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 밀집지역 식당가 주인들 울상, 초미니스커트 다시 유행 조짐
불황의 여파는 보통 소비자와 공급자를 동시에 강타한다. 요즘의 국내 상황도 예외는 아니어서 회사는 회사대로 가정은 가정대로 아우성이다. 자연 이를 돌파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이 동원되고, 새로운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다.경영자(CEO)들 사이에는 요즘 ‘하이에나 경영학’이 회자된다. 미국발 신조류로 핵심은 최고가 되려면 하이에나처럼 변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특히 요즘처럼 어려운 시기에는 하이에나가 먹잇감을 찾아 헤매듯 새로운 수익모델을 쉼 없이 개발하고, 모든 일에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이다.관련서적도 출간됐다. 빌 포터가 지은 (먹어라 그렇지 않으면 먹힌다)란 제목의 번역판이 국내 서점가에 등장, 경영인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내용을 보면 ‘하이에나가 되어라. 하지만 사냥꾼처럼 보이게 하라’ ‘친절하게 적을 제거하라’ 등 최고경영전략가가 되기 위한 것이 주류를 이루고, ‘정직이 최선’이라는 따위의 덕담은 거부한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리필과 리모델링이라는 말도 유행어가 됐다. 예전에는 커피숍에나 들어가야 리필이라는 말을 썼으나 요즘에는 웬만한 쇼핑센터에만 가도 별도로 리필코너가 마련돼 신제품과 당당히 겨룬다. 가격은 보통 10% 정도 싼데 샴푸나 주방용 세제, 가루비누 등을 중심으로 리필제품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후문이다. 또 리모델링에 대한 수요증가는 대형건설사들의 시장참여를 속속 이끌어내고 있다.리필·리모델링 인기 끌어직장인들 가운데는 구내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해결하는 경우가 느는 추세다. 서울 여의도나 강남역 주변 등 사무실이 밀집돼 있는 지역의 식당들은 저녁 손님은 오래전부터 줄었으나 최근 들어서는 점심시간에도 예외가 아니라고 울상을 짓는다. 사내 주차공간도 조금씩 여유가 생기는 상황이다. 유가급등으로 차를 갖고 다니는 직장인들이 줄면서 나타난 풍속도다.거리에 나가 보면 경차의 비중이 높아진 것을 실감할 수 있다. 한때 고사위기에 빠졌던 경차 시장이 다시 살아나고, 중고차 시장에서도 경차는 인기차종이다. 이제 더 이상 경차가 대형차의 ‘들러리’는 아닌 듯하다.간판도 자주 바뀐다. 경기가 정상적일 때는 보통 점포마다 4~5년 단위로 간판이 바뀐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 같은 불황기 때는 이것이 1년 정도는 단축된다. 장사가 안되다 보니 주인이 바뀌고, 새로 들어온 주인이 간판을 바꿔달기 때문이다. 간판업자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지만 주변의 시선은 곱지 않다. 최근에는 간판마저 리모델링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고 한다.미니스커트의 등장도 예사롭지 않다. 불황이 깊어질수록 치마의 길이가 짧아진다는 속설을 입증하듯 올해의 미니스커트는 엉덩이가 거의 보이는 수준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를 두고 패션계에서는 올여름 여성패션의 중심은 ‘초미니 섹시스커트’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한다.다소 우울한 얘기지만 경기가 나쁘고 증권시장이 추락하면 여의도에 포장마차가 는다는 말이 있다. 먹고살기 힘들어진 사람들이 포장마차를 끌고 여의도에 몰려드는 것이다.그런데 이번에도 예외 없이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적잖은 포장마차가 여의도를 중심으로 서울 전역에서 진을 치고 있다. 청담동 등 강남일대에는 경기가 조금은 나은지 푹신한 의자와 약간 고급스러운 안주를 갖춘 업그레이드형 포장마차가 생겨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