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암행어사' 제도 확대 개편...외식업계 앞다퉈 벤치마킹

“너도 나도 벤처기업 세운다고 난리지만 그래도 잘되는 것은 먹는 장사”라던 장모의 얘기가 떠오른다. 그러나 정년퇴직 후 먹는 장사를 했다가 자본금 다 까먹었다는 얘기를 여기저기에서 접하기에 쉽게 수긍하기도 힘들다. 장모의 얘기 중 그래도 귀담아들어야 할 대목은 “맛은 기본이고, 먹는 장사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사람 관리”라는 부분이다.국민의 소득수준 향상과 여가생활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면서 외식업체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들 기업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 역시 사람 관리일 것이다. 설비나 시스템이 대동소이한 상황에서 경쟁우위의 서비스 차이는 결국 고객을 직접 접하는 구성원들의 자세에서 나온다.한국피자헛(사장 조인수)의 챔스챌린지는 경진대회라는 형태를 빌려 구성원들이 보여주는 서비스의 질적 우위를 꾀하는 프로그램이다. 챔스란 매장의 청결(Cleanliness), 고객응대(Hospitality), 주문의 정확성(Accuracy), 매장의 보수유지(Maintenance), 제품의 품질(Product Quality), 신속한 서비스(Service)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들어진 용어로, 서비스 수준의 평가항목들이다.챔스챌린지대회는 고객만족 프로그램으로 96년 11월부터 시행된 챔스프로그램이 발전된 형태다. 매월 ‘서비스 암행어사’의 역할을 맡은 사람을 전국 매장에 파견해 6개 항목을 기준으로 서비스 수준을 평가하던 프로그램이 서비스 경진대회가 된 것이다.280여개의 매장을 갖고 있는 한국피자헛은 매년 9~10월에 챔스챌린지 국내 대회를 위한 공지를 내보낸다. 권역별로 나뉘어 있는 5개 마켓의 담당자, 좀더 세분화된 지역을 관장하는 에어리어코치 및 각 점포의 점장들에게 대회 개최의 요강이 전달된다.이들은 자신들이 관리하는 팀메이트(아르바이트에 대한 호칭) 중에서 신청이나 상호추천 같은 방식을 통해 대회에 출전할 팀을 결성하게 된다. 대회출전은 마켓에서 편성된 팀단위로 가능하다.때문에 개별적으로 신청하는 경우는 회사가 5명으로 구성되는 팀원이 될 수 있도록 편성을 해준다. 마켓에서 1~2개팀, 전국적으로 10개 안팎의 팀이 국내대회를 벌이게 된다. 국내대회에서는 1, 2, 3등의 팀을 선발해 포상한다.국제대회는 국내대회의 등수와는 무관하게 베스트멤버들로 드림팀을 구성하게 된다. 팀 내에서 5명은 각자 자기의 맡은 역할이 있으며 그 역할을 가장 잘 수행하는 사람인 베스트멤버가 5명 모여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드림팀이 되는 것이다.국제대회는 여러 나라를 돌아가면서 매년 3월께 개최된다. 국내대회를 통해 선발된 대표팀은 한 달여간의 합숙을 통해 손발을 맞추고 어학능력을 키워 국제대회를 준비한다.챔스챌린지에서는 고객이 레스토랑을 방문해 주문하고 식사를 마친 후 레스토랑을 떠나는 일련의 과정을 그대로 옮겨놓고 서비스 기량을 평가한다. 심사원들은 참가자들이 고객과 눈을 마주치고 친절한 말과 미소로 맞이했는지, 주문 후 3분 이내에 음료수를 내왔는지, 고객이 떠난 후 3분 이내에 테이블을 다시 세팅했는지, 피자 토핑을 고르게 했는지 등 레스토랑에서 고객을 대하는 상황을 종합적으로 보게 된다.올해는 지난 3월 태국 방콕에서 아시아ㆍ태평양지역의 피자헛 챔스챌린지대회가 열렸다. 우리나라, 중국, 일본 등 13개국에서 22개팀이 참가했다. 이들 팀은 각국에서 국내대회를 거친, 그야말로 레스토랑 서비스의 베테랑들이다.30분 동안 손님맞이, 테이블 정리정돈, 기물교체, 서빙, 주문받기, 음료수 리필, 테이블 관리, 계산 등 모든 과정을 실수 없이 완벽하게 마무리해야 한다. 물론 손님 복장을 한 심사원들은 일부러 포크를 떨어뜨리기도 하고 까다롭게 주문을 다시 하는 등 출전 팀의 허점을 유도하고 잡아내기 위해 기를 쓴다.우리나라 팀은 국제챔스챌린지대회에서 명성이 자자하다. 우리나라는 2000년부터 연속 입상의 기록을 세우고 있다. 올해는 최고의 영예인 금상을 거머쥐었다. 올해 대표팀에 참여한 등촌점 박은지 사원(19)은 “국제챔스챌린지에 다녀오고 나서 예전보다 손님들의 행동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고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고 뿌듯해했다.챔스챌린지가 여느 대회와 다른 점은 개인이 아닌 팀 단위로 출전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참가자들은 자기가 속한 팀이 우수한 성적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가운데 서로의 장단점을 더욱 잘 알게 돼 자연스레 팀워크가 형성된다.외식업계에서는 성공의 비결로 흔히 맛과 서비스를 꼽는다. 특히 서비스는 상당한 수준의 팀워크 없이 이뤄질 수 없다. 피자헛의 챔스챌린지는 그런 면에서 경쟁업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엘테크의 브레인스토밍피자헛의 ‘팀메이트’는 아르바이트나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사람을 호칭하는 단어다. 이는 정규직과 구별 없이 함께 일하는 사람으로서 동등하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 생각해낸 세심한 배려다.일하기 훌륭한 기업(Great Workplace)의 대명사 격인 포천 100대 기업에서도 구성원을 부르는 용어는 남다르다. 예를 들어 패밀리(Family), 파트너(Partner), 동료(Associate), 코디(Coordinator) 등이 모두 구성원이나 특정 직무를 수행하는 사람을 부르는 호칭이다.호칭이 중요한 것은 그것이 서로의 관계를 구체적으로 드러내 보이는 사소하지만 중요한 단초이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기업처럼 상하간의 직급 차이만을 부각시키는 대리, 과장, 부장 등의 호칭이 일반화된 문화에서는 용어의 개발이 절실히 필요하다.신뢰경영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관계의 질(Quality of Relation)을 개선해야 한다. 물론 관계의 질이 호칭의 개선을 통해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구성원을 함께 발전해나가는 같은 배를 탄 사람으로 인식하고 구체적으로 제도와 경영진의 행동을 통해 그 같은 인식이 드러나야 한다.팀메이트들에 대한 정비된 복리후생은 그들에 대한 배려가 호칭의 수준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일정한 요건에 따라 장학금 지급, 무료식사 제공, 할인쿠폰 지급, 콘도이용권 지급, 상품권 지급과 승진 및 시급 인상이 이뤄지고 있다.피자헛의 챔스챌린지는 구성원의 직무에 대해 회사가 큰 의미를 부여하는 효과가 있다. 일류호텔의 최고경영자는 도어맨을 자주 만나 “당신이 우리 호텔의 얼굴이고 상징”이라는 격려를 꾸준히 할 줄 알아야 한다.테이블을 정리하는 것이 미미한 일로 보이지만 매우 중요한 업무라는 것을 충분히 인식시켜야 한다. 더구나 팀을 구성, 경진대회를 개최함으로써 팀플레이를 자연스럽게 강조하고 있다.신뢰경영의 이론적인 측면에서 볼 때 챔스챌린지는 자부심과 재미라는 요소와 잘 부합된다. 재미란 단순한 오락이나 유머가 아니다. 공동의 지향점(Shared Goal)을 갖고 함께 노력하는 가운데에서 찾게 되는 보람, 서로에 대한 배려를 통해 느끼게 되는 기쁨이 곧 재미다. 자칫 사소하게 여길 수 있는 업무에 대해 그 중요함을 인식시킴으로써 자부심을 갖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