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 없는 세탁기, 공기정화 기능을 갖춘 에어컨, 프레온 냉매를 쓰지 않는 냉장고….’가전제품에 ‘녹색바람’이 불고 있다. 사람과 환경에 유익한 이른바 ‘녹색가전’이 기존 ‘백색가전’을 대체해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녹색가전’의 진원지는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등 가전산업의 주력제품군. 국내 가전 3사는 건강과 환경을 앞세운 제품들을 속속 개발해 시장에 내놓고 있다.먼저 삼성전자는 ‘하우젠’이라는 브랜드를 통해 친건강ㆍ친환경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건조 일체형 드럼세탁기’는 세탁 후 남아 있는 세균까지 살균할 수 있도록 살균건조 기능을 탑재했다.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드럼 내부의 온도와 습도를 감지, 빨래량에 맞게 최적으로 건조할 수 있는 디지털 맞춤건조 방식을 추가했다.‘측면토출방식 에어컨’은 사계절 공기청정기로도 사용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공기를 측면에서 토출하는 방식을 채택해 냉방력은 38% 향상되면서 전기료는 20% 적게 든다는 게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알레르기성 비염, 천식 등 특정 질환이 있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공기청정기도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삼성전자 시스템가전사업부 권혁국 상무는 “녹색가전은 일시적 유행이 아니다. 가전업계가 궁극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앞으로 건강과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가전제품은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지난해 대우전자에서 가전 부문을 인수해 새로 출범한 대우일렉트로닉스는 ‘녹색가전기업’으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친건강, 친가족, 친환경’이 경영이념이다. 대우는 지난해 업계 최초로 무세제 세탁기 ‘마이더스’를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특수 전기분해 장치에 의해 생성된 이온수로 세탁과 살균을 한다는 원리다. 세제 없이 물로만 세탁하기 때문에 수질오염은 물론 세제로 인한 피부트러블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게 대우일렉트로닉스의 설명이다.‘수피아 에어컨 O2’는 외부의 신선한 산소를 실내로 공급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제품이다. 양문형 냉장고 ‘나노실버 클라쎄’는 제품 주요 부위에 은을 첨가했다. 여기서 발생되는 은이온은 항균 효능과 식품의 신선도를 높여준다.“지난해 매출액 2조7,000억원 중 수출로 벌어들인 돈이 80% 정도 됩니다. 선진국들은 환경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다 보니 자연스레 친건강ㆍ친환경 제품을 개발하게 됐습니다. 올해는‘녹색가전’으로 국내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습니다.” 대우일렉트로닉스에서 국내 영업을 총지휘하고 있는 정연국 상무의 말이다.LG전자도 ‘녹색가전’ 라인업 구성을 마쳤다. 전력소모량을 60% 줄인 ‘휘센에어컨’, 은이온 코팅으로 항균처리 기능을 강화한 ‘디오스냉장고’, 삶아 빠는 기능을 갖춘 ‘트롬세탁기’가 그것이다. 이밖에 먼지봉투를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싸이킹 청소기’, 전자파를 최소화한 모니터 등 ‘녹색마케팅’을 전 제품군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사실 ‘녹색가전’이라는 개념이 어제오늘 갑자기 생겨난 것은 아니다. 80년대 이후 가전제품에 대한 안전규제가 강화되고 사회적으로 환경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가전제품이 꾸준히 순화돼 왔다.선진국 시장의 환경규제 강화도 국내 가전제품의 ‘녹색바람’에 한몫 한다. 일례로 북미국가와 EU는 올해 1월부터 CFC를 냉매로 쓴 냉장고의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해외시장을 무시할 수 없는 국내 가전업계로서는 이러한 추세를 따라가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선진국 시장에서는 ‘녹색가전’이라는 개념이 따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인체와 건강에 유해한 가전제품은 당연히 시장에서 발을 못붙이죠”라고 대우일렉트로닉스 정상무는 말한다.‘녹색가전’이 얄팍한 상술에서 비롯된 마케팅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음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환경연합 염형철 국장은 “친환경적인 요소가 미미함에도 불구하고 ‘녹색가전’으로 과대 포장되는 제품들이 있다”며 “녹색이미지를 너무 강조, 소비자들로 하여금 필요 없는 가수요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하지만 인체와 환경을 중시하는 가전업계의 전체적인 경향에 대해서는 “바람직한 추세”라며 동의했다.국내외 경기침체로 인한 판매부진으로 고심하고 있는 국내 가전업계가 ‘녹색바람’을 타고 얼마나 비상할지 주목된다.EU, 가전산업 환경규제정책제조사로 하여금 일정비율의 재활용과 무료수거를 의무화하는 ‘EU 폐가전지침’이 최근 공표됐다. 이 지침은 지난 98년부터 논의가 시작된 것으로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2월13일 를 통해 이를 정식 공고했다.‘전기 및 전자장비에 대한 지침’과 ‘특정 유독성물질의 전자 및 전기장 사용 제한에 관한 지침’으로 구성돼 있다. 이 지침에 따르면 2007년 1월부터 EU 내에서 판매되는 거의 모든 가전제품은 재생(Recovery), 재사용(Re-use), 리사이클(Recycle) 비율과 무료수거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2006년 7월부터는 이중 8개 품목군에 대해 특정 유독성 물질 사용 금지 의무도 적용된다.‘EU 폐가전지침’이 공표됨에 따라 연간 20억달러에 달하는 국내 가전업계의 대EU 가전수출에 적잖은 파급이 예상된다.노무현 정부 경제정책 집중분석출산장려와 고령화사회보건복지부는 앞으로 출산을 적극 장려하는 정책을 펴나가겠다고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아기를 낳는 부부에게 출산수당이나 아동양육수당을 지급하고 교육비 경감 혜택 등을 주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우리나라의 출산은 1960년대 여성 한 명당 6명꼴로 매우 높았다. 산업화가 시작된 70년대 들어 출산율이 급속히 떨어지더니 1984년에는 기존 인구를 대체하는 수준인 여성 한 명당 2.1명으로 낮아졌다.맞벌이부부와 여가를 중시하는 신세대의 등장으로 출산율은 더 떨어져 2001년에는 1.3명으로 일본(1.33명)보다 낮아졌다. 2002년에는 여성 한 명당 1.17명만 출산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한국의 적정인구가 얼마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분분하다. 출산억제 정책을 지금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인구의 급격한 감소가 사회경제적으로 미치는 충격이 엄청날 것이라는 사실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노인들이 많아지는 데 비해 일할 수 있는 젊은이들은 줄어들기 때문이다.한국개발연구원(KDI)은 출산율이 향후 30년간 1.7~1.8%를 유지한다는 것을 전제로 65세 이상 노인비율이 2000년 7.13%에서 2030년 19.27%로 높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KDI는 “현재의 출산율보다 크게 낙관적인 출산율을 근거로 전망했다”면서 “고령화 추이를 과소평가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 같은 낙관적인 전망에 따르더라도 부양해야 할 노인은 지금의 두 배로 늘어난다.일할 사람이 줄어드는 만큼 경제성장률은 둔화된다. 1980년대 7.8%였던 잠재성장률이 90년대 6.3%(KDI 추정)로 낮아진 데는 취업자수의 둔화도 큰 요인이었다. 노인들에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하기 위한 노인인력운영센터의 구상은 인구감소로 인한 경제성장 둔화를 막기 위한 방안이다.국민연금 부담도 커진다. 고령화의 급속한 진전으로 국민연금은 2030년대 중반 고갈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국민연금 부담액을 늘리거나 수령액을 줄이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연금 수급자가 많지 않을 때 하루라도 빨리 연금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생계비 보조와 의료비 지출 등 노인복지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정부 재정에도 문제가 생길 전망이다. 수명이 길어지고 의료기술이 발달할수록 의료비 부담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급속한 고령화는 재정을 파탄시킬 수 있는 폭탄이다.인구억제는 정관수술이나 피임 등 강제적 방법으로 가능하다. 그러나 출산장려는 마땅한 수단이 없다. 세제혜택 등 경제적 유인수단으로 인구감소를 막으려는 정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현승윤ㆍ한국경제신문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