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중음악계에서 ‘델리 스파이스’의 자리는 독특하고 소중하다.분명 ‘인디’의 성향을 지니고 있는 것 같은데도 이른바 홍대 앞에서 창궐한 전형적인 인디밴드라고 한 묶음 하기에는 좀 뭣하고 그렇다고 이른바 주류음악계에서 활동하는 밴드라고 하기에도 잘 맞지 않고 록밴드인 것은 분명한데 왠지 약간 거리를 두고 따로 떨어져 걷고 있는 듯한.음악을 듣고 나면 더욱 헷갈린다. 기타, 베이스, 드럼의 악기 구성으로 보면 록밴드가 분명한데, 쏟아내는 음악의 멜로디는 귀에 착 달라붙을 정도로 ‘가요스럽고’ 보컬의 음색은 록밴드치곤 지나치게 가녀리고 섬세하다.1997년, 그때까지 한국에서 들을 수 없던 ‘차우차우’와 같은 참신한 트랙을 담은 데뷔음반으로 신선한 충격을 주며 데뷔한 델리 스파이스는 전형적인 록밴드가 아닌 모습으로 한국 록음악계의 한 자리를 꿋꿋이 지켜온 소중한 존재다.음반을 발표할 때마다 호들갑스러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그들은 아니지만 그들을 기억하고 그들의 음악을 기다리는 얇지 않은 팬층을 갖고 있는 그들이다. 그 델리 스파이스가 다섯 번째 도전을 감행했다.5집을 들으면 ‘도전’이라는 단어가 어색하지 않다. 첫 트랙 ‘노인구국결사대’부터 변화가 감지된다. 한층 강렬해진 록사운드, 게다가 현 정치현실을 은근히 비꼰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가사까지. 강하게 쟁쟁대는 기타톤과 강력한 드러밍은 음반 전체를 휩싸고 있는 느낌이라 순간 ‘어, 델리 스파이스 맞아’ 하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내밀한 일기의 일부를 드러낸 듯한 섬세한 감수성과 금세 귀에 착 감겨오는 친근한 멜로디는 ‘여전히 델리 스파이스’임을 곧바로 실감하게 한다.김민규가 만든 5곡, 윤준호의 4곡, 최재혁의 3곡이 음반에 사이좋게 실려 있는데 각자 따로 작업을 해도 비슷한 감수성으로 혹은 함께 한 조율작업에서 하나의 방향과 컨셉으로 모아지는 것이 이들의 강점이기도 하다. 지난 4집 ‘D’에서 서서히 자신의 지분을 넓혀온 드러머 최재혁의 곡이 3곡 실려 있는 것이 눈에 띈다.마치 아마추어밴드와 같은 신선함이 묻어나는, 음반을 열어주는 상큼한 두 곡 ‘노인구국결사대’와 ‘날개 달린 소년’, 이번 음반의 변화상을 가장 극명하게 보이는 강렬한 트랙 ‘키치죠지의 검은 고양이’를 비롯한 윤준호의 곡 ‘숨겨진 보석’과 ‘환상특급’, 가장 가요스러운 발라드 ‘고백’, 음반의 대미를 장식하는 장중한 분위기의 대곡 ‘quicksand’에 이르기까지 델리 스파이스의 감칠맛 나는 음악메뉴가 새 봄을 먼저 알리는 듯하다.이 주의 문화행사창세기3월21일(금) 오후 7시30분, 22일(토) 오후 4시/LG아트센터/R석 6만원, S석 4만원, A석 3만원아방가르드 연극의 젊은 연출가 로메오 카스텔루치가 선보이는 무언극. 관객의 감정에 직격탄을 가하는 충격적이고도 과감한 연극으로 ‘낯선 세계로 내쳐진 듯한 악몽 같은 경험’을 하게 만든다.인류의 창조의 순간을 담은 이번 작품 <창세기 designtimesp=23603>를 통해 창조가 품고 있는 또 다른 이면인 파괴의 가능성을 직면하게 한다. 성서의 첫 번째 장에서 출발한 카스텔루치의 창세기는, 19세기 후반 퀴리부인의 실험실에서부터 20세기 아우슈비츠 수용소, 그리고 저주의 땅인 카인의 영역까지 시간과 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든다.대사를 통한 기존의 의미 전달방식을 거부하고 정상인과는 다른 모습을 지닌 인물, 동물의 등장, 로봇을 비롯한 가지각색의 기계장치 등 생소한 소품 등을 이용해 메시지를 던진다. (02-2005-1114)이문세 독창회 ‘더 오페라’ = 3월22~23일, 3월27~30일 한전아츠풀센터. 가수 이문세가 전국투어 공연을 시작한다. 1년 동안 서울, 전국 주요 20여개의 도시를 투어할 예정. 98년 ‘제1회 이문세 독창회’를 시작한 이문세. 올해 공연 부제를 ‘오페라’로 내세우며 또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1588-7890)타악뮤지컬 야단법석 = 3월30일까지 연강홀. 음악을 좋아하는 스님들의 좌충우돌 수행기. ‘야단법석’(野壇法席)이란 석가모니가 들판에 단을 쌓고 불법을 설파한 야외법회에서 유래한 말. 많은 사람이 모여 시끌벅적하게 두드리고 노는 가운데 자아성찰의 계기를 마련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삭발을 한 관람객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강준석 양진영 등 출연. (1588-7890)엘렉트라 = 4월6일까지 김동수 플레이하우스.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어머니를 죽이는 딸, ‘엘렉트라 콤플렉스’의 주인공 엘렉트라를 담은 연극. 인간의 사회적 규범과 양심간의 도덕적 갈등을 드러내는 그리스 비극을 채윤일이 연출한다. (02-780-6343)매디슨 카운티의 추억 = 4월20일까지 산울림 소극장. 무미건조한 일상에 묻혀 살던 중년 여성 앞에 사진작가가 운명처럼 나타난다. 로버트 제임스 윌러의 베스트셀러 원작을 연극무대에 올렸다. 임영웅 연출. 손숙 한명구 출연. (02-334-5915)기차 = 4월20일까지 연우소극장. 인적 드문 시골역에 내버려진 마술사 부부와 두 남매의 이야기를 담은 연극작품. 극단 초인. 송경순 원작, 박정의 연출. 현대철 송경순 정의순 등 출연. (02-764-87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