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최인규 한국투자신탁증권 상품개발부장(46)은 누구보다 바쁜 하루를 보낸다. 그가 기획한 ‘부자아빠 연금프로그램’이란 펀드의 출시가 임박했기 때문이다. 이 펀드의 특징은 수시입출금이 가능한 머니마킷펀드(MMF)와 혼합형 펀드를 결합했다는 것.이를 통해 펀드 가입자는 마치 연금을 받는 듯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MMF 투자분은 일정기간 연금처럼 돌려받으며 혼합형 펀드 투자분은 만기에 한꺼번에 돌려받기 때문이다.“흔히 많이 팔린 펀드가 성공한 펀드라고들 합니다. 하지만 얼마나 장수하느냐가 판단의 잣대가 돼야 한다고 봅니다. 그만큼 운용을 잘했다는 뜻이니까요.”최부장이 상품의 ‘큰그림’을 그린 것은 지난 11월. 당시의 화두는 ‘노령화 현상, 조기퇴직, 저금리’였다. 이런 사회현상을 상품개발로 연결한 것이다. 최부장은 이 펀드의 미래에 대해 은근히 자신감을 내비친다. 위험을 싫어하는 투자자라도 연금상품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아울러 증권업협회로부터 4개월간 ‘배타적 사용권’을 받은 것도 자랑거리다. 이는 증권사의 상품개발을 독려하기 위한 일종의 ‘특허권’으로 지금까지 모든 증권사를 통틀어 9개의 상품이 이 권리를 얻었다.이 가운데 한투증권 상품이 4개나 된다. 그가 아쉬워하는 점은 배타적 사용권을 받은 상품 중 ‘히트’를 친 게 없다는 것이다. 독창성에 승부를 걸다 보니 상품성에는 신경을 쓰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자아빠 연금프로그램’에 대해서는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펀드이기 때문이다.그가 이런 아이디어를 떠올린 바탕에는 지난 99년 대우채 사태에서 얻은 교훈이 자리잡고 있다. “신촌지점장 시절이던 99년 대우채 문제가 터졌었죠. 항의하는 고객과 식사도 같이하고 밤도 지새우면서 그분들의 고충을 들었죠. 그때 교훈을 얻었습니다. 상품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바로 증권사 입장이 아닌 고객의 입장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점입니다.”최부장은 요즘 의외의 공부도 하고 있다. 바로 금융자산관리사(FP) 자격증 시험이다. FP가 투신상품 판매직원을 위한 시험임을 감안하면 ‘부장이 웬 FP’라는 궁금증이 생긴다. “물론 상품개발팀장이 꼭 FP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법은 없죠. 자격증 자체보다 상품개발에 관련된 아이디어를 얻고자 공부하고 있습니다.”최부장이 상품개발 전문가가 된 배경에는 두 번의 연수가 큰 역할을 했다. 입사 7년차이던 지난 88년 영국에 6개월 동안 연수를 다녀온 데 이어 97년에는 서울대의 고급금융과정을 이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