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세탁 방지를 위한 금융망 구축이 시급…경영권 방어 전략 수립도 필요

최근 SK 사태를 계기로 투기펀드와 이들 펀드가 주무대로 할용하고 있는 조세회피지역(Tax haven area)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조세회피지역은 역외금융센터의 일종으로 비거주자가 외화표시 금융업무를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규제완화와 조세감면 등과 같은 특혜가 제공되는 곳이다. 현재 세계 3대 조세회피지역으로는 카리브해 연안지역, 말레이시아 북동부, 아일랜드를 꼽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인접지역으로 확산되는 추세다.이들 지역의 자금공급은 돈세탁 명목으로 들어오는 각종 리베이트성 자금(특히 군수물자관련)과 정치자금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물론 마약과 같은 불법자금도 없어서는 안될 자금이다. 최근 들어서는 대외신용 유지 차원에서 개도국 기업들의 변칙성 외화 거래 창구로도 자주 이용되고 있다.지역과 거래되는 자금의 특성상 정확한 규모 파악은 어려우나 조세회피지역을 통한 금융거래 규모는 전세계 금융거래 규모의 최대 25%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만큼 국제금융감시망으로부터 벗어난 지역이 확산되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지하경제 규모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현시점에서 조세회피지역을 규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안은 이들 지역에서 거래되는 금융거래에도 세금을 올리는 방안이다. 즉 모든 금융거래에 부과되는 세율을 전세계적으로 평준화하는 방안이다.부시 행정부의 경우 9ㆍ11테러 이전에는 조세회피지역에 대한 과세방안에 대해 기업활동 억제 등을 이유로 반대해 왔으나 테러 이후 방지를 위해서는 직접적 군사 행동보다 자금줄을 차단하는 방안이 중요하다고 보고 이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했다.문제는 세금을 부과할 경우 조세회피 국가의 고유권한을 침해할 소지가 있어 반발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오히려 섣불리 규제하다가는 이 지역에서 거래되는 자금의 성격상 통화가 급속히 퇴장(Hoarding)되면서 국제신용 경색현상과 세계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주목해야 할 점은 조세회피지역에 대한 규제논의가 지속됨에 따라 갈수록 조세회피지역이 인터넷 공간상으로 이동하고 있는 점이다. 미국의 경우 일부 대형 금융기관들까지 연루되면서 인터넷을 통한 돈세탁 규모가 하루가 다르게 증가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돈세탁과의 전쟁’을 주요 정책으로 추진하면서 포괄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이미 미국 재무부 내에는 온라인상의 불법자금 송금방지를 위한 ‘금융범죄 대책위원회’를 설치했다. 동시에 △금융범죄 다발지역에 대한 단속강화 △돈세탁 수사관 대상 교육강화 △국제적인 돈세탁 방지를 위한 지원 확대를 골자로 한 ‘돈세탁대책반’을 마련한 바 있다.불법 외화밀반출 문제 여전우리나라는 어떤가. 그동안 우리는 조세회피지역에서 무시할 수 없는 고객으로 대접을 받아왔다. 특히 리베이트성 자금들의 돈세탁 창구로 자주 거론됐었다. 외환위기 이후에는 외자중시 정책에 따라 말레이시아, 아일랜드를 통한 이른바 ‘검은 머리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이나 국내 기업들의 ‘변칙성 외자도입’이 문제가 되고 있다.당초 우려했던 수준보다 작으나 개인의 외화거래까지 완전 자유화되는 ‘제2단계 외화자유화 계획’의 실시 이후 불법 외화밀반출이 꾸준히 문제가 되고 있다. 인터넷의 활용속도도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결국 우리나라도 조세회피지역에 중요한 고객이라는 사실은 국내금융시장의 안정을 그만큼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우리나라도 결코 조세회피지역의 안전지대가 아님을 감안할 때 돈세탁 방지를 위한 관련 금융망이나 더욱 효율적인 외화감시 체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각종 펀드로부터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한편 이번 SK(주) 사태를 계기로 국내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에 비상이 걸렸다. 더욱이 국제금융시장에서는 모든 글로벌 펀드들이 갈수록 벌처펀드 성격이 강해지는 추세다. 이제는 투자해 수익을 기다리기보다 기업을 인수해 기업 가치를 올리거나 경영권 간섭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대내적으로는 재벌개혁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다소 논란이 있다 하더라도 현 정부는 기본적으로 출자총액제한과 금융권의 의결권 제한 등을 통해 재벌개혁과 경제력 집중을 완화해 나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국내 기업들이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자사의 지분변동 상황과 지분의 성격을 철저히 파악하는 일이다. 평소부터 투자자 활동(IR)을 통해 우호지분을 확보해 놓거나 현 경영진에 대해 주주들의 신임을 얻어 놓은 것은 경영권 방어에 필수적이다.또 예기치 못한 사태가 발생할 것에 대비해 언제든지 우호지분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자사주 펀드를 설치하거나 전환우선주를 발행해 놓는 일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만약 이런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다면 기업들은 곧바로 경영권 방어에 나서야 한다.가장 쉽게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자사주를 매입하거나 우호적인 제3자 주주의 도움을 받아 경영권을 유지하는 백기사(White Knight) 전략으로 현재 미국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다.국내에서는 지난 95년 경남에너지 경영권을 놓고 원진이 경영권 장악을 시도하자 가원이 대웅제약을 백기사로 등장시켜 원진측의 시도를 무산시킨 적이 대표적인 사례다.반대로 경영권 방어에 위협을 느끼는 기업이 오히려 공격하는 기업의 경영권 확보에 나서는 역공개 매수전략도 있다. 현행 상법상 상대편의 주식을 10% 이상 확보할 경우 상대방 주식의 의결권이 제한되는 점을 활용한 방법이다.일부러 주가를 끌어올려 경영권 공격에 나서는 기업의 부담을 늘리는 고주가 전략이나 경영권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프리미엄을 주고 주식을 되사주는 그린 메일(Green mail)도 적극적인 경영권 방어전략에 해당된다.반면 일부러 기업 가치를 떨어뜨려 경영권을 방어하는 소극적인 전략도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극약처방(Poison Pill)이 자주 사용된다. 상환우선주를 상환해 일시적으로 막대한 현금유출을 발생시키거나 전환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시켜 방어측의 지분율을 높이는 방안이 여기에 속한다.같은 맥락에서 경영권을 공격하는 기업이 노리는 핵심사업을 포기하거나 퇴직하는 경영진에게 많은 비용을 지급해 경영권 간섭 혹은 인수 동기를 사전에 꺾어버리는 황금알 전략과 황금낙하산 전략도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종종 사용되는 경영권 방어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