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17일 오비맥주 직원들은 강원도 보광피닉스파크에서 신제품 출시 출정식을 가졌다. 당초 3월 말로 예정돼 있던 행사였다. 하지만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경쟁업체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회사측이 계획보다 앞당겨 열었다.마지막으로 전열을 정비하는 자리였기 때문인지 이날 참석한 직원들은 하나같이 “1970년대 최고 72%의 시장점유율을 자랑하던 오비의 부활은 필연적”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분위기 역시 후끈 달아올랐다.이후 일주일 후인 지난 3월24일. 조선호텔에 오비맥주 경영진이 총출동했다. 신제품 발표회를 겸한 기자간담회 자리였다.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정상에 대한 의욕을 강하게 보였고, 신제품이 그 역할을 해줄 것으로 굳게 믿는 눈치였다. 시종일관 경영진의 강한 눈빛이 분위기를 압도했다.다시 일주일여가 흐른 4월2일 서울 하얏트호텔. 서울과 수도권 주류도매상 500여명이 오비맥주 초청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주류도매상들에게 신제품을 선보이는 자리로 처음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한기선 영업담당 부사장은 “맥주영업에서 주류도매상의 역할은 매우 크다”고 격려한 뒤 곧바로 “신제품의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공격적으로 말했다.4월2일 신제품 출시 후 오비맥주는 7일간에 걸쳐 전국 1,800여곳에서 신제품 설명회를 가졌다. 특히 지역별로 주류도매상을 모아놓고 신제품을 적극 홍보하는 한편 자사 제품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기를 당부했다. 맥주영업에서 주류도매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임을 염두에 둔 조치였다.신제품을 막 내놓은 오비맥주 직원들은 요즘 한껏 고무돼 있다. 전통적으로 맥주업계에는 선주문이 없는데 이번만은 예외였기 때문이다. 출시도 하기 전에 4월 한 달 판매목표인 200만 상자(500㎖ 20병)의 절반에 해당하는 100만 상자를 도매상들이 미리 주문한 것.사실 오비맥주의 마케팅은 신제품 출시 이전부터 시작됐다. 마케팅팀 직원들은 지난 10개월 간 5,000여명의 소비자를 만났고, 그들을 대상으로 새로 나올 ‘OB’에 대한 이미지를 구축해나갔다.특히 맛과 제품명, 패키지 디자인은 20~30대로 구성된 1,000여명의 소비자들에게 철저히 검증을 받았고, 이를 통해 신제품에 대한 인지도를 높였다.특히 마케팅팀은 이 과정에서 맥주의 주소비층이 20~30대임을 감안, 이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갖가지 아이디어를 동원해 신제품의 이미지를 한층 새롭게 했다. 병맥주로는 이례적으로 병라벨을 부착하는 결정을 내렸으며, 아이스블루 계통의 색상을 사용해 상쾌함을 강조하기도 했다. 아울러 브랜드 로고는 태극문양을 상징화해 디자인함으로써 대표맥주로서의 기업위상을 담아내는 데도 힘을 쏟았다.패키지의 변화에도 눈을 돌렸다. 먼저 기존 355㎖ 캔과 함께 리터당 15% 더 경제적인 ‘450㎖ 플러스 캔’을 선보였다. 이 제품은 4월부터 6월까지 한시적으로 판매될 예정이다. 아울러 500㎖ 캔도 추가로 선보이고 있다. 소비자의 다양한 기호에 맞게 캔의 종류를 다양화한 것이다.영업 및 마케팅 비용도 파격적으로 책정했다. 지난해 220억원에서 올해는 500억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무려 135%나 늘어난 것이다. 1위 탈환에 대한 회사측의 의지가 얼마나 확고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회사측은 “앞으로 파격적인 마케팅 방법을 총동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이미 국내 이동통신 3사와 계약을 맺어 휴대전화를 이용한 쿠폰마케팅 방법을 선보였다. 회사에서 19~29세 가입자들의 휴대전화에 쿠폰을 보내고, 가입자가 이를 확인한 후 가까운 편의점에 가서 쿠폰을 제시하면 새로 나온 캔제품을 하나씩 무료로 받을 수 있다.빅모델 위주의 맥주광고에도 큰 변화를 꾀했다. 모델을 팔기보다는 맥주 자체를 팔자는 의도에서다. 전체적인 컨셉은 ‘편한 친구’다. 아무런 부담 없이 만나는 친구와 같은 이미지를 주겠다는 의도다. 이에 따라 신인급 연예인 가운데 편안한 이미지를 주는 모델을 골랐고, 광고를 통해 이들의 일상을 잔잔하게 그렸다.광고는 총 6편을 제작해 놓고 있다. 제품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는 제품광고와 젊은 소비자층에 호소할 수 있는 이미지 광고를 통해 품질에 대한 자부심과 젊은 맥주의 변화된 모습을 소비자들에게 전달한다는 방침이다.오비의 마케팅팀은 요즘 시장동향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젊은층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한 관계자는 “맥주소비의 75% 이상을 차지하는 20~30대를 겨냥한 마케팅 활동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라며 “출시 초반 기선을 제압하겠다”고 말했다.INTERVIEW / 김준영 오비맥주 마케팅 총괄 부사장“부드러운 맛으로 승부 펼칠 것”김준영 오비맥주 마케팅 총괄 부사장(44)은 마케팅 경력 19년을 자랑하는 베테랑이지만 요즘처럼 긴장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입술이 바싹 타고 잠 못이루는 밤이 이어질 정도로 신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한국코카콜라 출신의 마케팅전문가로 지난 99년 오비맥주에 합류한 김부사장은 “신제품에 인생의 모든 것을 걸었다”며 의욕을 불태웠다.신제품의 가장 큰 차별화 포인트는 무엇인가요.바로 쌀입니다. 맥주 소비자 가운데 20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40%를 넘고, 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것은 ‘부드러운 맥주’죠. 이를 위해 과감하게 쌀을 썼고, 성공적이라 생각합니다.소비자들에게 ‘쌀 첨가 맥주’라는 것이 어느 정도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봅니까.하이트나 카스 모두 쌀이 들어가 있지 않아요. 신제품인 ‘OB’가 유일한 쌀 첨가(500㎖ 기준으로 3.56g) 맥주인 셈이죠.그런 면에서 소비자들에게 색다른 맛을 제공해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세계적으로는 판매 1위인 버드와이저가 쌀이 첨가된 맥주인데 다만 버드와이저는 우리의 강화발효공법과 다른 비치우드 숙성법을 쓰고 있습니다.출시 전에 소비자 테스트를 실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20~30대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블라인드 테스트를 실시했죠. 결과는 당초 우리의 기대와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특히 목 넘김, 깔끔한 뒷맛, 상쾌함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당초 의도했던 제품이 나왔다는 방증이라고 봅니다.가격정책은 어떻게 구사할 생각입니까.쌀을 넣었기 때문에 원가상승을 유발합니다. 하지만 가격을 올릴 생각은 없어요. 조기 정착을 위해 출고가를 500㎖짜리 병맥주는 1,015원, 355㎖ 캔맥주는 1,098원 등으로 기존의 라거와 같은 가격으로 책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