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의류매장에 들어가 보면 벌써 여름이 성큼 다가선 느낌이 든다. 화사한 봄옷 사이를 비집고 싱그러운 느낌의 여름옷이 결려 있다. 반팔티셔츠뿐만 아니라 반팔남방, 반바지 등도 버젓이 자리잡고 있다. 아직 두꺼운 외투를 벗어던지지도 않은 사이에 우리들 곁으로 불쑥 여름풍경이 찾아온 셈이다.계절을 거스르는 여름옷의 등장은 의류회사들의 치밀한 마케팅 전략의 산물이다. 특히 주5일 근무제 등의 영향으로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난 것이 겨울에 여름옷을 내놓게 된 배경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다 2월부터 결혼시즌이 시작되고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하와이나 괌, 사이판 등 날씨가 더운 곳으로 신혼여행을 떠나는 점도 의류회사들을 유혹하는 요소로 분석된다.이규재 이랜드 헌트사업부 브랜드장은 “여가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실제로 해외여행이 일반화되면서 한겨울에도 여름옷을 찾는 사람들이 적잖아 3년 전부터 일찍 내놓기 시작했다”며 “요즘도 회사 인터넷 사이트나 전화를 통해 여름옷을 살 수 있느냐는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김세레나 휠라코리아 마케팅팀장도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많고, 또 겨울에도 실내에서 운동하는 사람들이 적잖아 반팔티셔츠나 반바지를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여름옷을 내놓는 시기는 업체마다 조금씩 다르다. 이랜드 계열 브랜드들은 보통 2월 초에 출시한다. 이에 비해 TBJ 등은 2월 말에 내놓는다. 반면 스포츠의류업체들은 좀 빠르다. 1월 초에 이미 출시에 들어간다. 실내에서 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겨냥한 포석이다.그렇다고 모든 업체들이 ‘겨울에 여름옷을 내놓는 마케팅’을 전개하지는 않는다. 일부 업체들은 여전히 4월 초가 돼야 본격적으로 여름옷을 출시한다. 하지만 이들 업체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지오다노의 한 관계자는 “우리 회사의 경우 아직은 동참하고 있지 않지만 향후 2월을 전후해 여름용 의류를 내놓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매출도 짭짤하다. 매장마다 조금씩 차이를 보이지만 전체의 5~10%를 차지한다. 헌트 신촌점의 고영진 점장은 “하루 평균 15명 안팎의 손님들이 여름옷을 찾고 있다”며 “전체 매출액 가운데 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TBJ 노원점 관계자 역시 “여름옷이 차지하는 매출비중은 5% 선”이라고 말했다. 이에 비해 휠라코리아측은 “여름용 스포츠웨어가 차지하는 매출액은 전체에서 10%쯤 된다”고 말했다.의류업체들이 겨울에 여름옷을 내놓는 이유는 단지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고객들의 반응을 살펴 4월 말부터 본격 시작되는 여름시즌에 대비한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예를 들어 요즘 내놓고 있는 모델 가운데 인기를 끄는 제품은 무엇이고, 그렇지 못한 것은 무엇인지 미리 알아볼 수 있는 것이다.데이터는 곧바로 디자인팀이나 마케팅팀에 보고돼 여름시장에 대비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고객의 성향파악이 끝난 만큼 실제 여름시즌이 열리면 상대적으로 여유 있게 대응할 수 있는 셈이다.특히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디자인이나 컬러는 시간적으로 충분히 보완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리스크를 크게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이런 점 때문에 겨울에 팔리는 여름옷은 소량만 제작되는 경향이 강하다. 고객들의 반응을 전혀 살피지 않은 상태에서 출시하는 만큼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업계 일각에서 ‘스폿(Spot) 제품’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헌트의 이규재 브랜드장은 “소비사이클이 빨라지고 있기 때문에 여름제품을 미리 선보이는 것은 고객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일부 업체들은 선점효과에 대한 기대도 숨기지 않는다. 미리 출시할 경우 어느 정도 선점효과가 있기 때문에 마케팅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는 논리다. 한 의류업체 관계자는 “최근 들어 캐주얼의류업체들간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어 경쟁업체보다 한 발 앞서 제품을 내놓는 것은 손해 볼 것이 없는 상황이다”고 강조했다.노무현 대통령 경제정책 제대로 읽기승용차 10부제와 시장경제운전을 할 것인지, 아니면 다소 불편하더라도 대중교통을 이용할 것인지를 선택하는 것은 일종의 경제행위다. 사람들이 컴퓨터 앞에 앉아 운전의 편리함과 비용을 분석해가며 결론을 내리는 것은 아니지만 승용차 운전의 쾌적함과 도로의 소통상태, 기름값, 대중교통의 접근성 등을 따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정부가 이라크전쟁이 발발하거나 석유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면 시행하겠다고 발표한 ‘승용차 강제 10부제’는 공권력을 동원해 운전자의 합리적인 선택기회를 박탈한다는 점에서 반(反)시장 정책이다.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더라도 자동차를 꼭 써야겠다는 사람들도 10부제 위반 과태료(10만원 예정)를 감수하지 않고서는 차를 몰 수 없다.자동차 강제 10부제를 시행하는 데 들어가는 사회비용도 만만치 않다. 도로에서 위반차량을 색출하고 딱지를 떼는 경찰관들을 곳곳에 배치해야 한다. 자동차가 필요한 영세 자영업자에게는 10부제를 적용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이 혜택을 받으려면 시군구에 가서 별도의 확인을 받아야 한다.10부제가 시행되면 교통흐름이 빨라져 평소에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던 사람들이 자동차를 몰고나올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 이 때문에 10대 중 1대꼴로 승용차 운행을 제한하더라도 그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시장경제에서는 수요를 효과적으로 조절하는 수단이 가격이다. 휘발류가격을 올리면 운전자가 줄어든다. 개개인의 선택기회를 빼앗지도 않고 단속경찰관을 배치할 필요도 없다. 교통흐름이 빨라지는 혜택을 누리려면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합리적이다.물론 가격정책에도 한계는 있다. 승용차 보유자들이 가격변화에 둔감하면 기름값을 올리더라도 운전자가 거의 줄어들지 않는다. 외환위기 직후 기름값이 두 배로 오르자 거리의 차량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지만 ℓ당 100~200원 정도 오른다고 해서 많은 사람들이 대중교통을 선택할 것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인위적 가격인상은 시장에 이중가격을 형성하고 대체상품 수요를 늘리는 등 시장을 왜곡할 수도 있다. 석유는 전량 수입되기 때문에 다른 상품에 비해 효과적으로 가격통제를 할 수 있지만 가격이 오른 만큼 밀수 유혹도 커진다. 솔벤트나 톨루엔으로 만든 가짜 휘발류 판매가 극성을 부릴 수도 있다.기름값을 올리면 부자들만 좋아질 것이라는 국민정서도 정책당국으로서는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이 가격인상에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받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자동차 소유자들을 일반적인 서민으로 볼 수 있는지, 운전을 서민의 생필품으로 볼 수 있는지는 좀더 따져봐야 할 사안이다.승용차 강제 10부제와 휘발류가격 인상에 모두 문제가 있다면 선택의 기회를 존중하는 방식(가격정책)으로 에너지절약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노무현 대통령이 강조하는 시장시스템을 정착시키려면 일상생활과 밀접한 자동차 운전에서부터 시장원리를 도입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현승윤ㆍ한국경제신문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