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식 방식도 지문, 홍채, 얼굴, 음성, 정맥 등 다양...보안사고 늘자 수요 급증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8월 대우증권 계좌도용 사건이나 올해 초의 농협 현금카드 위조사건 등이 대표적이다.이에 따라 단순히 계좌번호, 비밀번호 등으로는 안전한 거래를 할 수 없다는 인식이 빠르게 번지면서 전자인증 등 더욱 안전한 신원확인 방식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 그러나 전자인증 역시 해킹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생체인식기술을 이용한 보안이 눈길을 끌고 있다.누구도 나와 같지 않다생체인식이란 개인마다 다른 신체적 특징을 측정해 식별하는 것을 말한다. 복제와 도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생체인식은 개인의 신원확인을 위한 최적의 방법임에 틀림없다. 또한 신용카드에 생체인식이 적용되면 카드분실로 인한 피해를 원천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생체인식기술이 실생활에 활용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 무엇보다 측정 대상인 신체의 특성이 유일무이한 성격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또한 나이가 들거나 치명적인 사고를 당했을 때도 파괴되지 않고 상처를 입어도 신속하게 원상회복돼야 한다. 대표적으로 지문, 홍채, 얼굴, 음성, 정맥 등이 이런 특성을 갖고 있다.지문인식은 가장 오래된 생체인식 수단이다. 땀샘이 융기해 이뤄진 지문은 평생 같은 무늬를 유지한다. 같은 지문을 가질 수 있는 확률은 10억분의 1에 불과해 신뢰성도 높다. 그러나 지문이 닳아 없어진 사람, 손가락에 이물질이 묻어 있을 경우 인식률이 떨어진다는 단점도 있다.홍채인식은 지문인식보다 훨씬 정확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홍채의 주름을 주파수로 변환시켜 신원을 확인하는 홍채인식은 판별인자가 250개에 달해 30개인 지문을 크게 앞선다.또한 살아 있는 사람의 홍채에는 미세한 떨림이 있어 죽은 자의 그것과 확연히 구분되며 형태가 둥글기 때문에 사진, 그래픽 등 평면 이미지로는 도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음성인식은 사람마다 말하는 습관, 음의 높낮이가 다르다는 점에 착안한 기술이다. 다른 생체인식과 달리 전화를 이용하는 등 원격에서도 이용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감기 등 질병으로 인한 목소리 변화에 따른 오인식률, 녹음기를 이용한 도용가능성, 소음이 많은 지역에서는 사용이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다.얼굴인식도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얼굴인식은 얼굴의 생김새를 3차원 영상으로 판별하는 방식과 얼굴의 열분포를 분석하는 방법을 이용한다. 얼굴을 기계에 접촉하지 않아도 되므로 사용자의 거부감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그러나 표정의 변화, 조명의 강도, 얼굴의 각도 등에 따라 인식 에러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실용화되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얼굴의 열선은 심각한 상처를 입어도 변하지 않는 특징이 있지만 아직은 연구단계에 머물러 있다.이밖에도 정맥의 분포를 이용한 정맥인식, 손바닥 모양을 활용한 장문인식 등이 있다. 그러나 하드웨어 구성이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등 일반화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이 남아 있다.금융거래, 전자상거래에도 이용 활발생체인식의 응용분야는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로 출입통제에만 이용됐으나 최근 정확도와 데이터 처리속도의 향상과 개인정보 보안의 필요성이 맞물리면서 사이버 주식거래, 금융거래, 대금결제 등에 응용되기 시작했다.가장 일반적으로 응용되는 분야는 역시 생체인식도어락과 출입관리시스템이다. 생체인식도어락은 생체정보가 등록된 사람에게만 출입문이 개폐되는 장치다.도용과 분실의 위험이 있는 열쇠, 비밀번호 등의 문제를 해결한 장치로 대형건물뿐만 아니라 일반 가정에까지 빠르게 보급되는 추세다. 한편 출입관리시스템은 출입통제뿐만 아니라 사원들의 근태관리 기능도 탑재하고 있다. 리얼아이디, 테스텍, 니트젠 등 대부분의 생체인식업체들이 생산하고 있다.타인의 PC에 접근해 정보를 빼내는 사고가 증가하면서 PC보안용 지문인식 마우스도 등장했다. 지문인식 마우스를 이용해 자신의 지문을 PC에 등록해 놓으면 누구도 자신의 PC에 들어갈 수 없다. PC의 로그온뿐만 아니라 파일과 폴더에 개별적으로 지문암호를 걸어놓을 수 있다. 노트북에 장착하면 분실을 해도 정보유출을 막을 수 있다.지문인식센서 기술과 네트워킹 기술이 연계되면서 생체정보를 이용한 인터넷 뱅킹도 상용화되고 있다. 우리은행은 리얼아이디와 협력해 2001년 12월부터 지문인증을 통한 인터넷 뱅킹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지문인식 마우스를 이용해 자신의 지문을 전송한 후 거래를 하는 방식이다. 현재 3,000여명의 회원이 활용하고 있다.오프라인 금융거래에서도 지문인증 거래가 활성화되고 있다. 지문인식센서가 부착된 현금지급기에 자신의 지문을 인식시키면 별도의 신용카드나 현금카드 없이 거래가 가능하다.현재 1,500여대의 지문인증 현금지급기를 운영하고 있는 우리은행은 올해 800여대를 추가로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현금카드 관련 사고가 늘어나면서 지문인증 현금지급기를 운영하는 은행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생체인식업계는 전망한다.지문만으로 판매대금을 결제하는 유통업체도 생겨났다. 씨크롭은 모 대형유통업체의 2개 지점에 지문인증 결제시스템을 공급했다. 이 유통업체는 2개 지점의 시범서비스가 성공적이면 전국 각 지점으로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지문인식기술이 축적되면서 독자적인 지문인식법도 개발됐다. 테스텍은 기존의 광학식 인식과 반도체식 인식보다 인식률이 높은 접촉발광식 센서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회사측에 따르면 이 제품은 손가락에 이물질이 묻어 있어도 정확하게 지문을 인식할 수 있다. 또한 광학식에 비해 유지비용과 원가부담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현재까지는 지문인식이 생체인식기술의 대세임이 분명하다. 높은 정확도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조작이 간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욱 높은 정확도를 앞세운 홍채인식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홍채인식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세넥스는 스마트카드와 연동되는 홍채인식기인 TrueEyEⅢ을 출시하며 생체인증 금융거래 시장 진입을 모색하고 있다. 스마트카드에 저장된 홍채정보와 등록된 홍채정보가 일치하는지를 확인한 후 거래가 이뤄지는 방식이다. 그러나 지문인식센서에 비해 월등히 비싼 가격이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생체인식 시장은 아직 초기단계라고 관련업계는 보고 있다. 앞으로 응용될 분야가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다. 이동전화와 생체인식 기술의 접목, 스마트카드와의 연동 시스템 등 막대한 시장이 기다리고 있다는 설명이다.그러나 생체인식이 일반화되기까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가장 큰 과제는 생체정보 데이터를 운영할 인프라 구축이다. 이를 위해 엄청난 비용과 시간, 인력이 필요하다. 불황에 빠져 있는 카드사와 은행권이 선뜻 나서지 않을 것은 뻔하다. 결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없다면 생체인식의 일반화는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