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초기 37~40달러 급등 예상, 전쟁 안 나면 상반기 30달러선 유지

지난 3월 중순께 릴와누 루크만 전 석유수출국기구(OPEC) 의장은 이라크전쟁이 일어나면 유가(두바이유 기준)가 최대 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셰이크 야마니 전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은 아예 지난해 가을부터 이라크전 발발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선까지 폭등할 것이라고 인터뷰를 통해 여러 차례 밝히고 있기도 하다.세계 각국의 전문가집단과 매체들 역시 현 상황에서 가능한 전쟁시나리오를 엮어 유가전망을 내놓고 있다.현재 가능한 시나리오는 크게 세 가지. 보는 시각에 따라 시나리오는 3~6개로 다양하게 나뉘지만 기본적으로 모두 포함하고 있는 경우의 수는 세 가지다. 전쟁이 단기전으로 끝나 미국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경우와 전쟁이 장기화되는 경우, 그리고 현재와 같은 불안한 상태가 계속되는 경우로 나뉜다. 여기에 평화적인 해결이 또 하나의 케이스로 추가되기도 하는데 대체로 평화적인 해결은 그 가능성이 지극히 낮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시나리오1: 2개월 이내의 단기전(가능성 높음)두바이유 기준으로 유가가 연평균 22~25달러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전문가들이 가능성을 가장 높게 점치고 있는 시나리오다. 미국은 90년대 이후로 군비증강을 꾸준히 이어왔고, 이라크는 현재 90년대 초반 수준의 군사력도 갖추지 못하고 있어 사실상 저항방법이 없다는 분석이다.전쟁 초기에는 유가가 배럴당 37~40달러로 급등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생산비용과 마진율, 물류흐름을 반영한 소위 ‘전쟁 프리미엄’이 현재 5~10달러에 이르는 것을 감안할 때 이 전쟁 프리미엄이 사라지면 빠르게 유가가 안정된다는 전망이다. 또한 OPEC 이외의 국가들이 석유 생산 증대에 나서고 OPEC 역시 목표가격대인 22~28달러대 유지를 위한 노력에 나서면서 유가는 계속 하락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올해 평균유가는 25달러 안팎에서 정해지리라는 분석이다.시나리오2: 6개월 이상의 장기전(최악의 사태)전문가들이 이라크 병력의 약화를 단기전의 이유로 꼽았듯 사실상 이라크가 장기전으로 끌고 간다는 것은 최후의 수단까지 모두 동원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장기전 시나리오에는 이라크의 중동지역 원유생산시설 공격 등이 포함돼 있다. 국제유가가 80달러 선까지 치솟을 것이라느니, 또는 100달러 선이라느니 하는 논지는 모두 이 경우에서 비롯된 것들이다.전쟁이 6개월 이상 진행되면 원유수송체계가 크게 흔들려 원유공급에 타격을 입게 된다. 더욱이 선진국의 원유비축분은 대개 3개월을 보충할 정도의 수준이어서 비축물량 고갈과 중동 유전지대 손상의 이중고가 나타나면 일시적으로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선까지 급등할 수 있다. 계절적 영향 등의 요인으로 소비량이 감소하겠지만 그래도 여전히 40달러 선을 유지하게 돼 세계경기 침체를 가져오리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다.시나리오3: 전쟁 없으나 여전한 불안감전쟁이 없는 현 상황도 최선이 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전쟁이 발발하지 않는 경우는 ‘평화적 해결’과 ‘불안한 상태 유지’라는 두 가지 케이스로 나뉜다. 평화적 해결의 가능성은 희박해 결국 전쟁이 없다는 것은 불안감이 지속된다는 의미다.특히 대규모 파업사태를 맞았던 베네수엘라의 원유생산력 회복이 지체되고 있는 게 현 상황이다. 불확실성을 여전히 안고 있는 상반기 유가는 30달러 선을 유지하게 되고 하반기 이후 원유공급이 원활해지면서 연평균은 26~27달러 선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국제유가는 수요ㆍ공급의 원리와 더불어 투기성 구매의 유무, 정책조정 등이 반영돼 결정된다. 따라서 전쟁 프리미엄이 있는 현 상황은 유가를 결정짓는 중요한 계기를 제공함에는 틀림없다.하지만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는 유가 추정치는 정확한 공식에서 나온 것이 아니어서 숫자 자체가 큰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다. 결국 케이스별로 유가가 어떤 양상으로 움직일 것인가에 주목하고 이에 따른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