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미래에셋증권 3층. 요즘에는 밤 12시에도 사무실의 불이 꺼지지 않는다. 지난 2월24일부터 시작한 ‘장외주식 감정서비스’ 때문이다. 밤늦도록 일하고 있는 주인공들은 바로 이재호 미래에셋증권 투자정보팀장(37)을 비롯한 ‘사내외 전문가로 이뤄진 장외주식 감정단’팀원들이다.“일주일 만에 무려 450여명의 투자자가 신청했어요. 이들이 의뢰한 종목수만 1,000여개에 달합니다. 대부분은 지난 99년 코스닥시장이 한창 좋을 때 투자했더군요.”그렇다면 투자자들이 이 서비스를 주목하는 까닭은 뭘까. 이유는 장외주식이 큰 인기를 끌었던 지난 99년을 돌이켜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거래소 혹은 코스닥에 속하지 않은 회사의 주식인 ‘장외주식’은 코스닥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비유되던 99년 당시 투자대안으로 각광받았다.쌀 때 사서 코스닥에 등록된 이후 비싸게 팔면 돈이 된다는 기대심리에 너도나도 장외주식에 투자했다. 물론 큰돈을 번 사람도 있었지만 거품이 붕괴된 이후 이 장외주식은 순식간에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헐값으로 팔려 해도 사고자 하는 사람을 찾기도 어려웠고, 설령 인터넷 등으로 살 사람을 구해도 얼마에 팔아야 하는지 도무지 막막했다. 이팀장이 ‘감정서비스’를 기획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몇몇 인터넷 사이트에서 매매가격을 제시하기는 했지만 제도권이 아니라서 신뢰성이 다소 부족했죠. 따라서 우리가 감정을 해주자는 아이디어를 회사에 냈습니다.”그러나 다른 직원들의 반응은 시들했다. ‘사서 고생하기 싫다’는 것이었다. 거래도 잘 이뤄지지 않을뿐더러 가치를 평가할 만한 공식화된 기준조차 없다는 점이 주된 이유였다. 이팀장은 이들을 ‘사회가 기준을 필요로 한다면 과감히 선도자로 나서자’고 설득했고 결국 여러 전문가를 감정단에 참여시킬 수 있었다.이팀장은 서비스를 받은 이들에게 매매전략을 세워주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예컨대 인터넷 사이트 등을 통해 거래되는 기업의 주가가 적정가치보다 낮다면 보유하라는 식이다.“미래에셋증권의 고객 여부와 관계없이 3월31일까지 서비스를 한다”는 이팀장은 “앞으로 이 서비스를 통해 익힌 노하우를 바탕으로 법무, 세무, 컨설팅 등으로 영역을 넓혀 나갈 것”이라고 목표를 밝혔다.“기업가치평가는 채권단의 재산권 행사나 비상장주식의 상속 때 특히 중요합니다. 한데 아직도 객관적인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죠. 일단은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큰 목표입니다. 벤처기업 컨설팅도 강화하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기업가치보다 매매가가 낮은 기업은 개선점을 제시하고 새로운 전략도 수립해주는 거죠. 이들이 앞으로 새로운 수익원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