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 CBS, NBC 등 지상파 방송 앞다튀 진출...유료서비스로 수익 '짭짤'

지난 3월19일 미국 해군 함정에서 발사된 크루즈 미사일이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 하늘을 뒤덮었다. 요란한 공습 사이렌이 울리는 것도 잠시. 바그다드 시내는 거대한 화염에 휩싸이며 순식간에 공포의 도시로 변했다.이라크전쟁은 개전과 동시에 텔레비전을 통해 지구촌 곳곳에 생생하게 보도됐다. 전세계 시청자들은 숨가쁘게 진행되는 전쟁을 텔레비전으로 지켜봤다.지난 91년 미국 뉴스 전문 케이블방송인 CNN이 강력한 영상으로 걸프전을 중개한 후 텔레비전은 신속한 뉴스 전달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그결과 텔레비전은 지구촌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분쟁에 대한 생생한 정보를 얻는 일차적인 수단으로 인식됐다.그러나 이번 이라크전쟁에서는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바람을 일으킨 것은 다름 아닌 인터넷. 인터넷 뉴스가 전쟁보도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텔레비전이 미처 다루지 못하는 부분까지 빠짐없이 전달하는 인터넷 뉴스가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새롭게 주목받는 미디어 비즈니스전쟁은 인류 역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사건이다. 전장에서 싸우는 군인은 물론 수많은 무고한 민간인이 희생되기 때문이다. 세계경제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소비감소로 경기가 침체되고 주식시장도 불안정해진다. 기업들은 혹시 있을지 모르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운다. 한마디로 전쟁은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는 악재다.그렇지만 전쟁으로 떠오르는 분야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전쟁물자와 관련된 회사들이다. 한 발에 수만달러에 달하는 미사일을 생산하는 군수회사는 물론 첨단전쟁장비를 생산하는 회사들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실제로 침체에 빠져 있던 미국 실리콘밸리는 이번 전쟁으로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실제로 실리콘밸리 소재 물자추적관리시스템 회사인 사비테크놀로지는 지난 2월 미 국방부와 9,000만달러 규모의 물자추적관리시스템 공급계약을 맺었다.덕분에 지난해 말부터 공장을 3교대로 완전 가동하고 있다. 플랜트로닉스는 얼마전 미 육군에 무전기용 특수 헤드셋 500개를 급하게 납품해 달라는 주문을 받았다.실리콘밸리는 사실 지난해부터 국방 관련 매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designtimesp=23651>에 따르면 지난해 국방부가 실리콘밸리 소재 904개 기업에 지출한 금액이 40억달러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보안보부와 에너지부까지 포함하면 7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전쟁이 일어났을 때 군수회사가 가장 큰 혜택을 누린다는 것은 상식이다. 일부에서 ‘군수회사들이 이익을 높이기 위해 전쟁 로비를 하고 있다’는 ‘음모이론’까지 떠돌고 있을 정도다.그렇지만 이번 이라크전쟁으로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단연 미디어다. 인터넷 대중화 이후 처음 일어난 대규모 전쟁으로 미디어가 변하고 있다. 미디어의 전쟁보도 방식이 인터넷 혁명으로 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뉴스 전문 케이블방송인 CNN이 지난 91년 걸프전에서 신속한 영상으로 명성을 얻었다면 이번 이라크전쟁은 지상파 방송국들이 인터넷 실시간 보도로 변화를 이끌어 가고 있다.걸프전에서는 CNN이 가장 빠르고 생생한 정보습득 창구였지만 이제 인터넷으로 무장한 방송국들이 그 자리를 장악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 지상파 방송인 ABC, CBS, NBC 등은 앞다퉈 인터넷방송을 실시하고 있다. 세계적 통신사인 로이터도 인터넷으로 전쟁상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뉴스 사이트 방문자수 전쟁 후 급증이라크전쟁과 동시에 CNN은 물론 ABC, CBS, NBC 등 미국 지상파 방송사들은 인터넷으로 전쟁상황을 보도하고 있다. CNN과 ABC는 특히 멀티미디어 프로그램인 리얼플레이어로 유명한 리얼네트워크와 손잡고 깨끗하고 안정된 방송을 선보이고 있다. 로이터는 이라크 현지에서 촬영한 영상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때로 잔인한 장면도 거르지 않고 보도돼 전쟁의 참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이라크전쟁 발발 이후 인터넷 뉴스 접속자가 크게 늘고 있다. 리서치 회사인 넬슨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이라크전쟁 직후 CNN 뉴스 사이트 방문자수가 전쟁 전에 비해 70% 늘었다. NBC는 65%나 증가했다.인터넷 리서치 회사인 컴스코어미디어매트릭스는 같은 기간에 방문자가 2배 이상 늘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멀티미디어 뉴스 사용자는 더욱 가파르게 증가했다. 제임스 밴코프 AOL 부사장은 “회원들의 멀티미디어 뉴스 시청이 평소보다 5배에서 10배까지 늘었다”고 말했다.CNN과 ABC 뉴스를 방송하고 있는 리얼네트워크의 롭 글레이서 사장은 “두 회사의 비디오 및 오디오 뉴스 자료 사용이 10배 정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이번 전쟁과 관련해 인터넷 뉴스가 떠오른 가장 큰 이유는 편집 없는 화면이다.기자 또는 언론사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되지 않은 화면을 그대로 볼 수 있다. 예컨대 백악관에서 진행되는 기자회견을 실시간으로 방송하고 바그다드 밤거리를 아무런 설명 없이 보여주기도 한다.기자회견장에서 오가는 질문을 현장에 있는 기자와 동일한 조건에서 들을 수 있고 폭격으로 불타는 바그다드 시내를 실시간으로 볼 수도 있다. 텔레비전에 나오지 않는 모습을 솔직하게 볼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이다.또 인터넷 뉴스는 이미 방송된 다양한 뉴스를 올려놓아 사용자들이 언제든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 있게 했다. 자신이 궁금해하는 내용을 방송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텔레비전과 달리 궁금증을 바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일반적으로 인터넷 뉴스는 사무실에서 일하는 회사원들 사이에서 인기다. 자신의 컴퓨터에서 전쟁소식을 시시각각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무실에는 초고속인터넷이 설치돼 있어 영상과 음향을 끊김 없이 보고 들을 수 있다.인터넷 뉴스는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상당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 ABC와 CNN은 리얼네트워크를 통해 월 10달러에 유료서비스를 하고 있다. ABC만 볼 경우 월 5달러다. 로이터도 조만간 유료화를 실시할 계획이다.일부에서 “무료로 볼 수 있는 텔레비전이 있는데 굳이 유료 인터넷 뉴스를 볼 이유가 없다”고 지적하지만 일방적 대중매체인 텔레비전이 갖고 있지 않은 장점 때문에 인터넷 뉴스는 나름대로 시장이 존재할 것으로 분석된다.특히 인터넷 뉴스는 미디어 비즈니스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으로 전망된다. 제임스 밴코프 부사장은 “인터넷 뉴스는 새로운 미디어 시대의 시작”이라며 유료화를 통한 수익성 확보로 미디어 비즈니스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