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파트 강화 . 육성전략 개발 '분주' ... 삼성 등 인사시스템 보완에 나서

“사내 MBA과정에서 재무와 회계 분야를 수강한 덕분에 국제재무위험관리사(FRM) 자격증을 땄습니다. 이후 동료들에게 적극적으로 수강을 권하고 다녀 ‘전도사’라는 별명을 얻었죠.”삼성물산 정밀화학사업부에 근무하는 신명철 주임은 지난해 사내 MBA과정인 SBA(Samsung Business Academy)를 마친 후 직장생활이 훨씬 활기차졌다고 자평한다. 큰 액수는 아니지만 자격증 수당이 연봉에 더해졌고 상사로부터 성실성을 인정받았으며 직무에 대한 전문성 또한 업그레이드됐기 때문이다.SBA는 삼성물산이 지난 2001년 9월부터 운영하고 있는 인재육성 프로그램이다. 재무, 회계, 마케팅, 경영전략, 기업법무 등으로 구성된 교과목에 교수, 회계사, 변호사 등 해당 분야 최고전문가가 강사진으로 참여한다. 대리급은 2과목 이상, 과장급은 4과목 이상 반드시 이수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는데다 직원 개인의 교육성과는 극비로 관리되는 인재 등급 분류에 중요한 판단 근거로 활용하고 있다.기업들이 인재육성에 발벗고 나섰다. 어떤 기업이나 탐내는 핵심인재를 영입하는 것 이상으로 내부 인력을 핵심인재로 키우는 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지난해 이건희 삼성 회장이 “예측불가능한 미래사업을 찾기보다 어떤 환경변화가 닥치더라도 완벽하게 대처할 수 있는 우수인재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한 뒤부터 대기업 전체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우수인재 확보가 기업의 최대경쟁력’이라는 인식이 사내 교육, 인재육성 전략 확충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사내 교육 프로그램 ‘이제는 필수’내로라하는 대기업 가운데 인재육성을 위한 사내 교육 프로그램을 하나쯤 가동하지 않는 곳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실제로 취업포털사이트 인크루트가 국내 289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체의 52.6%가 사내 교육을 의무화하고 있고 85.5%는 사원들의 재교육비를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직무 관련 교육비를 전액지원한다는 곳도 64%에 이르렀다. 프리챌에 기업 인사담당자 커뮤니티 ‘HR프로’를 운영하고 있는 남기웅 KTF 인사혁신팀 대리는 “기업마다 효과적인 인재관리를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구성원의 성취욕 고취와 전문성 강화 등을 위해 크고 작은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ㆍ운영하는 곳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최근 사내 교육기관 ‘디지털혁신학교’(Digital Innovation CollegeㆍDIC)를 설립한 LG전자의 경우 ‘핵심인재 육성’을 기치로 내걸고 있다. 핵심직무를 먼저 선택한 후 직무에 부합하는 인재를 선발, 육성하는 방식을 취한다는 게 특징.교육 프로그램도 다양해 국내외 대학에서 MBA과정을 밟는 GMBA, 연구개발핵심육성제도, MOB프로그램 등이 가동 중이다. 경북 구미시 LG전자 러닝센터에 문을 연 디지털혁신학교에서는 올해 디지털 디스플레이 및 미디어사업본부의 그룹장 이상 관리자 500여명이 ‘입학’할 예정이다.지난해부터 핵심인재 확보에 총력전을 폈던 삼성SDS는 전직원의 IT전문가화를 지향하는 교육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 채용부터 인재육성, 보상 및 평가까지 일관된 인사시스템 ‘SDS프로웨이’에 따른다. 신원준 인사팀 책임컨설턴트는 “채용되는 즉시 기본역량 강화단계에 들어가 4년차 이상이 되면 전문역량 강화단계를 거쳐 전문가로 성장하게 된다. 이 과정은 임원급 이하 전직원에게 빠짐없이 적용된다”고 밝혔다.특히 800개 강좌로 구성된 ‘마이 프로웨이’ 프로그램을 연간 200시간 이상 필수 수강하도록 해 사실상 일과 학습이 함께 진행되는 독특한 구조다. 학습성과가 평가와 보상으로 연결됨은 물론이다.SK텔레콤이 모든 정규직원을 대상으로 시행 중인 VLS도 마케팅, 어학, 경영 등 수백개 강좌 가운데 최소 5학점 이상 이수하도록 하는 원격교육시스템이다. 핵심인력 33명을 선발해 MBA과정 유학을 보내주는 ‘글로벌 MBA프로그램’도 지난해부터 가동 중이다.이밖에 삼성전자, 포스코, 롯데제과, 제일기획, 한국산업은행, CJ, SK 등이 모범적인 인재양성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기업으로 손꼽힌다.바빠진 인사팀 ‘시스템 손질’ 분주‘인재육성 및 관리’가 기업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가장 바빠진 부서는 HR(Human Resources) 관련 파트. 인사 관련 이슈를 담당하는 전문컨설팅조직을 신설하는 곳이 늘고 있고, 아웃소싱에도 적극적이다. 또 인재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인사시스템 개발에도 관심이 높아져 때아닌 인사전문가 확보 전쟁이 벌어지고 있기도 하다.‘인재경영’을 기치로 내건 삼성그룹의 경우 지난 연말 핵심인재 확보 및 관리 전략 수립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각 계열사 인사담당자로 구성, 3개월 동안 가동한 바 있다. 이 팀은 GE, 네슬레 등 인적자원 활용으로 유명한 기업들을 직접 방문해 노하우를 벤치마킹하는 등의 과정을 통해 한국적 상황에 맞는 인사 전략 모델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삼성그룹 관계자는 “극비로 진행된 프로젝트여서 아직까지 사내에서도 구체적인 내용이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소수의 핵심인재를 따로 관리하는 현행 인사관리시스템의 허점을 보완하고 인재이탈의 해결방법을 찾는 방향으로 태스크포스팀이 운영된 걸로 안다”고 밝혔다.KTF도 지난 1월 취임한 남중수 사장의 ‘인재경영’ 지침에 따라 새로운 인사시스템 구축에 나선 상태다.돋보기 / P&G의 인재육성 비법‘사람이 제1의 자산’ 철저한 교육의 힘‘신입사원을 최고의 핵심인재로 키우는 비결이 뭔가?’신입사원만 뽑아 내부 교육ㆍ승진을 통해 핵심인재로 키우는 독특한 인재경영으로 정평이 난 P&G가 경쟁사로부터 흔히 받는 질문이다. 송동언 한국P&G 인력개발본부 이사는 “사람을 제1의 자산으로 여기며 개인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이끈다”고 간단하게 대답한다.그러나 보다 구체적인 해답은 혹독하다할 정도로 철저한 교육시스템에서 찾아볼 수 있다. △E-learning △Corporate Training △Functional Training △On the Job Training 등 네 가지 커리큘럼을 바탕으로 사내대학, 영어교육, 인트라넷을 통한 개별교육 등 수많은 프로그램이 동시 가동 중이다.카메라 앞에서 진행되는 프리젠테이션 교육, 카드게임처럼 진행되는 설득ㆍ회유ㆍ경청ㆍ주장 등 의사소통 교육 등 다른 기업에서 찾아보기 힘든 프로그램도 많다.‘CEO를 키운다’는 게 이 회사의 교육목표. 교육을 통해 항상 전략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법을 배우게 돼 개개인이 경쟁우위에 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회사출신 중에는 ‘스타 경영인’이 유독 많다. 차석용 해태제과 사장, 조인수 피자헛 사장, 염진석 야후코리아 고문, 최원식 알리안츠 마케팅 이사 등이 ‘P&G 올드보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