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의 서구화 바람을 주도하는 몇몇 빌딩들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IMF 위기 이후 건물 소유주가 외국계 투자회사로 넘어갔거나 외국계 부동산회사에 자산관리를 맡기는 점, 그리고 최근 몇 년 사이 리모델링을 통해 내ㆍ외부 설비를 대폭 개선한 점 등이다.특히 외국계 부동산회사의 철저한 수익성 중심 자산관리 전략은 광화문을 ‘서울 속 뉴욕’으로 탈바꿈시키는 ‘숨은 손’ 역할을 한다. IMF 위기 이후 외국계 기업이 대형빌딩의 중요한 임차인으로 부상하면서 이들을 만족시키는 것이 곧 빌딩의 수익성을 극대화시키는 길이 됐고, 이에 따라 외국인 기호에 맞는 문화를 심게 된 것.현재 광화문 일대에서 자산관리 서비스를 하고 있는 외국계 자산관리회사는 KAA, 쿠시맨&웨이크필드(C&W), 존스랑라살(JLL), CB리차드엘리스 등이다. 이들은 임차인 섭외부터 입주 후 세입자 관리, 빌딩 이미지 관리 등 종합적인 부동산 서비스를 제공한다.필요에 따라 리모델링을 기획ㆍ진행하고 층별 컨셉을 새로 만들어내기도 한다. 실제로 서구형 자산관리기법에 익숙한 다국적 기업들은 값비싼 임대료를 감수하면서도 외국계 자산관리회사가 있는 빌딩을 선호한다.전국 최고의 임대료 수준을 자랑하는 서울파이낸스센터의 경우 소유주가 싱가포르투자청으로 바뀌면서 KAA가 자산관리를 맡았다. KAA의 빌딩관리 전략은 다국적 기업, 그중에서도 금융ㆍ컨설팅ㆍIT기업을 메인 테넌트(중심임차인)로 한다는 것이다.아무 기업에나 사무실을 내주는 게 아니라 자체 심의를 거쳐 ‘적격’인 기업만 받아들인다. 맥킨지컨설팅, 메릴린치, 딜로이트컨설팅, 스탠더드차터드은행 등이 이곳에 자리잡고 있다. 상주인구 3,000명 가운데 외국인 비율은 20%선인 600명 정도.광화문의 명물로 이름난 지하 아케이드도 KAA의 철저한 자산관리 전략에 의해 탄생했다. 이름난 다국적 기업들이 입주한 만큼 이들이 만족할 만한 편의시설을 갖춰야 한다는 게 점포개발의 출발점이었다.유경옥 고객서비스개발팀 과장은 “입주사 수준과 기호에 맞춰 불편함이 없도록 하는 게 임무”라고 말하고 “9ㆍ11테러 이후에는 보안에 특별히 신경 쓰고 있다”고 밝혔다.쿠시맨&웨이크필드와 존스랑라살은 모건스탠리 소유의 빌딩을 관리하고 있다. 지은 지 10년 남짓한 중고빌딩을 리모델링해 건물가치를 올리고 외국계 임차인 비중도 높인 게 공통점이다.김범중 쿠시맨&웨이크필드 이사는 “새 건물에 비해 투자자본을 적게 들인 대신 리모델링에 투자해 건물가치를 올리고 빌딩 컨셉도 새로 설정했다. 자산관리의 지향점인 수익률 극대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고객인 임차인이 만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제일은행 본점건물을 관리하고 있는 CB리차드엘리스의 기본 전략도 다르지 않다. 지난 2001년 150억원을 투자해 건물 내ㆍ외부 인테리어와 설비를 교체하고 다국적 기업 중심의 메인 테넌트 구성에 주력하고 있다. 딜로이트투쉬, 뉴브리지캐피탈 등 금융사와 에콰도르, 베네수엘라 대사관 등이 입주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