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트라넷·e메일 통해 전직원에 공고, 내부지원자 없을 때만 외부서 충원

최고경영자의 인재활용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적합한 인재에게 적절한 업무에 부여하는 일이다. 그러나 ‘적재적소’란 결코 말처럼 쉽지 않다. 현실적으로 누가 적합한 인재인지를 가리기가 어렵다. 이뿐만 아니라 어떤 일을 해보기 전에 개인은 그 업무가 스스로의 적성에 맞는지를 알지 못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이런 현실적인 문제들을 보완하기 위해서 각 개인은 가급적 다양한 업무를 접할 기회가 있어야 하며 회사는 그런 기회를 균등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갖출 필요가 있다.이 같은 보완적 제도의 하나로, 어떤 자리에 결원이 생겼을 때 우선적으로 사내 구성원들에게 해당 업무에 도전해 볼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사내충원제(Interal Opportunity SystemㆍIOS)는 미국의 포천 100대 기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제도다.글로벌 다국적 기업인 모토로라코리아(사장 박재하)도 사내충원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물론 이는 전세계 모토로라 조직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원칙이기도 하다. 사내의 특정 자리가 공석이 됐을 경우 우선 회사 내에서 적격자를 찾게 하고 있다.사내충원제는 일반적으로 결원이 생겼을 때 사람을 보충하는 프로세스와 동일하게 이뤄진다. A라는 자리가 비게 되거나 조직개편으로 새로운 자리가 생겨났을 때 회사의 인사팀은 사내 공고를 하게 된다.그 내용은 사외공고를 하는 경우와 같은 형태를 취하게 된다. 대개는 인트라넷이나 e메일을 통해서 전직원에게 전달된다.해당 자리로 이동을 원하는 사람은 지원요강에 따라 지원부서의 매니저와 면접을 갖는다. 인사팀을 통하기도 하고 직접 연락해 찾아가기도 한다. 지원부서의 매니저가 ‘OK’ 사인을 주면 지원자는 현재 속해 있는 부서의 매니저에게 의사를 전달하게 된다.이때 현재의 매니저는 이견을 달지 않고 지원자의 의견을 존중해 다른 부서로 보내줘야만 한다. 물론 내부 지원자가 없는 경우에는 외부에서 충원하는 절차로 넘어가게 된다.여기서 사람들은 ‘몇 년 동안 업무를 가르쳐 놓았는데 다른 업무로 옮겨가고 싶다고 하면 직속상사가 싫어하지 않을까’란 의문을 갖기에 충분하다.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물론 안 좋아할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실제 제도 운영과정에서는 전직의 희망이 사전에 충분한 커뮤니케이션의 채널을 통해 전달되고 논의되기 때문에 큰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는다”고 지적한다.사내충원제가 실효성을 얻기 위해서는 그것이 구성원들의 경력관리를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제도와 함께 운영될 필요가 있다. 모토로라코리아는 분기별로 한 번씩 구성원의 업무성과나 능력, 경력관리 등을 매니저와 의논하는 성과 및 경력관리 미팅(Personal Commitment)이 실시되고 있다.구성원의 업무목표를 짜는 것은 물론 이를 위해 필요한 장애요인의 제거나 지원사항이 논의된다. 나아가 스스로 원하는 교육과정의 설계를 하기도 하고 차근차근 자신의 적성을 고려한 경력관리를 위해 회사측의 어떤 지원과 배려가 필요한지를 점검한다.결국 이런 자리에서 이뤄지는 대화를 통해 향후 어떤 직무 분야로 진출하거나 새롭게 도전해 보고자 하는 구성원의 욕구가 매니저에게 충분히 전달된다.또 상사의 입장에서 생각해봐도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고민하는 부하 직원을 끌어안고 있는 것보다는 개인의 경력개발 차원에서 부서이동을 권하는 것이 좋기 때문에 사내충원제는 마찰을 빚지 않고 기능할 수 있게 된다.홍보팀의 배한아 과장은 “실제로 결원이 생겼을 때 사내충원보다 사외에서 충원되는 빈도가 높지만 관리부서에서 HR분야나 마케팅분야, 혹은 다양한 기술분야 내에서 엔지니어들의 자연스러운 이동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한다.그는 일반적으로 장기간 해 봤던 업무에서 더욱 노하우를 키워가는 방향으로 자신의 경력관리를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역시 적성이 맞지 않는다고 고민하는 사람에게는 사내충원제가 큰 힘이 되고 있다고 진단한다.사내충원제는 모토로라의 창업자 폴 갈빈이 회사를 세웠던 초창기부터 이어져온 좌우명이기도 한 사람에 대한 존중(Constant Respect for People)에 뿌리를 두고 그것을 현실에 적용하는 제도로서 발전했다.구성원은 업무에 만족한 상태에서 보람 있게 일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으며 이를 위해 회사는 균등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철학이 사내충원제로 연결됐다는 얘기다.경영진이 참여하는 분기별 전체회의인 타운홀미팅(Town Hall Meeting)이나 오픈도어정책, 건의함제도 등은 모두 사내충원제와 함께 사람에 대한 존중이라는 모토로라의 철학을 구현해 나가는 제도를 이루고 있다.엘테크의 브레인스토밍사내에서 우선적으로 인재를 충원하는 제도가 있다고 해서 현실적으로 필요한 인재가 사내에서 대부분 충원되는 것은 아니다. 모토로라코리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이 같은 제도는 왜 유용한가.대개의 제도는 그것을 시행함으로써 부수적으로 얻게 되는 파생적 효과가 있으며 사내충원제는 그 파생적 효과가 제도 본래의 효과보다도 큰 경우로 볼 수 있다. 결원이 생겼을 때 사내충원을 우선적으로 한다는 것은 구성원을 먼저 고려하겠다는 회사의 방침을 분명히 드러내 보이고 있다.우리의 주위에는 회사에서 주어진 업무이다 보니 마지못해 일을 하는 사람이 많다. 회사의 입장에서 비록 한 사람이라도 직무에 불만을 갖고 억지로 일을 하는 사람이 사내충원제를 통해 자신의 만족스러운 직무를 찾아 옮겨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효과다.사내충원제는 동기부여의 측면도 갖고 있다. 특히 조직개편으로 인해 새로운 유망한 보직이 생겨났을 때 사내에서 인재를 모아 충원한다는 원칙이 세워져 있다면 구성원들은 평상시 희망하는 직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역량을 쌓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다.평상시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통해 구성원의 경력관리를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제도와 병행, 실시될 때 사내충원제의 효과는 배가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현실적으로 당장에 사내공고가 나가고 부서이동이 일어날 때 준비되지 않은 데 따른 혼란을 불러올 수도 있다.이 같은 제도는 훌륭한 일터(Great Workplace)가 지향하는 신뢰경영이란 이론적 틀에 비춰볼 때 존중(Respect)이란 범주와 가장 밀접하며, 특히 그중에서도 성장을 위한 지원과 직접적으로 맞닿는다.또 구성원 개개인의 삶이나 근무여건에 대한 관심과 배려라는 측면에서도 활용도가 높은 제도로 볼 수 있다. 경영진의 입장에서는 인적ㆍ물적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주어진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스스로의 능력을 키워나가는 제도로도 기능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