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집이지만 불심 없는 사람도 부담 갖지 않고 쉬어갈 수 있는 곳, 서울시내 한복판이면서도 어디 깊은 산중에 올라온 듯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곳이 가까이에 있다. 알게 모르게 유명한 성북동 길상사다.입구로 들어서면 오른편에 커다란 나무그늘이 객을 맞는다. ‘보호수’로 지정돼 있다는 165살 먹은 느티나무다. 이 절집은 1997년에 개원했으니 역사가 길지 않은데 또 그 역사가 매우 특이하다.길상사는 60년대부터 80년대 말까지 삼청각, 청운각과 함께 최고급 요정이었던 대원각 자리에 세워졌다. 성북동 깊숙한 산자락 대원각 주인이었던 고 김영한 여사가 7,000평의 대지와 건물 40여동 등 1,000억원대의 부동산을 법정 스님에게 시주해 길상사로 탈바꿈한 것이다. 김여사의 유해도 화장장으로 이곳에 뿌려져 있다고 한다.입구를 지나 야트막한 길을 오르면 화려하지 않지만 아기자기하게 잘 손질된 정원이 눈길을 끈다. 왼편으로 ‘침묵의 집’이 나오는데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누구라도 명상장소로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계속 언덕을 오르다 보면 물소리가 들린다. 아주 작지만 실개천이 흐르고 앙증맞은 다리도 놓여 있다. 이 개천에서 흐르는 물소리와 울창하게 우거진 나무들이 어우러져 운치를 더한다. 개천을 따라 위로는 방갈로 같은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스님들이 정진하는 공간이라 일반인들의 출입은 제한돼 있다. 한낮에도 울창한 숲 때문에 그늘이 진다. 아담한 연못도 있다. 파이프를 뚫어서 만든 소박하기 짝이 없는 분수에서 나는 물소리가 그럴 듯하다.절터 한가운데에 극락전이 자리잡고 있으며 극락전 오른편으로는 수련원과 길상선원 등의 건물이 수풀 사이로 자리잡고 있다. 수련원 입구 곳곳에는 ‘정진 중이니 출입을 삼가세요’ ‘소리를 낮추어 주세요’라는 푯말이 눈에 띈다. 그만큼 보통 사람들과 가까운 절집이라는 방증이다.호젓한 절집 숲길을 걷다가 다리가 아프면 입구 왼편의 찻집 ‘나누는 기쁨’에서 차 한잔을 마시면 된다. 자그마한 소반 여섯 개가 놓여 있는 아담한 찻집이다. 소반에는 모시천이 덮여 있고 정갈히 씻은 그릇들이 얌전히 포개져 있다.밖에도 탁자 세 개가 놓여 있어 바람을 맞고 싶다면 이곳에 앉으면 된다. 녹차, 커피, 매실차가 2,000원, 대추차가 3,000원. 찻값은 주인에게 내는 것이 아니라 입구에 놓인 시주통에 직접 넣는다. 사실 이 찻집에는 주인도 없다. “길상사 합창단원들이 돌아가면서 봉사를 하고 있다”고 대추차를 끓이던 중년 아주머니가 넉넉한 웃음과 함께 말했다.아무리 쉬어갈 목적으로 왔다 해도 스님들이 정진하고 신자들이 불공을 드리는 공간인 만큼 낮은 목소리로 소곤소곤 대화할 것.삼청터널을 넘어 북악스카이웨이 쪽으로 가다가 삼선교 방향으로 우회전하면 약 50m 앞 왼쪽에 길상사가 있다. 길상사 입구 10m 위쪽으로는 주차장도 있다. 단점은 대중교통 이용이 약간 불편하다는 것. 삼선교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