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사이 회사 매출 1,000배 성장, 인재중심 경영으로 기반 다져
초등학교 입학해 글 배우고 덧셈, 뺄셈 공부하던 시대는 지났다. 한글은 필수고 간단한 산수에 영어도 몇 마디 할 줄 알아야 ‘왕따’를 당하지 않는 세태다. 유치원 다닐 나이가 되면 많은 아이들이 한글과 영어를 따로 배우기 시작한다. 이들을 겨냥한 학습교재시장은 당연히 성장일로다.한솔교육 변재용 사장(47)은 이 시장과 성장의 궤를 같이한다. 91년 한솔교육을 설립한 변 사장은 당시 업계의 관심 밖이던 유아교재시장을 집중 공략해 ‘신기한 한글나라’ ‘신기한 영어나라’ 등 ‘신기한’ 시리즈를 히트시킨다.지난해 한솔교육 매출액은 3,010억원. 한솔교육 교재를 갖고 1만3,000여명의 교사가 5만명 정도의 아이를 가르친다. 영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시장에서 업계 선두다.변사장의 이력은 다소 독특하다.서울대 토목공학과(75학번) 재학 중에 민주화운동으로 10개월간 복역한 경험이 있다. 민주화운동 이력 때문에 취업이 힘들었던 당시 상황으로 인해 26살부터 ‘사장님’이 된다. 당시 변사장이 선택한 창업아이템은 유아교육사업.평소 야학에 관심을 가져온 변사장으로서는 그리 힘들지 않은 결정이었다. 82년 자본금 150만원으로 ‘영재수학연구회’를 설립했다. 어린이 수학학습지를 만들어 가가호호 방문지도하는 사업이었다.이를 모태로 91년 한솔교육을 설립한다. 첫해 매출액은 3억원. 2002년 매출액 3,000억원을 놓고 보면 10년 만에 회사규모를 1,000배나 키웠다.“소득수준이 높아지고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90년대 초부터 자녀에 대한 교육연령은 낮아지는데 유아를 대상으로 한 변변한 교재는 없더라고요. 그래서 이거다 싶었습니다. 이때부터 다른 데 눈 돌리지 않고 한 우물만 팠기 때문”이라고 변사장은 성공요인을 설명한다.‘놀이식 수업방식’도 학부모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암기ㆍ주입식 위주인 기존 교육방법 대신 한솔교육은 교사와 아이가 1대1로 앉아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는 ‘놀이식 수업’을 개발했다고 한다.한솔교육 전문교사인 박성연씨(31)는 “아이와 마주앉아 수업을 하다 보면 특별한 유대감이 생긴다. 아이들 각자와는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는데, 만나는 날이 기다려질 정도로 아이들이 수업을 즐거워한다”고 말한다.성차별 없는 변재용 사장의 인재중심 경영도 성장의 동인이다. 관리자급 이상 ‘조직원’(변사장은 직원을 이렇게 칭한다) 중 절반이, 전문교사 중 98%가 여성이다. 한솔교육은 모성보호법이 개정되기 전인 2000년 10월부터 출산휴가를 90일로 연장했다. 업계 최초로 성희롱 예방 및 여성인력 고충처리 전담반도 설치했다.개인사업자 신분인 교사들도 자신이 원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었다. 시행 첫해인 지난해 800여명의 교사가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변사장은 이에 대해 “모든 직원들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여건을 만들어 준 것일 뿐”이라고 말한다.‘조직원’ 교육도 중시한다. 박교사는 “처음 6개월 동안은 매일 회사로 출근했다. 지금도 일주일에 두 번씩은 교육을 받는다”며 “아동심리학, 아동발달학 등 전혀 모르던 분야에 대해 많이 배웠다”고 한다.변재용 사장에게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91년 창업 이래 한때 수백 퍼센트에 달하던 성장세가 2000년을 기점으로 대폭 수그러들었다. 대교, 웅진닷컴, 재능교육, 교원 등 기존 학습지시장의 강자들이 약속이나 한 듯 한꺼번에 유아학습지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동안 독식하던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학습지시장은 이제 포화상태예요. 학습지시장만 고집하다가는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죠. 남보다 빨리 시장의 수요를 읽어내고 차별화된 제품을 개발하는 게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교육시장 전반으로 다각화를 꾀하는 한솔교육의 발전전략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한솔교육은 유아교육시장에서의 기반을 발판삼아 초등학생 교육시장에 진출했다. 독서토론 학습지인 ‘주니어플라톤’이 대표적인 상품이다. 3~4명이 모여 모둠식 토론수업을 한다. 읽고, 쓰기에 비해 말하기 능력이 상대적으로 빈약한 우리 어린이들에게 논리적인 토론능력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라는 게 변사장의 설명이다.유료회원 10만명을 보유하고 있는 인터넷 교육사이트 ‘재미나라’는 매월 3억원 정도의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학원사업인 ‘브레인스쿨’과 ‘브라이튼’의 프랜차이즈 확대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이 사업들이 ‘신기한’ 시리즈만큼 회사에 효자노릇을 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일이다.돋보기 / 유아학습지시장한솔, ‘빅4’ 진입에 사수 ‘안간힘’‘1강 vs 4강’한솔교육의 독무대였던 유아학습지시장에 기존 학습지시장의 강자들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대교, 교원 웅진닷컴, 재능교육 등 기존 학습지 4대 업체가 앞세우는 것은 강력한 브랜드파워.초등학생 이상 대상으로 하는 학습지시장에서 쌓아온 브랜드파워를 앞세워 유아용 학습지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눈높이’ 교육의 대교는 최근 유아교육브랜드 ‘소빅스’를 출범시켰다.‘눈높이 유아단계’ ‘한글땅재미땅’ 등 기존 유아용 브랜드를 ‘소빅스’로 통합해 사업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교원은 지난해 이미 유아용 상품을 ‘교원아이’로 통합했다. ‘교원아이 테마태교’ ‘교원아이 플리드맘’ ‘교원아이 탐구’ ‘교원아이 한글’ 등이 주요상품이다.웅진닷컴은 언어ㆍ수학ㆍ과학영역 교육을 통합한 ‘생각통통’을 주력상품으로 내놓고 있다. 재능교육은 차별화된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유아 전문 교사제’ 도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이밖에 10여개 군소업체가 유아용 학습지시장에서 경쟁하지만, 한솔교육은 이른바 ‘빅4’의 움직임을 가장 예의주시하고 있다. 인지도, 자금력, 조직 등을 미뤄볼 때 앞으로 쉽지 않은 경쟁이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한솔교육의 전매특허 같았던 ‘놀이식 수업’도 보편적인 교육방식으로 자리잡았다.이에 따라 유능한 전문교사를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졌다. 1만4,000여명의 전문교사를 보유하고 있는 한솔교육은 교사들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수수료를 높이고, 교육을 강화하는 등 내부단속에 들어갔다는 소식이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