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에 대해 의학적 근거가 없는 속설이 많다. ‘뒷머리가 아프면 혈압이 올라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뒷골이 아프지 않아서 혈압이 높지 않다고 판단하고 의사를 찾지 않는다. ‘혈압약은 한 번 먹으면 평생 먹어야 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먹지 말고 지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환자도 의외로 많다.여기에다 ‘약은 대부분 부작용이 있어서 안 먹을 수 있으면 안 먹는 것이 좋다’고 믿는 환자는 고혈압 치료가 어렵다.고혈압은 합병증이 생기기 전에는 별 증세가 없기 때문에 ‘조용한 살인자’라는 별칭이 붙어 있다. 아주 높은 혈압에서 두통이 생기긴 해도, 대부분 호소하는 뒷골이 뻐근하고 열이 오르는 증세는 근육 긴장에서 오는 흔한 두통이다.어쨌든 두통을 고혈압의 주요증상으로 이해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런 잘못된 지식은 증세가 있을 때만 혈압이 높은 줄 알고 약을 불규칙적으로 복용하는 환자에게서 흔히 보인다.물론 혈압이 높다고 모두 즉시 혈압약을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혈압이 160/100mmHg 미만인 환자는 당뇨병이나 다른 심장혈관 질환이 동반돼 있지 않으면 가족력과 갖고 있는 위험요인에 따라 6개월에서 1년까지 생활습관 교정으로 혈압이 정상화되는지 지켜볼 수 있다.체중을 1㎏ 줄일 때마다 1~1.5mmHg 정도의 혈압강하 효과가 있고, 유산소운동을 규칙적으로 해도 많게는 13mmHg까지 혈압이 내려간다. 염분에 대한 감수성은 개인차가 크지만 하루 섭취량을 6g 이하로 줄이면 3~4mmHg 정도 혈압이 떨어질 수 있다.그밖에 육류와 지방 섭취가 평소 많은 분은 채소, 과일, 곡류 위주의 식사가 도움이 된다. 다만 이런 습관을 생활화한다고 모든 사람이 성공하는 것이 아니므로 잘 모니터해서 혈압이 계속 높으면 약을 복용하는 것이 낫다. 건강관리를 열심히 하는데도 불구하고 혈압이 조절되지 않으나 약 먹기를 미루는 분이 주위에 이외로 많다.혈압약은 환자들이 걱정하는 대로 장기간, 때로는 평생을 복용해야 하는 약임에는 틀림없지만 10명 중 9명 정도의 고혈압은 그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고혈압이기 때문에 생활습관으로 고칠 수 없다면 치료약을 택할 수밖에 없다.혈압약의 경우 약의 부작용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약물에 대한 이상반응은 사람마다 다를 뿐만 아니라 그 이상 반응이 견디기 힘들다면 얼마든지 다른 약제로 바꿔 혈압을 조절할 수 있다.또 아주 잘 조절되는 환자에게서 약물 가짓수를 줄이거나 조심스럽게 용량을 줄여나가 실험적으로 약제를 끊고 혈압이 정상으로 유지되는지, 아니면 원래대로 올라가는지 의사의 감시하에 지켜보는 경우도 있다.광범위한 임상실험을 종합할 때 수축기 혈압 12, 확장기 혈압 6 정도의 감소로 뇌졸중 발병은 40%, 관동맥질환은 16%, 심혈관계질환 사망률은 20% 감소됐는데, 혈압이 높은 사람일수록 효과는 더 크다.혈압은 아주 흔한 질환이므로 이런 효과의 크기는 사회 전체로 확대하면 많은 인구의 중풍과 심장병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사망원인 1위인 뇌혈관질환의 예방은 고혈압 치료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