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단계 축소·대량구매 등 유통혁신 통해 가격파괴
‘할인’을 무기로 사업에 뛰어든 프랜차이즈업체는 불황이 두렵지 않다. 오히려 경기에 대한 불안심리로 알뜰해진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때아닌 호황을 누리는 곳도 적지 않다. 생활용품할인점, 사무용품할인점, 아동복할인점, 주방용품할인점 등은 이제 귀에 익숙하다.저가형 음식점들도 불황이 와도 크게 긴장하지 않는 눈치다. 전문가들은 장어구이전문점, 장작구이 피자전문점, 가격파괴 중국집 등이 대표적인 저가형 음식점으로 소개한다. 그렇다고 이들이 ‘싼 게 비지떡’이라고 제품이나 서비스 질마저 ‘할인’해주는 것으로 여기면 오해다.제품의 질은 기본이고 인테리어와 친절한 서비스도 갖췄다. 이들이 제품을 싸게 파는 것은 유통단계를 줄이거나 대량구매 등 유통혁신을 통해 가능해졌기 때문. 불황이 깊을수록 더욱 빛을 발하는 할인형 유통점과 저가형 음식점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할인형 유통업체할인점은 모든 소비자를 반기지 않는다. 생활용품에 대해 합리적인 소비성향을 갖고 있는 이들을 집중 공략한다. 할인점의 성공포인트는 질, 인테리어, 서비스 등이 만족스러워야 한다. 일본 할인점의 대명사인 ‘100엔 숍’의 경우 백화점에 입주해 있을 정도로 제품 질이 우수하다.사무용품할인점은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대표적인 할인점. 문구, 사무기기, 컴퓨터 주변용품 등 각종 사무용품을 시중보다 20~25% 싸게 판다. 사무용품할인점은 취급품목이 많은 편이지만 제품의 수명주기가 길어 재고부담이 적다.또 경기의 영향을 덜 받을뿐더러 휴가철을 제외하곤 꾸준히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귀띔이다. 김병순 베스트오피스 이사는 “최근 문구점이 사무용품전문점 영역으로 뛰어들면서 시장이 가열되고 있다”며 “불황일수록 더욱 안정적인 사업이라는 점에서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주방용품할인점은 소형가전제품, 일상생활용품, 판촉물, 레저용품, 잡화 등 무려 2,000종이 넘는 제품을 판다. 지난 89년부터 주방용품할인점을 운영해 온 최세규 키친나라 사장은 “최근 문의전화가 평소보다 20~30% 늘어났다”고 밝혔다.출산유아용품전문점도 요즘 쏠쏠하다. 신생아부터 유아까지 아기들이 사용하는 모든 것을 판매하는 곳. 육아 경험을 가진 주부들이 가장 선호하는 사업이다. 70년대까지만 해도 시장상품 일색이던 이 분야에 90년대 이후 유명 브랜드 선호 바람이 거세졌다.그러나 최근에는 다시 실용성과 합리적인 가격을 중시하는 소비문화가 정착되고 있어 가격파괴형 브랜드가 빠른 성장세를 타고 있다. 무엇보다 출산용품은 필수품이라는 점 때문에 불황에 강하다.아동복할인점은 아동복과 아동용품을 중저가에 파는 곳. 주로 5~13세 자녀들을 둔 주부들이 주 타깃으로 유명 브랜드 제품에 비해 30% 이상 저렴한 편. 현재 100여종이 넘는 브랜드가 각축을 벌이고 있다.특히 체인점의 경우 프랜차이즈 본사가 생산공장에서 일괄구매해 각 체인점에 택배로 발송하기 때문에 물건을 매입해야 하는 부담이 없고 이에 따라 시간과 경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저가형 외식업체고급음식으로 여겨지던 음식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되면서 대중음식으로 옮아가는 추세가 뚜렷하다. 유재수 한국창업개발연구원장은 “불황일수록 저렴한 가격에 비해 양이 푸짐하고 맛도 좋은 곳이 소비자들을 불러모은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장어구이전문점, 장작구이 피자전문점 등을 요즘 인기 있는 저가형 음식점으로 꼽았다.장어구이전문점은 보양음식인 장어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곳. 보통 1㎏당 3만~4만원은 족히 들었던 것이 2만원대의 가격으로 맛볼 수 있게 된 것.그동안 주머니 사정으로 다소 부담을 느껴왔던 직장인들을 끌어들임으로써 고객층을 넓혀가고 있는 중이다. 장어마을 메기촌의 오정섭 사장은 “하루에 체인점 개설 문의가 10여건 들어오고 있다”며 보양식인데다 가격이 저렴해지면서 육류 소비층이 옮아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저가정책을 펴고 있는 장작구이 피자전문점도 큰 인기다. 장작구이 피자는 기존의 가스오븐이 아닌 장작을 이용한 화덕에서 짧은 시간에 구워낸다. 반죽과 소스의 독자적인 개발로 레스토랑형 고급피자를 3분요리로 패스트푸드화해 중저가에 공급하면서 수요를 늘리고 있다.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은 가격파괴 중국집, 가격파괴 기계만두점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밝혔다. 가격파괴 중국집은 자장면 1,500원, 짬뽕 2,000원 등 라면 정도의 가격에 중국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정통 중국음식점이라기보다 중화형 분식집에 가깝다. 최근 2~3년간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데, 주로 서민층 밀집지와 오피스가, 재래시장 등지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김승희 웃기는 짜장 부장은 “최근 배달을 시작하면서 매출이 20~30% 정도 늘었다”며 “창업문의 역시 부쩍 증가한 추세다”고 밝혔다.기계형 즉석생만두전문점은 보통 350만~450만원 정도 되는 만두 빚는 기술자의 인건비를 절약, 이를 가격에 반영한 것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또 기계를 사용하면 시간당 1,000~1,200개의 만두를 만들 수 있다.그렇다고 할인점이나 저가형 음식점이 모두 손님들로 붐비는 것은 아니다. 이경희 소장은 “불황에 내성이 강한 업종이라 하더라도 효율적인 경영매뉴얼을 갖추지 못한 곳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돋보기 / 불황에 강한 소자본창업 아이템리필ㆍ어린이 관련 비즈니스 ‘유망’불황에 강하면서 돈이 적게 드는 소자본 창업 가능 아이템(표참조)도 있다. 리필업과 어린이 관련 비즈니스가 여기에 속한다. 리필업의 대표주자인 잉크충전방은 컴퓨터 프린터에 사용되는 잉크 카트리지에 잉크를 재충전해주는 사업으로 3,000만원선(점포 임대비 비용 제외)이면 창업이 가능하다.‘어린이 관련 사업은 불황이 없다’는 말은 이제 정설로 굳어졌다. 이중 정기적으로 방문해서 아이들의 연령과 능력에 맞게 미술을 가르쳐 주는 어린이 미술교육업, 대형차량 내부를 극장 형태로 개조해 입체영상시스템을 갖추고 교육용 영상물을 상영해주는 아동입체영화관사업을 전문가들은 추천한다.이밖에 다양한 음악활동을 통해 생활음악을 익히게 해주는 어린이 생활음악 방문교육업, 아동복과 아동용품을 판매하는 아동복할인점 등도 불황에 강한 아이템으로 알려져 있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