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중순께 있을 한국은행 임원·국장급에 대한 인사가 금융계의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했다. 이번 인사개편은 참여정부 출범 이후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원·금융감독위원회에 이어 이뤄지는 것이다. 박승 총재가 노무현 대통령의 개혁적인 ‘인사정책 코드’와 얼마나 조화를 이룰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5명의 한은 임원 임기가 조만간 만료됨에 따라 통상 재경부 몫인 감사자리를 제외한 집행부 임원 4자리를 채울 후속인사가 이르면 5월 중순께 단행될 것으로 전망된다.특히 5월16일 임기가 만료되는 강형문 전 부총재보(통화신용정책담당)는 이들 중 가장 먼저 지난 4월24일 이강남 한국금융연수원장 후임으로 선임, 4월28일 공식 취임했다.강형문 전 부총재보와 임기만료일이 같은 이성태 부총재보(조사담당)를 시작으로 7월23일에는 박철 부총재와 이승일 부총재보(경영관리담당) 등이 각각 3년 임기를 마치게 된다. 김우석 감사는 5월15일 임기가 만료, 재경부측에서 후속인사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강형문 전 부총재보가 이미 다른 자리로 옮긴 상황에서 후속인사에서는 이들 임원 3명도 모두 교체될 전망이어서 임원 승진 등 연쇄적인 인사태풍이 예고되고 있다.이중 가장 관심거리는 ‘누가 부총재가 되느냐’다. 부총재후보로는 이번에 임기가 끝나는 이성태, 이승일 부총재보가 ‘부총재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두 사람 중 선임이고 한은의 ‘노른자위’ 조사담당 임원인 이성태 부총재보가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 특히 이부총재는 부산상고 출신으로 노무현 대통령과 동향ㆍ동창이라는 배경도 갖추고 있다.그러나 통화정책을 총재가 주도하는 상황에서 부총재가 반드시 조사담당이어야 할 이유가 없고, 강력한 리더십으로 조직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내부 여론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2명의 부총재보 중 1명이 부총재로 승진하면 자연스럽게 다른 1명은 4월 하순과 5월 중순 임기가 끝나는 금융결제원 산하 서울자금중개(주) 사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될 전망이다.따라서 이들의 승진, 임기만료로 공석이 될 부총재보 3자리는 현 보직국장 중에서 발탁될 예정이다. 현재 차기부총재보로는 고속승진하며 일찌감치 차세대 리더 중 한 명으로 꼽혀온 이상헌 국제국장과 고참 국장인 정규영 조사국장, 박재환 정책기획국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그러나 정규영 국장은 경남고, 이상헌ㆍ박재환 국장은 경북고 출신으로 모두 영남이어서 지역안배나 직군을 감안해 이들 중 한 명은 다른 사람으로 대체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보직국장인사도 관심의 대상이다. 국장 3명이 임원으로 승진하고 정년(58세)이 1년밖에 남지 않아 자문역으로 빠질 보직국장이 6명임을 고려하면 8∼9자리가 생기게 된다. 발탁인사나 수평이동을 감안하면 인사폭은 41명의 국장(본부 19명, 지역본부 16명, 해외사무소장 6명) 중 절반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박승 총재가 이번 인사는 능력과 조직발전을 고려해 외부 청탁을 배제하고 직접 챙기겠다고 밝힌 바 있다”며 “특히 인사폭도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행내외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인사개편이 임박함에 따라 그동안 낙하산 인사를 강력히 반대해 온 한은노조는 4월23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곧 있을 임원인사는 공개추천을 통해 후보를 선정한 뒤 후보자들에 대한 대내외 다면평가 결과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노조는 이어 최근 직원들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과거 임원인사가 개인의 능력과 자질 및 전문성보다 학연 및 지연 등 연고주의와 정부 등 외부의 영향력에 의해 결정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또한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절차와 소신 있고 민주적인 간부선임이 중앙은행을 바로 세우는 초석이라고 주장했다.한은노조 관계자는 “이번 임원인사에서는 몇 차례 실시된 부서장 평가설문과 관리자 능력 의견조사 결과가 반영돼야 한다”며 “직원들의 신임을 받지 못하는 인물들은 후보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말했다.이 관계자는 또 “부서장인사 역시 객관적 기준에 의한 능력중심이 돼야 한다”며 “특히 일부 정책부서의 경우 외부전문가 영입이 바람직하며 직책 공모절차에서 대내외간 공정한 경쟁이 보장되도록 개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INTERVIEW / 송태준 전 한국신용평가정보 사장“지배구조 다져놓고 물러갑니다”대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말들이 많은 요즘 한국신용평가정보의 대주주와 현 경영진간의 관계가 화제다. 한신평정보는 지난해 말부터 최대주주인 다우기술과 현 경영진간의 경영권 분쟁으로 첨예한 대립을 보이다 극적인 협상을 이끌어냈다.사외이사를 보강하고 대표이사후보 추천위원회 두는 한편 경영권 분쟁 당시 대표이사였던 송태준 사장이 물러나는 수준에서 협상을 매듭지은 것이다. 송 전 사장은 4월29일 임기를 5개월 앞두고 퇴임했다.송 전 사장은 한신평정보를 5년 7개월 동안 맡으면서 신용정보업 및 평가업을 전문화시키고 기업지배구조에 새길을 제시한 전문경영인이다.지배구조개선과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어떤 연관성을 갖고 있습니까.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최대주주와 경영권 분쟁을 하다가 최종 타결한 것들 중의 하나로 가장 중요한 사항입니다.대주주의 간섭을 받지 않는 독립경영을 위한 제도적인 장치라고 보면 됩니다. 추천취원회는 전임대표이사, 사외이사, 고객대표 등 각 1명과, 최대주주와 외국투자가를 포함한 주주대표 3명 등 6명으로 구성돼 있습니다.여기서 공개적이고 공정한 절차를 거쳐 대표이사후보 2명을 이사회에 추천합니다. 사외이사를 보강한 것도 독립경영을 위한 것입니다.임기가 만료된 최완진 사외이사 대신 세계 2위의 재보험사인 스위스 르 인슈어런스의 투자담당임원인 존 프랭클린과 조원 전 대표이사를 선임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대주주는 의결권이 3분의 1 정도만 갖게 되는 셈이죠.이번에 취임한 박상태 사장이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첫 사례가 되겠네요.그렇습니다. 추천위원회는 4월2일 신문광고를 통해 대표이사 후보를 공개모집했습니다. 지원한 8명과 헤드헌터가 추천한 3명 등 총 11명이 후보로 등록됐고 최종 3명으로 압축돼 이중 관세청 차장을 지낸 박사장이 부임하게 된 것입니다.송태준 전 사장은 그동안 신용평가 및 정보업 전문화에 상당한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만큼 아쉬움도 많을 텐데요.20년 넘게 공직(재무부)생활을 하다가 6년 가까이 기업의 CEO로 일했는데 기업이 역동적이고 좋은 것 같습니다.사실 처음 왔을 때는 기업의 경영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모기업인 한신평정보와 자회사인 한국신용평가, KIS정보통신, KIS채권평가의 경영상태를 정상화시켰다는 데 보람을 느낍니다.또 모회사와 자회사를 분리해 신용정보업과 평가업을 전문화시킨 것도 앞으로 한신평정보가 가야 할 길을 제시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크레딧뷰로 사업도 향후 큰 수익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후임사장이 이를 기반으로 더욱 발전시킬 것으로 믿습니다.이창희 기자 twin92@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