인한 피해가 막대하다. 신용카드의 경우 매출취소 후 환불이 가능하지만 현금 거래의 경우 이미 유혁수 대표가 출금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소송을 통해 전액 환불받을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국민은행에 따르면 가상계좌로 거래된 금액은 250억원에 달한다. 입금건수 중 실제 상품이 배송된 사례는 미미해 온라인입금자 대다수가 피해자로 보인다. 토비즈그룹의 1월18일자 일일 매출자료를 보면 주문은 1억9,200만원에 온라인입금액은 3억534만원이지만 발주는 215만원에 불과했다.1월21일에는 2억4,100만원이 입금됐지만 발주는 6만7,000원뿐이었다. 이런 불균형은 1월 말에서 2월에도 이어져 발주가 0건인 날도 수두룩하며 환불신청금액이 수백만원에 달해도 환불해준 경우가 전무한 날도 많다. 사업자가 돈만 받아 챙긴 것이다.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가상계좌에 대해 의심 없이 인터넷뱅킹을 통해 쉽게 돈을 보낸 것이다. 피해자들은 가상계좌 서비스 업체의 무책임성을 지적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행 금융 관련법으로는 가상계좌 서비스업체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가상계좌서비스를 대행한 사이버CVS측은 “가상계좌는 은행거래의 후단업무를 자동화한 것일 뿐”이라며 “무통장입금에서 소비자피해가 발생했을 때 은행이 책임지지 않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따라서 고객이 물품을 받은 후 대금이 사업자에게 전달되는 매매보호서비스(에스크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2001년 쇼핑몰의 안전 거래 솔루션으로 주목받은 에스크로는 그러나 쇼핑몰의 자금유동성 문제, 자금을 갖고 있을 대행사나 기관의 신뢰성, 이용주체(소비자)의 신뢰성 문제로 상용화되지 못하고 있다.온라인결제의 불안정성을 해소하지 못할 경우 제2, 제3의 하프플라자 사태가 발생, 결국 전체 전자상거래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산업의 성장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하프플라자 사태 일지2002년 8월 etobiz.com 오픈(이니시스 결제서비스)9월15일 씨씨아이넷으로 신용카드 결제 서비스 바꿈.11월 하프플라자(halfplaza.com) 오픈11월18일 씨씨아이넷 하프몰 신용카드 결제 중단11월19일 케이머스 하프몰 신용카드 결제 시작11월29일 케이머스 하프몰 신용카드 결제 중단2003년 2월4일 소비자보호원, 하프플라자 이용 주의 당부2월5일 하프플라자, 하프몰 서비스 10일간 중단 발표2월12일 공정거래위원회, 하프플라자에 5,000만원 과징금과시정명령 의결2월14일 검찰 내사 착수. 유혁수 대표 잠적, 사이트 폐쇄2월21일 유혁수 대표와 임원 2명 구속2월22일 이토비즈피해자대책위원회 발족2월26일 피해자 370명 집단손해배상청구소송 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