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점포 인수해 흑자로 탈바꿈...7개 점포서 4천억원대 매출 올려
대 말. 이랜드 내에서는 유통업 진출 문제로 불꽃 튀는 논쟁이 벌어졌다. 새로운 성장모델이 필요하다는 찬성론과 투자비가 많이 드는데다 대기업들도 번번이 실패할 정도로 버거운 유통업은 위험하다는 반대론이 첨예하게 부닥친 것.그렇지만 당시 내부적으로 골칫거리였던 재고처리의 필요성이 높아진데다 백화점 등 대형 유통업체와 직접 경쟁을 피할 수 있는 틈새시장 개척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으면서 ‘돌다리를 두드리는 심정으로’ 조심스레 진출했다. 그리고 2002년 말.이천일 아울렛은 분당점, 중계점 등 7개 점포에서 4,200억원의 매출과 270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효자’ 계열사로 거듭났다. 이천일 아울렛의 고속성장에 고무된 그룹이 향후 유통업에 ‘제2의 승부수’를 던지겠다는 점을 분명히 할 정도로 성공한 것이다.그럼 이천일 아울렛이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국내 굴지의 유통 강자들의 틈새를 비집고 성공한 비결은 뭘까.한마디로 차별화 전략이 통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 평이다. 백화점과 할인점이라는 유통업계 양대산맥을 절묘하게 피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는 것. 실제로 이천일 아울렛은 백화점이 편의성과 브랜드 수준은 뛰어나지만 중산층 이하의 고객 입장에서는 부담스럽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래서 시설과 서비스는 백화점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가격대는 할인점에 버금갈 정도로 차별화를 꾀한 것이 대성공으로 이어졌다.매거진 발송 등 단골고객 집중 공략이 과정에서 서두르지 않고 충분한 검증을 거친 뒤 확장전략을 편 것이 주효했다. 1호점인 당산점의 경우 기존 업체가 부도가 난 곳으로 91년 점포를 얻어 인테리어, 가격대, 브랜드 수준 등에서 다양한 실험을 통해 가능성 여부를 타진한 뒤 95년에야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아울러 이랜드의 패션 브랜드를 모두 모은 쇼핑몰 ‘라파밀리아’를 서울 명동 등 전국 주요상권에 5개를 운영하면서 겪은 경험을 고스란히 이천일 아울렛 비즈니스 모델 만들기에 활용했다. 이렇게 해서 ‘패션을 중심으로 한 백화점식 할인점’이라는 세계적으로 사례가 없는 신업태가 태어난 것.특히 ‘모던하우스’(유럽형 생활용품 전문점)라는 컨셉룸은 주부들의 열렬한 호응을 얻어냈다. ‘차별화 전략’의 핵심무기였던 셈이다. 집안 꾸미기와 손님 초대를 즐겨하는 20~30대의 전업주부로 아파트에 거주하며 인테리어 잡지 등을 즐겨 구독하는 사람을 타깃으로 한 이 매장은 주방용품, 가전제품, 침구 및 욕실 수예용품 등을 모델하우스 식으로 꾸민데다 가격대도 기존 백화점의 절반 수준이다.30여명의 구매전문가(MD)들이 북미, 유럽, 동남아 국가들을 수시로 다니면서 품질은 우수하고 가격은 저렴한 제품을 공급, 까다로운 주부고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분당점의 경우 1,000여평의 공간에 침실, 주방, 욕실, 응접실, 공부방 등 13개 테마의 컨셉룸을 마련, 하루평균 구매고객수가 3,000명에 달한다고 한다.입지전략도 이에 못지않게 독특했다. 부지를 구입해 건물을 새로 짓기보다 주로 기존 건물을 임차해 투자비용을 낮추는 데 주력했다. 서울시 노원구의 중계점이 대표적이다.중계점은 이미 기존 유통업체 2곳이 청산의 아픔을 겪은 곳이지만 지난 97년 과감하게 뛰어들어 지난해 1,530억원의 매출과 16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는 등 최고의 성공을 거뒀다. 이처럼 중소형 아파트에 사는 중산층 주부들이 밀집해 있는 지역 유휴지에 저렴하게 들어가는 전략이 적중한 것.당연히 마케팅도 차별화를 꾀했다. 일반적으로 기존 유통업체들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전단지를 돌리거나 매체광고에 주력한 반면, 일정한 구매회수를 유지하는 로열티 고객을 대상으로 매거진을 발송 등 단골고객을 집중 공략했다. 즉 타깃을 분명히 하고, 마케팅 역량을 집중한 것이 유효했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이랜드그룹이 자랑하는 지식경영도 단단히 한몫 했다. 지난 2000년 30여억원을 들여 ERP 시스템을 도입해 ‘입고-출고-재고-결산-평가-회계’ 등 일련의 정보가 실시간으로 처리되도록 했다.이를 통해 ERP 도입 이듬해인 2001년 매출은 3,7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5.6% 성장한 데 비해 영업이익은 207억원으로 66.5%가 늘어났다. 이처럼 ERP를 도입하면서 조직을 각 영업점별 PC(Profit Center)조직으로 운영, 부가가치를 한껏 끌어올렸다. PC조직이란 최고경영자부터 말단직원까지 자기의 실적을 계속 모니터링하면서 관리하도록 해 생산성을 높이는 시스템이다.지방까지 확대 50개 점포 개점 계획그러나 저가격대를 유지하면서 좋은 품질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기 어렵지 않을까. 게다가 매장수가 적어 대량구매의 이점을 살리기도 힘들 것이라는 일각의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최형욱 마케팅실장은 “상품을 구매하는 100명의 MD조직이 최정예멤버로 구성돼 있는데다 글로벌 구매능력이 뛰어나고 절차가 복잡하거나 내부가 투명하지 못해 생긴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전했다.또한 점포확장에도 적극 나설 것임을 밝혔다. 사실 이제껏 점포수 확대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은 자금력이 부족한 것도 이유지만 확실한 자신감이 생기기 전까지는 내실위주로 경영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그렇지만 올해부터는 사정이 달라져 연내에 수도권 지역에서 4개 점포를 개설한 뒤 중장기적으로 3,500~4,000평대의 대형점포 30개, 2,500평 이하 점포 20개 등 모두 50개의 점포를 더 낼 계획이다.이응복 이천일 아울렛 대표이사는 “이천일 아울렛은 국내외 대형유통업체가 경쟁하지 않는 패션유통 시장에서 차별화된 전략으로 진입한데다 성공가능성을 확인했기 때문에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국내 유통업계의 판도변화를 꾀할 것”이라고 자신했다.돋보기 / 계열사 현황의류·유통 외는 주력사 보조 역할 치중이랜드그룹의 계열사는 총 8개다. 이중 패션과 유통을 제외하고 (주)이랜드개발 등 나머지 4개사는 실적 면에서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88년 사업을 시작한 이랜드개발은 주로 교회건축 및 하우징사업을 펼치고 있다.또 90년에 출범한 (주)리드는 캐릭터, 소품, 건축마감재 등의 사업과 더불어 그룹의 신규사업 인큐베이팅 역할을 맡고 있다. (주)프란시아는 94년 설립한 가구전문점으로 전국에 100개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다.이밖에 2000년 막내 계열사로 이름을 올린 (주)이랜드시스템스는 e비즈니스 전문 컨설팅업체로 그룹의 전산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