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퍼번인 시스템 선보여, 반도체 검사기간 10배 이상 단축

불량품은 모든 제조업체의 골칫거리다. 시간과 비용을 들여 애써 만든 제품을 버려야 하니 속이 터질 일이다. 제품이 완성되기 전에 불량유무를 판별할 수는 없을까. 꿈 같은 이야기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이미 현실에서, 그것도 나노미터급의 정밀도를 요구하는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실현된 것. 프롬써어티(주)(대표 임광빈)의 웨이퍼번인(Wafer Burn-In·WBI) 시스템은 제품이 생산되기 전에 불량반도체를 판별할 수 있다.1개의 반도체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300가지 이상의 공정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은 크게 웨이퍼 제작ㆍ가공과 반도체 조립ㆍ검사로 구분된다. 이전에는 반도체 조립이 끝난 후에 검사를 한 반면, 프롬써어티의 WBI 시스템은 두 과정 사이에서 웨이퍼의 불량여부를 검사한다.반도체의 핵심부품인 웨이퍼의 이상유무를 조립 이전에 판별하므로 웨이퍼 이상에 의한 반도체 불량률을 획기적으로 낮춘다. 더욱 반가운 것은 불량웨이퍼를 수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검사시간을 10배 이상 단축하는 등 반도체 제작기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회사측은 밝혔다.WBI는 이미 존재하는 기술이지만 300㎜ 웨이퍼를 대상으로 한 WBI 시스템을 양산하고 있는 업체는 프롬써어티가 세계 최초다.“이미 3년 전부터 200㎜ 웨이퍼를 대상으로 한 WBI 시스템을 삼성전자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계적인 추세가 300㎜로 가는 만큼 300㎜ WBI 시스템에 대한 시장의 요구가 있을 거라 판단했지요.”기대했던 대로 시장의 반응은 뜨겁다.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300㎜ WBI 시스템 주문이 폭주하고 있는 것. 그러나 현재 능력으로는 한 달에 10대 정도만 생산할 수 있어 주문을 거절하고 있는 형편이다.올해 프롬써어티의 매출목표는 지난해보다 35% 늘어난 240억원이다. 이중 180억원 가량은 300㎜ WBI 시스템에서 발생할 것으로 전망한다. 생산능력이 확충되는 대로 매출은 비약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회사측은 내다보고 있다. 진입장벽이 높아 한동안 독점공급이 예상돼 매출에 대한 기대는 더욱 크다.1년간의 현장테스트를 거쳐 지난 5월부터 양산에 돌입한 LCD패널 검사장비도 주목된다. 이 제품은 수작업에 의존했던 기존의 방식에 비해 네 배 이상 시간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밀도도 뛰어나다.프롬써어티가 기술중심의 기업이라는 점은 직원구성에서 잘 드러난다. 전 직원의 90%가 엔지니어 출신이고 연구인력은 43%에 달한다. 임사장만 해도 대학졸업 후 20년간 반도체 검사장비에 매달린 베테랑 엔지니어다.“혼자 힘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기술은 한계가 있습니다. 여러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지요. 지금은 필마단기지만 반도체검사장비의 저변을 확대해 세계시장의 선두에 나서는 게 꿈입니다.”프롬써어티는 코스닥 등록을 꿈의 실현을 위한 첫걸음으로 여기고 있다. 중장기 목표인 메인 테스트 장비 개발을 위한 자금 마련뿐만 아니라 반도체 검사장비에 대한 관심을 확산시킬 기회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