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동산 시장은 종잡을 수가 없다. 지난 1~2월만 해도 안정세를 보이던 아파트값은 4월 들어 서울 재건축아파트를 중심으로 상승세로 돌아서 서울지역 아파트값이 평당 1,000만원을 돌파하고 있기 때문이다.넉넉한 아파트 공급물량, 경기위축에 따른 투자수요 위축 등을 들어 ‘안정세’를 낙관하던 업계와 정부 관계자조차 이른바 ‘청개구리 뜀박질’ 양상을 보이는 서울지역 아파트값에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하다.물론 재건축아파트를 제외하고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평당 1,000만원 돌파에서 알 수 있듯이 아파트 매매가격은 언제라도 다시 뛸 수 있는 ‘시한폭탄’이란 게 일반인들의 인식이다.특히 아파트값이 술렁이면서 가장 난감해하는 이들이 바로 ‘내집장만’을 앞두고 있는 세입자들이다. 시간이 지나면 안정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자금 마련에 나섰던 세입자 입장에서는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최근의 서울 아파트가격 동향은 ‘전세 유지냐, 내집마련이냐’라는 해묵은 숙제를 다시금 안겨주고 있다.양모씨(34ㆍ서울 강서구 방화동)도 ‘전세 유지냐, 내집 마련이냐’를 두고 고민하고 있는 세입자다.(표참조)현재 양씨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매매가는 1억5,000만원. 그리고 전세가는 1억1,000만원으로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73%선이다. 이 정도 비중이면 서울지역 아파트의 평균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보다 약간 웃도는 수치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조건에서 양씨는 전세를 고수하는 것이 나을까, 아니면 대출을 받아서라도 적극적으로 내집마련에 나서는 게 나을까?앞으로의 발전 가능성, 그리고 역세권 편입, 지역 재개발 등 각종 프리미엄 변수는 일단 접어두고 재무상황과 예상가격상승률, 대출을 받을 경우 이자와 소득 등 특정요인만을 고려해 따져보도록 하자.우선 양씨의 재무상황부터 살펴보면, 현재 양씨의 연평균수입은 약 3,000만원. 월급의 50% 이상을 저축하는 덕에 월평균저축액은 130만원 정도다. 이 정도 저축액이라면 대출금 상환에 큰 무리가 없어 적극적으로 대출을 통한 내집마련을 노릴 만하다.양씨가 현재 매매가와 전세금의 차익인 4,000만원을 대출받았을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양씨는 우리은행(구 평화은행)에서 취급한 근로자주택자금 대출을 신청할 수 있다.이 대출은 연봉이 3,000만원 이하인 근로자로서 무주택기간이 6개월 이상인 세대주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대출이자는 연 6.5%(변동금리)로 5년 거취 10년 상환이며, 원금상환 수수료가 없어 단기에 대출자금을 상환할 수 있는 혜택이 있다. 물론 전용면적 25.7평 이하 주택에 한해서만 대출을 받을 수 있다.양씨가 3년 동안 원리금과 이자를 균등상환해 4,000만원의 대출을 갚아 나간다고 가정하자. 이때 양씨가 갚아야 할 상환액은 원금 4,000만원과 이자 413만원. 이 둘을 합친 금액은 4,413만원으로 매월 납부할 금액은 122만6,000원꼴이다.결과적으로 양씨는 시세 1억5,000만원인 아파트를 1억5,413만원에 구입하는 셈이다. 단 여기에는 양씨가 올해 구입한 아파트의 3년 후 매매가 상승률을 반영, 그에 따른 아파트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을 더해줘야 한다.부동산뱅크가 90년 이후 서울 아파트가격 상승률을 분석한 결과 평균상승률은 7.5%선. 그리고 강서구 일대 아파트가격 상승률은 이보다 1%포인트 정도가 낮은 6.5%선이다. 양씨의 강서구 방화동 아파트가 10년 평균 가격 상승률에 준해 매년 6.5%가 상승한다고 가정할 때 3년 후 가격은 1억7,925만원선.따라서 양씨의 수익은 1억7,925만원에서 413만원을 뺀 1억7,512만원이 되며, 결과적으로 양씨가 아파트를 대출을 통해 매입할 경우 투자수익은 2,512만원이 되는 셈이다.그렇다면 반대의 경우를 택할 경우 수익은 어느 정도일까. 즉 양씨가 전세를 그대로 유지했을 경우 3년 동안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을 살펴보자.이를 알기 위해서는 사전 정리가 필요하다. 앞서 양씨의 경우 4,000만원을 대출받아 2,512만원의 수익을 올렸다.결국 양씨가 전세를 고수할 경우 4,000만원의 대출금은 필요 없게 되는 반면, 그 균등상환액만큼 정기적금을 불입할 경우 그 수익은 고스란히 양씨의 수익이 되는 셈이다. 이를 토대로 살펴보면 양씨가 월 122만6,000원을 3년간 저축할 경우 얻을 수 있는 수익과 전세금 1억1,000만원을 더하면 양씨가 전세 고수에 따른 순수이득을 알 수 있게 된다.우선 양씨가 3년 동안 정기적금을 통해 모을 수 있는 금액은 4,413만원. 이자는 시중은행의 평균 정기적금 금리인 5%를 적용하면 대략 310만원이 나오는데 이자 소득세를 제할 경우 261만원이 된다.따라서 전세를 고수할 경우 3년 후 양씨 수중의 자금은 전세금 1억1,000만원에 적금의 원금 4,413만원과 세후 이자 261만원을 합한 1억5,674만원이 된다.단순 결과만을 놓고 비교해 본다면 주택구입자금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사두는 것이 전세를 고수한 채 은행적금에 가입하는 것보다 대략 1,838만원 정도가 이득이다. 물론 취득세, 등록세를 제한다고 해도 1,500만원 정도의 이득은 챙기는 셈이다.물론 여기에는 몇 가지 단서가 존재한다. 이 경우는 특정지역과 개인에 대한 케이스다. 결국 대출금이 높거나 금리가 변동될 경우 앞선 시뮬레이션과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을 밝혀둔다. 특히 이 시나리오는 금리가 현재 상태를 유지하고, 아파트 매매 상승률이 6.5%대를 3년간 유지해야 가능하다.또 근로자주택자금 대출 대상자를 고려한 만큼 시중은행을 이용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이자 산출과 향후 수익에서 차이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전제 조건 못지않게 염두에 둬야 할 것은 자신에게 필요한 주택자금의 규모를 명확히 하고 난 뒤 대출금리를 고려하고, 대출금액을 부담할 경제적 능력이 있는가를 꼼꼼히 따지는 자세가 필요하다.이에 따라 양씨의 경우 월대출금 상환이 충분히 가능하다면 정확한 수익성을 바탕으로 매매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은 아파트를 골라 내집마련에 적극 도전해 보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