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덱스 등 5개 전자화폐 상용화, 신용상태 관계없이 금융기관서 발급

서울 삼성동 코엑스(COEX)센터 내의 중견무역업체에 근무하는 황모 부장(41). 그는 이제 웬만한 소액결제는 몬덱스(Mondex) 전자화폐로 처리한다.얼마전 전자결제업체에 다니는 고등학교 동창과 점심식사를 하러 나왔다가 호기심이 발동해 인근 국민은행 지점에서 발급받았다.황부장은 처음에는 그저 전자화폐가 신용카드의 일종인 줄 알았다. 전자화폐가 미리 돈을 충전시켜 사용해야 하는 선불식(Prepaid)라는 것은 창구직원의 설명을 듣고서야 알았다. 처음 발급받을 때 20만원을 충전시켰는데 지금은 14만3,200원 정도가 남아 있다.“서점에서 책을 사거나 패스트푸드, 커피전문점을 이용할 때 전자화폐로 결제하면 그렇게 편리할 수 없다”는 게 황부장의 말이다.뭐가 그리 편리할까. 무엇보다 지갑에 잔돈을 따로 준비할 필요가 없어 좋다는 설명이다. 전자화폐가 없을 때는 1만~2만원어치를 구매할 때는 신용카드를 사용하기가 좀 어색했는데 지금은 그런 고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자화폐로 결제하면 사용금액만큼만 빠져나가고 잔금은 10원 단위까지 계속 카드에 남아있다. 이렇게 다 쓰고 나면 또다시 충전해 사용할 수 있다.스마트카드(Smart Card)가 우리 일상생활에 조금씩 파고들고 있다. 스마트카드란 말 그대로 ‘똑똑한 카드’다. 스마트카드는 정보저장수단이 IC칩이라는 것이 특징. 현재 일반화돼 있는 신용카드나 직불카드, 전화카드 등은 정보저장수단이 뒷면에 부착된 ‘자기띠’(Magnetic Stripe)에 담겨진다.하지만 스마트카드는 정보를 IC칩에 저장하기 때문에 자기띠보다 수백배의 정보저장 능력을 갖고 있다. 정보처리 능력이 커진 만큼 당연히 카드가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그래서 ‘똑똑한 카드’라 불린다.스마트카드는 정보저장 매체를 IC칩으로 하는 모든 카드를 통칭하는 개념이라고 정의된다. 그 형태가 전자화폐냐, 모바일이냐, 특수용도의 카드냐로 분류될 뿐이다.전자화폐 연말까지 1,000만장 발급스마트카드에 탑재되는 IC칩은 최근 용량이 더욱 커져서 결제기능 외에 ID(본인인증), 의료카드, 교육, 인터넷인증 여러 가지 부가기능을 한다. 또한 IC칩에 보안을 위한 고난도의 암호화기술이 탑재되기 때문에 해킹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일종의 소형컴퓨터가 카드에 얹혀져 있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이 같은 스마트카드의 뛰어난 보안성 때문에 최근 한국은행은 농협 직불카드 위조사고가 발생하자 모든 직불 및 현금카드를 스마트카드 형태로 전면 교체할 것을 검토 중이다. 결과적으로 스마트카드는 지갑의 현금을 대체할 차세대 지불수단으로써의 기능과 역할론에 대해서는 시장에서 충분히 검증과정을 거쳤다고 볼 수 있다.국내에서 발급되고 있는 스마트카드의 가장 대표적인 형태는 전자화폐다. 전자화폐는 IC칩을 정보저장수단으로 한다. 현재 국내에서는 몬덱스, 비자캐시, A캐시, 마이비, K캐시 등 5개 전자화폐 브랜드가 상용화되고 있다. 지금까지 이들 5개사는 약 550만장 정도를 발급한 것으로 추정된다. 올 연말을 기점으로 약 1,000만장 정도가 추가로 발급될 전망이다.전자화폐를 발급받으려면 전자화폐업체와 발급제휴계약을 맺고 있는 금융회사를 찾아가 발급신청을 해야 한다. 전자화폐는 선불형이기 때문에 발급받는 데 특별한 어려움은 없다. 신용카드가 신용상태가 건전한 성인 위주로만 발급된다면 전자화폐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두 발급받을 수 있다.금융결제원이 내놓고 있는 K캐시는 거의 대부분의 은행에서 발급해주며 몬덱스와 비자캐시, A캐시, 마이비 등도 각각 다수의 은행, 카드사들과 발급제휴를 맺고 있다.전자화폐는 일반 유통가맹점보다 교통결제에서 더욱 빈번하게 쓰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마이비 전자화폐의 경우 부산에서는 ‘디지털부산카드’, 전북에서는 ‘신명이카드’라는 브랜드로 발급되는데, 카드 한 장만 있으면 현지의 대중교통 수단은 모두 이용할 수 있다.비자캐시도 3월부터 대전광역시 전역에서 ‘한꿈이카드’라는 브랜드로 전자화폐를 보급할 계획이며, 이를 가진 시민들은 대전시내 교통결제 및 본인인증을 통한 민원발급 서비스를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다.서울의 지하철과 버스는 아직 결제단말기가 설치되지 않아 전자화폐결제가 되지 않는데 서울시는 현재 전자화폐로도 요금을 결제할 수 있도록 교통시스템 구축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자화폐는 RF(무선비접촉식)칩이 별도로 탑재되는데, 이는 주로 교통결제, 보안구역 출입시에 사용된다. 전자화폐 외에도 자기띠 방식 일색인 신용카드도 최근 IC칩을 탑재한 스마트카드형으로 미미하지만 발급되고 있다.다만 결제의 편의상 IC칩 외에 별도의 자기띠를 한 장의 카드에 얹혀져 발급되고 있는데 이를 ‘하이브리드’형 스마트카드라고 한다. 만약 스마트카드 결제단말기가 많이 보급된다면 이러한 하이브리드형 스마트카드는 자취를 감출 것으로 전망된다.세계적인 신용카드 브랜드인 비자와 마스터카드는 오는 2006년까지 한국의 모든 신용카드를 현재의 자기띠 방식에서 스마트카드 형태로 전환하는 스마트카드 전환 프로그램을 경쟁적으로 발표하고 있다.모바일 스마트카드도 인기최근에는 휴대전화에 스마트카드를 결합한 형태의 스마트카드가 나왔는데, 이를 ‘모바일 스마트카드’(또는 모바일 신용카드)라고 한다. SK텔레콤의 ‘모네타’(Moneta), KTF의 ‘K머스폰’이 대표적이다. SK텔레콤은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빌딩 지하 식당가에 모바일 스마트카드를 받아들이기 위한 결제단말기를 설치해 놓고 서비스에 나서고 있다.이러한 ‘모바일 스마트카드’는 IC칩을 휴대전화 내에 내장시켜 결제기능을 하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 따라서 실물 신용카드는 고객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 다만 휴대전화로 결제하고 싶다면 모바일 스마트카드용 신형 휴대전화로 교체해야 한다. 요즘은 휴대전화 보조금 제도가 없어졌기 때문에 40만~50만원 하는 신형 휴대전화를 고객 스스로 구매해야 하는 것이 다소 부담이다.고객은 자신이 거래하고 있는 카드회사에 모바일 스마트카드 발급신청을 하면, 카드사는 신용조회 후 IC칩을 발급하는 데 약 2주 정도 걸린다. IC칩을 발급받으면 이를 휴대전화 속에 부착하면 발급절차가 끝나 곧바로 사용할 수 있다.모바일 스마트카드는 결제단말기에 휴대전화를 대고 비밀번호 4자리를 입력한 후 버튼을 누르면 휴대전화의 적외선 결제 모듈을 통해 결제정보가 단말기에 입력되고, 간단한 정산절차를 거쳐 결제승인이 완료된다. 휴대전화를 분실해도 습득자가 비밀번호를 모르면 사용할 수 없어 신용카드 분실에 따른 리스크도 크게 줄일 수 있다.스마트카드를 사용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점도 많다. 무엇보다 사용할 때마다 사용실적을 환산해 고객에게 되돌려주는 로열티 포인트 서비스가 다양하다. 전자화폐의 경우 사용할 때마다 정상구매가격의 5~10%를 할인해주고 또 사용한 만큼 누적돼 포인트로 구매를 할 수 있다.모바일 스마트카드도 휴대전화에 결제서비스 외에 각종 커뮤니티서비스와 게임, 영화 등 콘텐츠를 부가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다만 스마트카드를 사용하는 데 문제라면 결제단말기가 아직 충분히 보급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아직 황부장처럼 전자화폐의 매력에 흠뻑 빠져 있는 사용자들을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전자화폐를 내밀었을 때 이를 받아줄 만한 결제단말기의 보급이 아직 미미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모바일 스마트카드도 마찬가지다.전문가들은 “스마트카드 이용을 바라는 시장의 요구에 의해 2~3년 내에 스마트카드 단말기 보급도 빠르게 확산될 것”이라는 데 대체적으로 견해를 같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