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플렉스 극장체인 CJ CGV는 지난 2월 12호점인 수원점을 개관하면서 국내 최초로 100개 스크린을 돌파했다. 3월 초에는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의 브랜드파워 조사에서 영화관 부문 1위로 선정됐다.지난해 말에는 1,400억원의 매출액과 300억원의 경상이익을 올리며 누적관객이 우리나라 인구수인 4,700만명에 이르렀다. 연일 기록을 경신하며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셈이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멀티플렉스를 도입한 CGV는 극장업계의 명실상부한 1인자로 연 8,000여억원 규모, 1억 600만 관객의 극장 비즈니스에서 관객점유율 20%를 차지하고 있다.‘멀티플렉스’라는 말을 유행시키며 국내 극장문화를 통째로 바꾼 주역은 바로 박동호 CJ CGV 대표이사(47)다. CGV의 전신은 1995년 4명으로 출발한 제일제당 멀티미디어 사업본부 극장사업팀.박대표는 이 작은 팀을 8여년 만에 250명의 직원과 1,500명의 스태프를 갖춘 회사로 성장시켰다. 이런 공로로 그는 지난해 12월 상무에서 그룹 부사장으로 승진했다.“아직 성공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갈길이 멀기 때문이지요. 극장업체가 할일은 무궁무진해요. 영화를 상영하는 단순한 극장사업에 그치지 않고 극장을 ‘플랫폼’으로 삼아 시너지 효과와 수익을 낼 계획입니다.”‘플랫폼’(Platform), 즉 극장을 ‘기반’삼아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겠다는 얘기다. 영화를 보러온 관객이 또 다른 비즈니스의 소비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극장을 고객 접전 유통사업으로 업그레이드시킬 전략이다.박대표는 현재 극장 옆에 위치한 게임센터와 카페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웨딩숍 등을 설치할 계획이다. 남녀 커플들이 극장을 데이트 공간으로 삼는다는 데서 착안, 웨딩숍의 수익성을 간파한 것이다. 그외에도 ‘CGV 조이큐브’라는 비디오대여점과 하루 조회수 200만페이지뷰의 CGV 홈페이지를 활용한 인터넷 사업이 그의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다.“집, 사무실(학교), 카페를 잇는 제4의 공간을 극장으로 자리매김시킬 겁니다. 극장을 ‘허브’(Hub)로 이용해 즐거움을 주는 놀이공간을 패키지로 묶을 계획입니다. 물론 주축이 되는 극장 자체의 기반을 더욱 탄탄히 만들어야죠.”지난 98년 강변 테크노마트에 국내 최초의 멀티플렉스를 탄생시켰던 CGV는 인천, 오리, 대전, 남포, 명동, 구로, 목동, 수원 등지에 12개의 극장을 거느리고 있다. 올해는 상암과 부천, 수원, 안양에 CGV를 건립할 계획이다.2004년에도 불광과 용산, 창동, 부산 센텀시티 등에 속속 진출할 예정. 건립될 극장들은 모두 각기 다른 테마를 지닌다. 월드컵경기장 소재 상암점은 ‘한국인의 힘’이, 수원 남문섬은 ‘수원성’이 인테리어의 테마가 된다.8호점까지는 초기 제휴자인 빌리지로드쇼 특유의 ‘별’ 모양이 인테리어의 주를 이뤘지만 9호점인 명동점부터는 CJ CGV 자체 아이디어를 모아 꾸몄다.“명동의 테마는 ‘사이버’, 구로는 ‘팬태스틱’이지요. 목동은 ‘그린’이고 수원은 ‘바다’입니다. 각 지점별 관객성향을 극장에 녹이기도 했죠. 여성 쇼핑인구가 많은 명동은 파우더룸을, 주부 관객이 많을 것이라 예상한 분당 야탑은 무료유아놀이방을 갖추고 있습니다.”가장 먼저 비즈니스를 시작했다는 점이 CGV를 1등으로 만든 건 아니다. ‘최초’가 ‘최고’가 된 건 박대표의 ‘온니 원 서비스’(Only One Service) 전략이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표를 사기 위해 길게 줄을 서 기다리는 시간을 없애버린 ‘순번 발권기’는 해외 극장에도 없는 그의 획기적인 아이디어다.다른 극장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CGV 특유의 향기 또한 고객서비스의 일환이다. 편백의 엑기스를 짜서 만든 ‘피톤치드향’이 바로 그 실체. 15분 단위로 분사되는 이 향은 머리를 맑아지게 하고 살균작용을 지녀 ‘삼림욕’ 효과를 낸다.“영화를 단지 상영만 하는 게 아닌 고객에게 편안히 보여주는 ‘상영 서비스 사업’이 CGV의 임무이지요. 고객만족을 극대화해 관객이 재방문할 수 있도록 전직원은 항상 미소를 보여야 합니다. 직원이 미소를 유지하며 일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열정과 의욕을 고취시키는 경영전략을 펼치고 있어요.”1,500명의 극장 스태프를 포함한 전직원들이 늘 웃을 수 있도록 박대표는 더 나은 복리후생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비정규직인 아르바이트생에게도 4대 보험 가입을 적용하고 우수직원에게는 해외연수의 기회도 제공한다. 능력이 있는 스태프는 고속 승진시킨다. 팝콘을 팔던 여성 스태프가 4년 만에 명동점장이 됐을 정도.직원과의 원활한 종적, 횡적 커뮤니케이션 또한 1등 극장체인이 되는 데 크게 기여한다는 사실을 박대표는 잘 알고 있다. 그의 PDA에는 전직원의 생일이 입력돼 있다. 직원의 생일에 휴대전화 메시지를 손수 보내 축하하는 그는 센스와 다정다감함을 지녔다.한 달에 5~10권의 책을 읽는 다독형 CEO인 그는 전직원이 독후감을 쓰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스타벅스 - 커피 한잔에 담긴 성공신화 designtimesp=23743> <겅호 designtimesp=23744> 등이 전직원의 손길을 거쳐 간 책들. 미래의 변화를 준비하고 공감하는 조직문화를 형성하기 위해서다.“‘극장쟁이’라는 사내 인트라넷 게시판을 통해 직원들과 실시간 소통하고 있기도 하죠. 익명게시판을 만들었는데 회사와 상사, 대표에 대한 불만을 직원들이 솔직히 토로하더라고요. 반성도 하고 직원들의 숨은 마음도 읽을 수 있어 ‘공감경영’을 할 수 있네요.”끊임없이 새로운 경영아이디어를 쏟아내는 그는 극장 CEO답게 ‘크리에이티브’를 영화에서 찾는다. 한 달에 10편 이상의 영화를 본다는 것. PDA에 시인 김소월, 신경림의 시를 입력해 수시로 읽으며 머릿속을 정리하기도 한다.‘영화 그 이상의 감동’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이 멀티플렉스 전문경영인의 목표는 무엇일까. “매출 면에서 올해는 1,700억원, 2005년에는 2,000억~3,000억원을 달성하고 25개 상영관과 250개 스크린을 돌파할 계획입니다.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초우량 극장기업이 멀지 않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