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의 아웃소싱과 맞물려 시장 급성장, 내년까지 호황 이어질 듯
부실채권 물량이 쏟아지면서 신용정보업체들의 채권추심업이 유래 없는 호황을 맞이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정보의 경우 카드사와 금융권으로부터 수주한 부실채권물량이 1조6,000억원에 이르렀고, 한국신용정보도 머지않아 1조원 돌파가 예상된다.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채권추심업 전체의 매출액은 전년도에 비해 41% 상승한 4,937억원이고, 올해는 이를 훨씬 넘어설 전망이다. 특히 신용카드업계의 연체금액은 지난해부터 매월 20% 이상 증가해 1월 말 현재 8조원에 이른 상태다.여기에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와 현금서비스 한도 제한 등이 맞물려 연체액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신용정보업계는 부실채권 매입 시장규모가 이미 3조원을 넘어섰고, 연말에는 10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신용정보업체들의 수주량 증대는 금융업계와 카드사들의 아웃소싱 비율이 점차 늘고 있는 것과도 연결된다. 상각채권을 중심으로 추심을 의뢰하던 각 업체들은 최근 들어 연체발생 1개월 미만의 상각채권과 일반채권으로까지 의뢰범위를 확대하고 있다.자체적으로 처리할 수 없을 정도로 연체채권이 증가한 탓이기도 하지만 전문업체의 아웃소싱을 통해 회수실적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한다. 실제로 신용정보회사의 지주회사들도 자회사와 신용정보회사들에 채권물량을 분배해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입찰을 통해 추심업체를 선정함에 따라 연체기간이 짧고 연체액이 적어 상대적으로 회수가 용이한 매물을 수주하기 위한 추심업체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 추심업체들과 중소업체들간의 양극화 현상이 눈에 띈다.“한국신용평가정보, 미래신용정보, 한국신용정보 등 조직력과 노하우를 갖춰 신뢰도가 높은 주요업체들이 회수율이 높은 매물의 80% 이상을 수주하고 있다”고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말했다.매각채권과 정부정책도 호황 요인금융사와 전업 카드사들이 매각하는 채권의 규모도 커지고 있다. 연체율을 줄여 경영정상화를 도모하자는 의도다. 채권물량이 몰리자 가격도 많이 떨어졌다. 응찰가가 원금의 10% 미만에 머물러 유찰되는 경우도 있다. 삼성카드와 엘지카드의 상각채권 매각 유찰이 대표적이다.해외투자가나 구조조정전문회사(CRC)들이 상각채권과 장기연체채권들을 사들이고 있는데, 이들이 구매한 채권 역시 신용정보업체들의 수익창출에 일익을 담당한다. 매입한 채권의 관리를 신용정보업체들이 맡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정부의 정책도 채권추심업체들을 들뜨게 하고 있다. 정부는 1개월 이상 연락이 되지 않는 연체회원의 직계가족에게 추심을 할 수 있도록 추심규제를 완화했다. 또 대환대출 상환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했다. 이에 따라 추심대상과 기간이 길어져 회수율이 높아질 전망이다. 회수율 상승은 수익 증대와 직결되므로 채권추심업계에는 반가운 소식임에 분명하다.거의 모든 상황이 채권추심업계에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언제까지 현재의 추세가 이어질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카드사들은 증자와 후순위채권 발행을 통한 자본확충, 현금서비스 수수료율 인상, 서비스 축소 등 경영정상화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그러나 올 연말, 길게는 내년까지 채권추심업 시장의 확장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업계는 전망한다. 특히 부실채권관리의 아웃소싱은 위임사들에도 이익이 되는 만큼 연체율 하락과 상관없이 대세가 되리란 예측도 힘을 얻고 있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