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가 올 여름 총력투쟁을 정치파업으로 규정하고 엄정하게 대처해 나간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동안 너무 노조편을 들어준 것 아니냐는 점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되지만 대외적으로 분명히 밝힌 만큼 앞으로 파업문제 등을 푸는 데 법과 원칙을 엄정하게 적용할 것으로 분석된다.정부가 엄정 대처 방침을 내놓은 배경은 정치성 짙은 파업을 그대로 뒀다가는 파국을 맞을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경기의 회복속도가 당초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는데다 대외신인도 문제도 걸려 있다. 특히 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들이 한국의 신용등급 조정과 관련해 국내 노동계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어 정부로서도 큰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정부가 강조하는 노동정책은 크게 네 가지로 요약된다. 명분 없는 정치파업은 절대 불허한다는 입장이다. 노무현 대통령 역시 요즘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불법파업에 엄정하게 대처한다는 점도 누누이 강조한다. 법대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확고하게 내비친 셈이다. ‘선파업 후타협’에 대한 근절의지도 내놓았다. 노동계의 일단 파업하고 보자는 인식을 바꿔놓겠다는 의지다.마지막으로 대화와 타협을 통한 자율해결에 무게를 두고 있다. 기본적으로 파업은 재계, 더 좁히면 개별기업에 맡긴다는 얘기다. 단 파업이 과격해지고 불법적 상황이 발생하면 정부가 개입해 문제를 푼다는 방침이다. 전체적으로 ‘법대로ㆍ타협’ 원칙을 동시에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정부로서는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파업열기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정책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 구체적으로 민주노총의 파업일정에 따라 지난 6월25일 오후 1시부터 울산의 현대자동차, 수원의 기아자동차와 쌍용자동차 노조 등 전국 130여개 사업장 6만6,000여명의 조합원들이 4시간 부분파업에 들어갔다.그러나 그 열기는 예년에 비해 크게 식은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파업일정에 동참하지 않는 사업장이 눈에 띄게 많아 이전의 분위기를 느끼기 어려웠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자동차업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조업이 정상적으로 이뤄졌다. 일부 사업장에서는 노조원들 사이에 파업참여 여부를 놓고 몸싸움을 벌이는 등 ‘노ㆍ노갈등’ 양상이 나타나기도 했다.두산중공업의 경우 지금까지 임금교섭 등이 진척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들어 확대간부만 파업에 참여했다. 일반 조합원들은 거의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것이다. 다른 사업장들의 분위기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현대중공업도 아직 임단협이 진행 중인 까닭에 이날은 집행부만 집회에 참석했다. 한술 더 떠 대우조선은 지난 6월19일 임단협이 타결돼서인지 정상조업에 나섰다.현대자동차는 파업에 참여했지만 열기가 크게 식은 가운데 진행됐다. 이에 앞서 현대차의 노조집행부가 조합원들을 상대로 파업여부를 묻는 찬반투표를 실시했는데 55%만이 찬성표를 던져 노조집행부를 크게 실망시켰다.역대 최저 찬성률을 기록한 것. 경기가 어려운데다 파업명분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동참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조합원들의 현실인식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이에 대해 노동전문가들은 노조원 대부분이 최근의 파업에 식상해 있다고 입을 모은다. 노조의 투쟁방향이 상급단체의 지침에 의존한 정치적 성향을 띠면서 노조원들의 이탈이 많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지하철 노조의 분위기도 달아오르지 않고 있다. 이미 대구와 부산지하철 노조는 궤도연대의 공동요구 사항 가운데 안전대책위원회 설치 및 인력충원 등 최대 쟁점을 사측에서 수용하자 협상을 마무리하고 파업철회를 선언했다. 인천지하철 노조도 대구와 부산의 파업철회 이후 열기가 급속히 식어가는 분위기다.이 같은 노동계의 분위기를 감안할 때 앞으로 집행부가 강경일변도의 노선을 택하기에는 많은 부담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노조원들의 지지가 따르지 않는 파업 등은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하지만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기에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특히 정부의 방침이 그대로 지켜질지는 좀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설명이다. 경총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참여정부 출범 이후 노동정책을 보면 오락가락한 측면이 적지 않았다”며 “이번에도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기는 했지만 이것이 정책기조 변화로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구체적으로 참여정부는 출범 이후 철도분규, 두산중공업 사태, 화물연대 파업 등에 대해 처음에는 엄정하게 처리하겠다고 밝혔다가 나중에 노조와 타협하는 모습을 보였다.대부분 노조의 요구를 수용해 재계의 입장을 거의 고려하지 않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로 인해 재계나 국민들은 참여정부가 위기에 처한 한국경제를 되살리고 국정을 원만하게 이끌어나갈 능력을 갖췄는지조차 의심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앞으로 참여정부가 어떤 태도를 취할지가 올해 노동운동의 방향을 좌우하는 중요한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재계는 “총파업에 법대로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나선 상태다. 특히 단순참가자도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예전에 보기 힘든 강경기류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의 대응방식이 기존에 내놓은 원칙을 지켜나갈 경우 노동계의 설자리는 상대적으로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이제 공은 노동계로 넘어갔다. 악재가 산적한 상황에서 강경한 투쟁방식을 그대로 밀고나갈지 주목받고 있다. 이와 관련, 노동계 일각에서는 정부와 재계가 언론플레이를 하며 노조를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한다.민주노총측은 “선대화가 안되니까 파업에 나서는 것”이라며 “정부 말대로 ‘선파업 후대화’의 악순환을 뿌리뽑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선대화 자세를 거부하는 정부와 사용자의 인식이 먼저 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