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회장 취임 15주년을 맞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6월5일 ‘신경영 10주년’을 기념해 제2의 신경영을 선포했다. 이에 따라 삼성은 2010년 매출 270조원, 세전이익 30조원, 브랜드가치 700억달러의 명실상부한 글로벌기업 입지를 다진다는 전략을 발표했다.이회장은 신경영 10주년 기념 사장단회의에서 “신경영을 안했으면 삼성이 2, 3류로 전락했거나 망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등골이 오싹하다”고 회고하며 “지금 국내 경제는 외부환경 탓도 있지만 과거 선진국들이 겪었던 ‘마(魔)의 1만달러시대 불경기’에 처한 상황으로 신경영 선언 당시와 유사하다”고 진단했다.이어 이회장은 “지난해 장학재단을 만들어 우수인재에 대해 아무 조건 없이 지원하고 있는 것처럼 제2신경영은 ‘나라를 위한 천재 키우기’에 중점을 둬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삼성은 이를 위해 단기적으로 올해 시설투자를 당초 계획인 8조8,000억원보다 8% 늘어난 9조5,000억원으로 상향하고 중장기적으로는 5~10년 후에 대비한 글로벌 인재경영, 세계 1등 제품 및 서비스 경쟁력 확보, 미래성장엔진 발굴을 통한 기회선점 경영, 사회친화경영 등을 4대 핵심전략으로 추진하기로 했다.이회장이 회장직에 오른 87년, 삼성은 매출 13조5,000억원, 세전이익 1,900억원, 시가총액 1조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회장이 위기의식과 인식의 전환을 강조하며 ‘제2의 창업’을 선언한 이후 5년이 지난 92년 매출액 35조7,000억원, 세전이익 2,300억원, 시가총액 3조6,000억원으로 상승했다.삼성의 위상은 93년 이회장이 질 중시의 신경영으로 세계 일류 경쟁력 확보를 위한 변화의 필요성을 역설한 직후 더욱 높아졌다. 1기 신경영 전략이 마무리된 지난해 삼성은 매출액 141조원, 세전이익 14조2,000억원, 시가총액 74조8,00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삼성은 이 같은 경영성과의 요인으로 △오너십을 바탕으로 한 삼각편대 경영 △한발 앞선 구조조정 △인재중시경영 △과감한 투자결정 △자율경영 시스템 정착 △5~10년 후를 준비한 경영 △엔지니어를 중시하는 회장의 철학 △사회와 함께하는 경영실천 등을 꼽았다.이중 삼각편대 경영은 회장의 오너십을 정점으로 구조조정본부와 관계사 경영진이 양축을 이루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회장은 오너로서 경영에 대한 정열과 신념, 전문가 이상의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한 경영방향과 비전 등 큰 그림을 제시하고, 구조본은 회장과 관계사 경영진의 경영판단을 지원하고 경영의 기본 실천방향을 설정, 조정하는 한편 관계사는 현장에서 경영의 실행전략을 수립하고 실제 경영을 진두지휘한다는 것이다.엔지니어를 중시하는 이회장의 철학은 삼성전자가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커다란 기여를 했다는 분석이다.이회장은 93년 미국출장길에 인근 백화점에서 도시바 VCR를 사와 분해한 후 동행했던 경영진에게 “일본제품의 부품수가 삼성 것보다 20% 가량 적은 데도 비싸게 팔린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부품수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라”고 지적, 그 결과 ‘선 없는 VCR 워너’가 개발됐다는 후문이다.‘숨은 1인치를 찾았다’는 광고카피로 유명한 플러스원 TV, 조약돌 모양의 휴대전화 T-100 모델 등은 이회장의 아이디어에서 제품화돼 큰 인기를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