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 등 환경문제 들어 공사 반대...6월께 재조정안 나올 듯

“하루 종일 민원처리 같은 잡무를 하면서 소일합니다. 한창 공사를 해야 하는데…. 무작정 손놓고 있으니 답답하네요.” 도로공사 현장 직원의 푸념이다.경기도 북부 송추에 위치한 ‘서울 외곽고속도로 시공사업단’ 분위기는 개점휴업 상태다. 지난 4월14일 불교계와의 합의에 따라 그동안 진행해 온 수락산~불암산 터널구간 공사도 전면 중단했기 때문이다. 북한산 관통노선인 사패산 터널구간은 지난해 8월부터 이미 손을 놓았다. 전체 공사구간 중 딱 절반이 중단된 상태다.일산~퇴계원간 서울 외곽고속도로 건설은 민자유치사업이다. LG건설을 비롯한 9개사가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했다. 총투자비는 2조3,000억원. 서울 외곽을 벨트처럼 둘러싼 고속도로 127㎞를 연결하는 마지막 36㎞ 건설구간이다.환경문제를 놓고 불교계와 환경단체의 반발이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당초 북한산국립공원 중간을 가로질러 건설하려는 계획이 국립공원 외곽인 사패산 쪽으로 변경됐음에도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공사가 중단되면서 시공사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직간접 비용을 모두 포함하면 지난해 8월부터 매달 100억원씩 날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최근 수락산~불암산 구간까지 공사가 중단돼 손실이 더욱 커질 전망”이라고 시공회사 관계자는 말한다.더욱 속타는 쪽은 정부다. 노선 재조정문제를 놓고 시공사를 대신해 불교계와 힘든 협상을 벌여야 함은 물론 자칫하면 시공사의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정부는 시공사와의 ‘실시협약’을 통해 손실의 일정부분을 보상해 주기로 했다. 이 협약에 따르면 시공사는 피치 못하게 발생하는 손실의 90%까지 보상받을 수 있도록 돼 있다.“불교계의 반대로 공사가 중단된 것은 우리로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정부가 이 점을 충분히 고려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시공회사 관계자는 말했다. 이에 대해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무조건 보상해주는 것은 아니다.하지만 정부가 부담해야 할 공공도로건설 비용을 민간이 일정부분 분담한 만큼 이에 대한 배려는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초 2006년 6월 완공하기로 한 공사가 무작정 연기되면서 시공사의 속도 편치 않다.시공사는 완공 후부터 30년간 고속도로를 운영해 투자자금을 회수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건설기간이 연장되면서 그만큼 투자자금 회수시점이 늦춰지게 된 것이다. LG건설 관계자는 “완공시기가 늦춰지면서 추가 금융비용이 발생한다”며 “민자유치사업은 빠른 투자자금 회수여부가 사업의 성패를 가름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말한다.정부와 불교계가 각각 위원 5명씩을 추천하는 ‘노선재검토위원회’의 구성작업에 들어갔다. ‘노선재검토위’는 기존 노선을 비롯한 다양한 대안을 검토해 최종안을 확정한다. 그 시기는 6월 초로 예상된다. 정부, 시공사 모두 초조한 심정으로 경과를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