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개발 신소재 30여종...철근보다 가볍고 강한 탄소막대, 재생시멘트 각광

“미쳤다는 소리를 들으면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갈라진 벽에 시멘트나 덧바르는 게 건축물 유지보수의 전부라고 인식되던 시절이었으니까요.”그러나 현재 (주)리폼시스템(대표 박홍진)의 위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건축구조물 유지보수에 관한 한 대형 종합건설사들도 한 수 접고 들어갈 정도. 그동안 개발한 신소재만도 30여 가지나 된다.리폼의 으뜸가는 자랑거리는 제품의 성능이다. RE-모르타, G&W모르타 등의 특수 모르타르는 접착력이 높고 건조가 빨라 흔들림이 많은 교량공사에서 요긴하게 쓰인다. 탄소, 유리, 섬유를 이용한 ROD는 철근보다 5배 가볍지만 강도는 7배에 이른다.지난 3월에 개발한 재생시멘트도 주목을 받고 있다. 건축폐기물로 버려지는 폐콘크리트를 재생시킨 이 시멘트는 처리방법에 따라 일반 시멘트보다 강도가 높다. 이 기술을 통해 폐콘크리트를 30% 정도 줄일 수 있다고 회사측은 설명한다.리폼이 신소재를 자체개발하기까지 남모르는 고민이 있었다. 이 회사는 사업초기 소재를 일본에서 수입했다. 그런데 단가가 높아 도무지 수익이 나지 않아 소재개발을 추진했다.그러자 거래하던 일본업체가 돌연 거래선을 바꿔버렸다. 이때부터 리폼은 제품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매출이 줄며 존폐위기에 몰렸지만 별 도리가 없었다는 것.“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같은 대형참사가 우리 회사에는 오히려 기회가 됐습니다. 그때부터 구조물 유지보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니까요.”이 회사의 주 고객은 공공기관이다. 반포대교, 낙동강교, 양구터널, 남산터널, 청계천과 사당천 복개하천 등 리폼의 기술로 수명이 연장된 구조물은 수백개에 이른다. 특히 지난해에는 경부고속철도의 동대구~부산 구간 공사에 참여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리폼의 신기술 59호인 복합섬유로드공사를 통해 1904년에 축조된 신주막, 작원관, 은곡1ㆍ2터널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된 것. 이를 통해 공사기간 단축과 경비절감을 이뤄냈다.이렇게 굵직굵직한 공사를 진행했지만 리폼의 2002년 매출은 67억원에 불과하다. 그 이유는 ‘시공대리점’이라는 리폼의 독특한 제도 때문이다. 이 회사는 직접 공사를 하지 않는다.단지 소재와 기술만을 제공하고 공사와 영업은 리폼이 ‘대리점’으로 인정한 65개의 지역 건설업체들이 맡는다. 이들로부터 재료대금 외에 3%의 기술이용료를 받는다. 공사까지 하면 매출이 크게 증가하겠지만 제품개발에 집중하느라 여력이 없었다는 것.리폼은 최근 국내의 공공부문에만 치우쳤던 활동무대를 중국, 일본, 중동 등지로 넓히고 있다. 쿠웨이트의 셰라톤호텔 리모델링공사를 진행 중이고, 중국 석탄공사와 갱구부공사 계약도 체결했다. 또한 기술을 수입하던 일본에도 진출할 계획이다.국내의 건설시장에서 유지보수공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불과 5%에 불과하다. 일본의 20%, 유럽의 30%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시장은 날로 커질 전망이다.건축폐기물과 건설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리폼은 오는 5월 코스닥 등록 심사를 앞두고 있다. 코스닥 공모를 통해 증자가 이뤄지면 직접 시공도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