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지역에 세계 매장량의 65% 묻혀 있어...세계 5대 메이져 석유회사 급부상
세계의 석유시장은 누가 지배하는가. ‘미국의 대이라크전쟁은 석유전쟁’이라는 일각의 말대로 석유를 놓고 세계 각국이 펼치는 경쟁은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석유무장화’ 가능성이 터져 나오는가 하면 ‘이념동맹’ 대신 앞으로는 ‘에너지동맹’이 세계를 지배할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세계석유시장에서 중동지역 나라들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2001년 기준으로 6,850억배럴의 원유가 묻혀 있어 전세계 매장량(1조500억배럴)의 65.3%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는 각각 2,618억배럴(24.9%)과 1,125억배럴(10.7%)로 다른 나라들을 압도한다.비중동권 국가 가운데는 베네수엘라와 러시아가 각각 777억배럴(7.4%)과 654억배럴(6.2%)로 세계원유시장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이에 비해 미국은 304억배럴(2.9%)로 적어도 원유매장량에 있어서는 이들 두 나라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영국(49억배럴) 역시 극히 미미한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중동지역 국가들이 더욱 돋보이는 것은 매장량에 비해 생산량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유전개발에 속도조절을 하고 있는 셈이다. 단적인 예로 매장량 면에서는 전세계 물량의 65%를 넘지만 생산량은 30%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석유공사 해외조사팀 박일범 과장은 “향후 중동지역 석유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반면 미국과 멕시코, 캐나다로 대표되는 북미지역 국가들은 얼마 안되는 원유를 열심히 뽑아 쓰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하루에 850만배럴의 석유를 생산한다. 매장량이 조기에 소진될 수 있음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영국 역시 별로 여유가 없는 상황이다. 미국이 석유 때문에 이라크를 공격한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소비량 역시 선진국을 중심으로 계속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전세계 석유소비량은 7억6,400만배럴로 지난 1990년에 비하며 무려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들어 증가속도가 주춤거리고는 있지만 여전히 세계경제가 에너지원으로써 석유에 의존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50%를 오르내린다.나라별로는 세계 최대 소비국인 미국이 하루에 무려 1,963만배럴을 소비, 단연 최고다. 이어 일본(542만배럴), 중국(504만배럴), 독일(280만배럴), 한국(223만배럴), 러시아(253만배럴), 프랑스(203만배럴) 등의 순으로 석유소비가 많다.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세계 6위의 석유 소비국이다. 석유를 쓰는 산업의 비중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석유위기가 닥쳐오면서 석유를 지금처럼 계속 생산할 경우 몇 년이나 버틸 수 있는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른바 가채연수(R/P)로 유전의 확인매장량(Reserve)을 그해의 연간 생산량(Production)으로 나눠 계산한다. 세계의 석유매장량은 2001년 말 기준으로 1조500억배럴이다. 지금의 소비속도를 감안할 경우 약 40년 정도밖에 버틸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OPEC와 IEA, 각각 산유국과 소비국 입장 대변그렇다면 석유는 어떤 루트를 통해 거래될까. 원유를 갖고 있는 나라와 주요 소비국이 다르다 보니 움직임이 활발하다. 특히 세계원유생산은 중동지역에 편재된 반면, 소비는 북미와 유럽 아시아 등에 집중되면서 거래가 활기를 띤다.거래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현물거래와 기간계약 거래 방식이 그것이다. 현물거래는 말 그대로 시장에서 직접 원유를 사고파는 것이고, 기간계약제는 1년 이상 원유를 공급하기로 맺는 공급계약식으로 이뤄지고, 계약기간은 보통 3~5년이다. 이 경우 가격조건은 일정기간마다 조정이나 갱신이 가능하다.세계적으로 보면 현물거래량이 약 47%, 기간계약 물량이 53%를 차지한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기간계약 방식이 60~70%를 차지한다. 이는 전량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라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서다.세계석유시장의 역동성에는 OPEC와 IEA도 한몫 한다. 세계 석유를 주무르는 괴력의 기구로 불리는 두 조직은 ‘생산국 카르텔 대 선진소비국 대변자’로서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먼저 OPEC는 메이저 석유회사들의 일방적 가격결정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으로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등 11개 나라가 멤버로 참여하고 있다. 세계원유생산의 40.7%를 차지하고 있으며 전세계 석유수출 물량의 60%를 점하고 있다. 회원국들의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는 여유 생산량(Spare Capacity)을 보유해 OPEC의 정책적 가격(유가밴드)을 설정하고 더 나아가 생산조절을 통해 가격을 통제한다.IEA는 미국을 위시해 소비국 입장을 대변하는 기관으로 1차 오일쇼크 이후 미국의 주도로 1974년 설립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 한해 가입이 허용되며 현재 30개 OECD 국가 가운데 아이슬란드, 멕시코, 폴란드, 슬로바키아를 제외한 26개국이 회원이다. 에너지 위기 발생을 예방하는 역할과 함께 다자간 협력을 통해 석유 위기 발생시에 대비한 비상대응체제를 갖춰놓고 있다.국제기구 외에 세계석유시장을 움직이는 실세는 또 있다. 바로 석유 메이저 기업이다. 세계 최대의 석유회사로 꼽히는 엑슨 모빌을 비롯해 BP, 로열 더치 셸, 셰브런 텍사코, 토털 피나 엘프 등이 대표적이다.이들을 일컬어 일각에서는 ‘슈퍼메이저’ 또는 ‘울트라메이저’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만큼 영향력이 크다는 의미다. 이들 회사는 석유의 탐사, 개발, 생산, 수송, 정제, 판매 등 전분야에 걸쳐 일관된 체제를 갖추고 사업을 전개한다.산유국 산하 국영석유회사도 많지만 세계석유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다지 높지 않다. 세계 최대의 국영석유회사인 사우디 아람코사를 포함해 Gazprom(러시아), NIOC(이란), INOC(이라크), KPC(쿠웨이트)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들 회사는 많은 매장량을 바탕으로 생산까지 담당하지만 수송, 정제, 판매 등에서는 취약하기 때문에 세계 메이저 석유회사 그룹에는 들지 못한다.세계석유시장에서 나타나는 특징 가운데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아시아 프리미엄’이다. 세계 최대 석유 공급지역인 중동지역 산유국들이 판매하는 원유가격은 유럽이나 미국에 팔 때보다 아시아행 가격을 높게 책정한다.구체적으로 지난 1995~2002년 사우디아라비아의 대표 원유인 아라비안 라이트를 예로 들면 아시아에는 배럴당 19.8달러에 판매한 것에 비해 유럽은 18.6달러, 미국에는 18.5달러에 공급했다.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 가운데 하나로 아시아의 중동산에 지나친 의존도가 한몫 한다는 분석이다.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과 유럽 등은 중동 의존도가 30% 전후이지만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 각국은 80%에 육박한다”며 “자연 중동의 산유국들이 이런 약점을 이용해 좀더 높은 가격에 원유를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또 하나 아시아시장의 핵심 원유인 두바이유가 갖고 있는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 두바이유는 중동산 원유의 현물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원유로 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이후 생산량이 크게 줄어 시장에서 거래되는 물량이 기본적으로 너무 적다. 따라서 두바이유의 현물시장 가격은 중동산 원유의 적정한 대변자 기능을 하지 못해 아시아시장에 판매되는 원유가격을 왜곡시키는 경우가 있다.돋보기 / 두바이유-브렌트유-서부텍사스유 차이점생산지역에 따라 구분두바이유는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에서 생산되는 것으로 중동원유의 가격지표 역할을 한다. 이에 따라 아시아지역 원유도입 가격 기준으로 다른 유종의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API(미국석유협회) 비중 31.0도에 황을 2.04% 함유하고 있다. 하루 생산량은 19만배럴로 많지 않다.브렌트유는 영국 북해에서 생산되는 유종으로 유럽 및 국제 원유 거래의 가격지표로 쓰인다. 생산량은 일일 평균 42만배럴이고, 가격유동성이 풍부해 시장 실제 수급상황을 가장 잘 반영하는 원유로 평가받고 있다. API 38.3도에 황함량은 0.37%다.서부텍사스유(WTI)는 미국 텍사스주 서부와 뉴멕시코에서 주로 생산되는 초경질 저유황 원유다. 미국시장의 기준가격으로 중동산 원유의 미국시장 도입시에도 기준가격 역할을 한다. 특히 뉴욕 원유 선물거래의 기준 원유로 세계시장의 선행지표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