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하 수상해서일까. ‘싸움’과 ‘싸움 구경’이 화제다. 위성방송이나 케이블방송을 중심으로 ‘K-1’ ‘UFC’ 같은 이종격투기 경기가 중계돼 특히 남성들의 관심을 끌더니, 지난 4월에는 ‘스피릿 MC’(Spirit Martial Challenge)라는 국내 대회까지 치러졌다.말이야 바른 말이지 사실 이종격투기는 주먹다짐이나 다름없다. 이렇다할 룰이 없는 상황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엄밀히 말하면 몇 가지 가리기는 한다) 상대방을 제압하는 경기가 이종격투기니, 싸움이나 다를 게 하나 없다.태권도나 유도 같은 격투기에서 ‘도’(道)로서의 위엄과 격식을 벗겨낸, 그래서 어찌 보면 천박한 게임일 수 있다. 하지만 이게 만만찮게 재미있다. 다들 싸움과 불 구경이 구경 중에 최고라고 하지 않던가.특히 일본에서 이종격투기의 인기는 가히 하늘을 찌를 듯하다. 세계 최고의 이종격투기대회로 꼽히는 ‘PRIDE FC’는 그 유명한 안토니오 이노키가 창설한 대회이며 위성중계로 우리에게 낯익은 ‘K-1’ 역시 일본에서 출발한 대회다(안토니오 이노키는 김일과 사투를 벌였고, 당시 권투 헤비급 세계챔피언이던 무하마드 알리와 세기의 일전을 벌이기도 했다.누워서 알리의 발을 집중적으로 공격한 탓에 알리로부터 “누워서 돈 버는 사람은 창녀와 이노키밖에 없다”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나중에 일본 국회의원을 지냈다).그토록 인기가 높으니 만화도 다양할밖에. 이타가키 게이스케의 <바키 designtimesp=23901>(서울문화사)는 그중에서도 흥미로운 격투기 만화다. 출발부터 심상찮다. 작가는 프롤로그에서 격투기 만화답지 않게 스위스의 정신분석학자 칼 융의 개념 하나를 들이댄다.쉽게 말해 ‘기막힌 우연’을 뜻하는 ‘싱크로니시티’(synchronicity)다.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격투가(이며 범죄자) 5명이 거의 동시에 감옥을 탈출해 일본 도쿄로 향한다. 기가 막힌 우연의 일치, 즉 싱크로니시티다.도쿄에서 이 다섯 명의 야수들은 이미 일본의 지하 격투기대회를 평정한 고등학생 격투가 바키를 비롯해 일본을 대표하는 격투가들과 링도 없고 룰도 없는 죽음의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된다. 잔혹한 묘사가 이따금씩 거슬리기는 하지만 목숨을 내건 육박전을 그리며 어찌 살 떨리는 묘사 하나쯤 없을까 하고 이해한다면 흥미진진하게 감상할 수 있다.사루와타리 데쓰야의 <고교 철권전 터프 designtimesp=23908> 역시 흥미롭다. 나다신영류라는 고무술(古武術)의 계승자인 고등학생 주인공 미야자와 기이치의 활약상을 그린 만화다. 마에카와 다케시의 <쿵후 보이 친미 designtimesp=23909> 역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권법만화. 후지와라 요시히데의 <권법 소년 designtimesp=23910>은 정통 쿵푸만화라 할 수 있다.이 주의 문화행사푸쉬킨의 ‘못말리는 귀족아가씨’5월30일~6월8일/평일 오후 7시30분,주말 및 공휴일 오후 4ㆍ7시/한전아츠풀센터/R석 10만원, S석 7만원, A석 5만원, B석 3만원러시아 정서가 가득 담긴 푸쉬킨 원작의 연극 <못말리는 귀족아가씨 designtimesp=23930>가 한ㆍ러 수교 13주년 기념으로 무대에 오른다.78년 전통의 국립 모스크바 예르몰로바 드라마극장의 주요 레퍼토리인 이 작품은 러시아 문화의 새로운 인식 기회를 제공한다. 원작의 구성에 따라 브레히트 연출법(서사극)을 도입했고, 스타니슬라브스키 연기법에 의한 절묘한 연기가 빛나는 작품. 러시아 연극의 정수를 볼 수 있는 기회다.연극의 배경은 150여년 전 러시아제국 시골 귀족의 집안. 러시아식으로 살기를 고집하는 지주 베레스토프와 모든 생활을 영국식으로 바꿔버린 지주 무롬스키 집안에서 벌어지는 유쾌하고 재치 넘치는 사랑이야기가 근간이다. 관객이 친근하게 즐길 수 있도록 희극적인 요소가 곳곳에 배치돼 있다. (02-595-2144)국립합창단 정기연주회 <환향녀 designtimesp=23937> = 5월30일~31일 오후 7시30분/국립극장/R석 3만원 A석 1만2,000원 일반석 8,000원국립극장이 장충동으로 이전하면서 국립합창단이 태어난 지 30년이 되었다. 짧지 않은 기간 동안 무대에 올린 수많은 작품들 가운데 <환향녀 designtimesp=23940>는 역사적 의미가 남다르다. 변방으로 끌려갔다 되돌아 온 고려 여인들, 일제 군화발에 능욕당하고 가까스로 고향으로 돌아온 정신대 할머니들 등 수난당한 여성들을 그려낸 이 작품은 10여년전 초연된 음악극.이번 제102회 정기연주회에서 다시금 만날 수 있다. 전통 선율과 색깔을 바탕으로 하면서 현대음악의 전위적 기법들을 도입한 것이 특징이다. (02-587-8111)임영웅 연출의 <고도를 기다리며 designtimesp=23945> = 6월3일~8월3일/소극장 산울림/일반 3만원, 학생 1만5,000원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designtimesp=23948>는 극단 산울림의 대표작이다. 이 작품과 함께 극단 산울림이 만들어졌고, 이 작품으로 소극장 산울림의 문을 열었다. 88년 서울국제연극제에 초청된 부조리극의 세계적인 권위자 마틴 에슬린 교수는 “사뮈엘 베케트의 극을 한층 전진시킨 훌륭한 무대”라고 평가하기도 했다.이번 무대는 산울림소극장 개관 18주년을 맞아 준비한 두 번째 기념공연. <고도를 기다리며 designtimesp=23951>의 세계 초연 5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가 있어 더욱 특별하다. 새로운 번역과 캐스팅으로 한층 성숙해진 무대를 선보인다는 설명. (02-334-5915)볼쇼이오페라 갈라 콘서트 = 6월1일(일) 오후 4시/예술의전당 콘서트홀/R석 7만원, S석 5만원, A석 3만원, B석 2만원볼쇼이오페라단 주역가수들의 화려한 오페라 하이라이트 콘서트. 볼쇼이극장과 마린스키극장에서 솔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테너 아나톨리 자이첸코를 비롯해 베이스 이고르 마튜힌, 소프라노 안나 돌고바, 메조소프라노 엘레나 아콜르쉐바 등 네 명의 볼쇼이 솔리스트가 한국의 소프라노 김인혜씨와 함께 출연한다.오페라 <눈아가씨 designtimesp=23958>, <스페이드 여왕 designtimesp=23959> 등 러시아와 이탈리아 오페라의 유명 아리아를 연주할 계획. (02-3464-49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