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매출 180% 성장으로 인터넷 쇼핑몰 1위 고수…올해 4,700억원 목표

지난 2000년 5월.당시 웹사이트 구축의 중요 이슈는 ‘속도’였다. 인터넷이 인기를 얻기 시작한 게 그리 오래지 않은 시점이기에 첫 페이지를 텍스트 중심으로 할지 이미지파일로 화려하게 장식할 것인지 등에 관한 의견이 분분했다. 더욱이 인터넷 쇼핑몰은 말할 것도 없었다.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쇼핑몰을 중심으로 단순한 장식의 메인화면으로 빠르기를 강조하는 게 유행이었다.방대한 양의 세일정보를 담은 LG이숍의 첫 페이지는 그렇기에 상당한 파격이었다. 쇼핑몰을 접하는 사람마다 “전체화면을 보기 위해 내려야 하는 스크롤바가 너무 길다”고 할 정도로 정보의 양이 많았다.카테고리별 제품안내며 기획전 소개까지 모두 첫 화면에 넣었다. 트렌드를 벗어나는 선택을 했던 이들 판단의 이유는 이랬다. 인터넷 쇼핑몰 이용자들이 홈페이지 접속을 위해 기다릴 수 있는 한계의 임계치만 넘지 않으면 승산이 있다는 것. 오히려 여러 차례 검색하지 않고 한 화면에서 상품을 접하는 것이 훨씬 편리하리라는 확신.LG이숍의 1등 비결은 바로 이 같은 창의성과 도전에 있었다고 회사 관계자들은 자평하고 있다. 정영현 LG홈쇼핑 EC기획팀장은 “‘New First&Change’가 우리의 사업비전”이라며 “제품이든 사람이든 모두가 이런 코드에 맞춰져 있다”고 강조했다.지난해 8조원의 시장규모를 보인 무점포 유통시장에서 인터넷 쇼핑은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산업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인터넷 쇼핑몰 업체수는 2,700여개에 이른다.LG이숍은 이 같은 신업태의 성장을 이끄는 선두주자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웹 순위 분석 전문사이트 랭키닷컴이 발표하는 종합쇼핑몰 부문 순위에서 LG이숍은 지난해 말부터 단 한 차례도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2000년 출발 당시부터 시작된 LG이숍의 차별화 전략은 현재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상품과 고객, 매장의 3요소에서 ‘뭔가 다른’ 쇼핑몰을 만들고자 하는 회사측의 의도가 드러나 있다. 취급하는 상품의 경우 6만5,000여개에 달한다.LG이숍에만 있는 물건도 있다고 자부할 정도다. 특히 이들 중 일부 품목에 대해 실시하고 있는 주문형 비디오(VOD) 서비스는 “LG이숍은 멀티미디어 쇼핑몰”이라고 자신하는 이유 중 하나다. VOD서비스는 직접 보지 않고 구매하는 인터넷 쇼핑몰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것이다.홈쇼핑 채널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만큼 홈쇼핑의 풍부한 동영상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점도 강점이다. 회사 관계자들은 TV홈쇼핑을 인터넷을 통해 동시에 생방송으로 보여주는 방식은 LG이숍이 세계에서 처음이었다고 단언한다. 현재 전체 상품 중 4,000여개 정도가 VOD서비스를 포함하고 있는데, 연말까지는 6,000여개 상품으로 이 서비스를 확대해 갈 계획이다.사실 무엇보다 LG이숍의 돋보이는 차별화 전략은 ‘프로슈머 마케팅’이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신소비자’로써 등장한 프로슈머 마케팅은 최근 기업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한 분야.LG이숍은 이미 1만5,000명의 고객평가단을 확보할 만큼 일찌감치 프로슈머 마케팅에 주목해 왔다. 이 쇼핑몰의 상품에는 제품소개 뒤에 대개 고객들의 상품평이 이어진다.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소비자들로 구성돼 있는 고객평가단 중 약 1,500명 정도는 ‘골수팬’이라고 할 정도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지난해 6월부터는 아예 고객이 만드는 쇼핑몰 ‘포유’(For You)를 선보였다. 포유는 한마디로 고객참여의 결정판이다. 현재 70여개 매장이 입점해 있는 상태로 마니아층을 형성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객이 전체 입점 상품 중 원하는 물건을 직접 골라 특정 테마의 쇼핑몰로 꾸미는 게 포유의 기본 컨셉이다. 이들 매장은 자연스레 고객들의 커뮤니케이션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예컨대 주부고객이 육아용품 중심의 포유 매장을 열었다면 같은 입장에 처한 고객들과 함께 의견을 주고받는 커뮤니티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인기 있는 매장 운영자에게는 적립금 혜택도 돌아간다. 매주 우수 매장을 선정해 적립금 5만원을 지급하고 다시 매월 2만~30만원까지의 우수매장 적립금으로 활동을 격려한다.지난해 11월부터 발간하기 시작한 격주간 쇼핑정보 웹진 <더 뷰 designtimesp=23613>(The View)도 같은 맥락에서 진행되는 사업이다. 고객이 직접 작성한 1만여건의 상품평과 6,000여건의 구매 노하우 등을 재구성해 엮었다.새 정부가 참여정부라면 LG이숍은 일종의 ‘참여쇼핑몰’을 표방하고 있는 셈이다.홈쇼핑 기반의 시너지 효과도 ‘든든’홈쇼핑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얻게 되는 시너지 효과는 단순히 제품군의 다양화뿐만이 아니다. 다른 종합 인터넷 쇼핑몰에 비해 서비스 측면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도 홈쇼핑 기반이라는 특징 때문이다. 24시간 운영되는 콜센터가 가장 돋보이는 예. 전문상담요원이 24시간 상담을 맡는다. 또 환불신청시에는 상품대금을 입금하고 반품을 수거하는 선환불 서비스를 제공한다.앞으로 순위경쟁이 치열한 인터넷 쇼핑업계에서 LG이숍은 고객참여 중심의 마케팅을 강화해 1위를 지켜나가겠다는 각오다.이미 적립금 프로그램과 동영상 쇼핑, 프로슈머 마케팅 등에서 새로운 유행을 선도해 왔다고 자부하는 LG이숍은 올해의 새로운 트렌드로 전문화와 개인화, 상호작용을 꼽고 있다. 즉 고객매장 포유처럼 제품이 아닌 테마별로 구분되는 쇼핑몰 컨셉을 강화한다는 목표다. 이것이 강력한 CRM 효과를 낳는 동시에 전문화 분위기를 강화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또한 포유 운영자와 LG이숍 MD의 만남의 자리를 마련하는 등 고객과의 상호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올해는 문화마케팅을 강화한다는 계획도 세워두었다. 역시 고객의 참여를 유도한다는 측면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으로 고객 대상 경품이나 프로모션 대부분을 여행상품권 등으로 마련한다는 것이다. 공연이나 콘서트 관람권, 영화 시사회권, 패밀리레스토랑 시식권 등 문화상품이나 문화이벤트를 통해 고객의 충성도를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이 같은 전략을 통해 180% 성장한 지난해 2,840억원 매출에 만족하지 않고 올해는 4,700억원까지 매출을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처음부터 끝까지 차별화와 독창성을 고집하며 자신감을 보인 LG이숍 관계자들은 그러나 이것이 때로 부담이 되기도 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정영현 팀장은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지만 ‘도깨비’처럼 항상 새로운 걸 만들어 내야 한다는 생각에 스스로 부담을 느끼기도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