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은행권에서 내놓는 신상품 안내서를 살펴보면 마치 2년여 전 신용카드사들이 만든 상품안내 책자를 보는 듯하다. 영화할인이나 특정사업체와의 제휴서비스를 강조하던 신용카드회사의 전략들이 고스란히 은행권으로 옮아왔기 때문이다.지난해 출시된 우리은행의 레포츠정기예금의 경우 각종 레포츠활동 할인혜택 부가서비스를 덧붙인 게 성공의 일등공신이었다. 금리로는 차별화할 수 없어도 이런 일상적인 혜택의 재미를 덧붙이면 새로운 히트상품이 되는 것이다.우리은행의 ‘뷰티플라이프’ 역시 금리상의 이점과 더불어 ‘삶의 질 개선’이라는 옵션을 담은 상품이다. 노인문제연구기관에서 얻은 자문과 고객조사를 바탕으로 노년층 고객의 가장 큰 관심분야가 건강과 여행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더욱이 연령대에 따른 금융욕구그룹이 점차 세분화되고 있다고 믿던 터였다.뷰티플라이프는 노인고객을 대상으로 정기예금과 신노후생활연금신탁을 하나의 상품으로 구성한 상품이다. 평균적인 정년퇴직시기와 맞물리는 55세 이상 개인을 가입고객으로 한 이 상품의 가입금액은 2,000만원 이상, 가입기간은 1년 이상 연 단위다.금리는 실세금리에 따라 정해진 연이자를 지급하며 1년 회전시점에서는 건강우대금리 0.1%가 더해진다. 인터넷으로 신규가입을 하면 역시 0.1%의 추가금리가 제공된다.사실 이 같은 상품의 개요보다 정작 중요한 특징은 다른 데 있다. 이 상품은 바로 ‘여유와 품격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보장하기 위한 부가서비스가 강점이다. 가입고객에게는 삼성그룹계열사인 ‘365홈케어’와 제휴해 1대1 담당주치의를 무료로 지정해준다.각종 의료시설 예약을 대행해주기도 하고 실버전용 여행상품의 할인혜택도 부여한다.고령화사회에 진입한 만큼 ‘노년층을 위한 상품이 필요하다’는 소비자의 욕구(Needs)는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상품명을 정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고 이창식 개인상품개발팀 부장은 털어놓았다.“‘실버’라는 단어를 넣을까, 아니면 ‘어르신 투자상품’으로 할까. 고민 많았죠. 아무래도 노후의 여생이 아름다운 삶이 되기를 바라는 게 인지상정이겠죠?”이부장은 “‘뷰티플라이프’는 일부러 상품명만으로는 성격이 확연히 드러나지 않게 했다”며 “여신상품이냐고 묻는 고객도 있지만 노년층이야말로 진정한 아름다운 인생(뷰티풀라이프)을 꿈꾼다는 차원에서 이 상품의 이름이 결정됐다”고 설명했다.여신상품과 패키지로 묶을 계획특히 이 상품은 VIP마케팅이 적용된 상품이라는 설명이다. 적극적으로 상품 알리기에 나서지 않는 대신 홍보전단을 고급스럽게 만들었다. 구전효과를 노린 것이다. 이는 이제 금융권도 ‘다품종 소량생산’ 시대를 맞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부장은 이것을 ‘게릴라마케팅’으로 묘사했다.“세분화된 상품을 내놓고 인기몰이를 한 뒤 다른 은행에서 유사상품을 내놓을 때면 또다시 신상품을 내놓는 전략이죠. 이미 개발을 끝내 놓고 출시를 앞두고 있는 아이템도 여러 개 있습니다.”현재 이 상품을 찾는 고객들은 부가서비스를 십분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추가로 서비스를 요청하는 경우까지 있어 은행측은 서비스를 다양화하겠다는 계획이다.또한 여신상품을 같은 이름으로 묶어 노년층을 위한 ‘종합금융상품’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겠다는 각오다. 이 상품의 개발주역인 김종득 상품개발팀 과장은 “조사결과 정년퇴직한 계층의 여신상품 연체율이 매우 낮게 나타났다”며 “한정된 계층을 노리는 상품인 만큼 한계가 있지만 여신이나 부가서비스를 보완해서 가정의 달인 5월 안으로 고객을 확실히 공략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