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말 외환위기를 힘겹게 극복해온 국내기업들은 2000년 거품경제를 다시 헤쳐나와야 했다. 이들의 2001년 경영전략은 선택과 집중이었다. 무리한 비용지출을 줄이기 위해 사업확장을 자제하고 수익극대화에 온힘을 쏟았던 것이다. 그 결과 이들은 향후 한국경제를 이끌 재목이 되기 위해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한경BUSINESS designtimesp=22274>·한국신용평가정보가 공동으로 선정한 ‘2002년 한국 100대 기업’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2001년 안정적인 매출과 수익향상에 힘입어 기업가치를 높인 그야말로 알토란같은 기업들이다.‘2002년 한국 100대 기업’은 기준년도인 ‘2001년 한국 100대 기업’과 비교해 4분의1인 25개가 바뀌었다.(관련기사 70쪽 참조) 하지만 2002년 톱 10기업들은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국민은행으로 합병해 생긴 빈자리에 조흥은행이 진입한 것을 빼면 2001년과 같은 기업들이 자리를 지켰다.100대기업의 경제적 가치2002년 100대 기업들은 2001년 100대 기업들에 비해 외형보다도 가치 면에서 크게 상승했다. 이들의 시가총액(2001년 12월28일 종가기준)은 218조8,090억원으로 2001년 100대 기업들의(2000년12월26일 종가기준) 151조3,296억원에 비해 무려 44.5%가 증가했다.이는 증시상황이 좋아진 것도 있지만 기업들이 성장보다 수익에 초점을 둬 기업가치를 높이는 쪽으로 경영을 펼쳐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이들 기업의 매출은 365조원으로 전년 362조원 보다 0.6% 상승에 그쳤다.2002년 톱 10 기업들은 시가총액이 137조원으로 100대기업 218조원의 62.9%를 차지했고, 매출액은 148조원으로 40.7%, 순이익은 11조원으로 57%를 점유했다.한편 ‘2002년 한국 100대 기업’ 선정대상기업(1,134개)의 시가총액은 274조286억원으로 2001년 100대 기업 대상자(1,032개)의 190조1,521억원보다 44% 상승했다.특히 매출액은 570조원으로 전년(590조원)에 비해 3.3% 줄은 반면 순이익은 9조2,377억원으로 전년의 5조5,676억원보다 무려 65.9%가 늘어 이들 기업이 외형성장보다 가치(수익)상승에 주력했음을 확연하게 나타냈다.톱 10 기업이번에 선정한 ‘2002년 한국 100대 기업’에서 1위는 삼성전자가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 1위(42조2,200억원), 매출액 2위(32조3,800억원), 순이익 1위(2조9,460억원) 등 순위총합 4위로 지난해 선정한 ‘2001년 한국 100대 기업’에 이어 종합순위 1위에 올랐다.삼성전자는 ‘2001년 한국 100대 기업’에서 시가총액 및 순이익 부문 각 1위, 매출액 3위를 기록해 순위총합 5위로 종합순위 1위였다.삼성전자는 올해 매출액에서 1위인 삼성물산(32조7,400억원)을 따라 잡을 것으로 예상돼 내년에 선정하는 ‘2003년 한국 100대 기업’에선 각 부문에서 모두 1위를 기록, 명실상부한 한국의 대표기업으로 자리매김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이번 톱 10기업엔 1위 삼성전자를 비롯, 지난해 톱 10 기업으로 선정된 9개 기업이 모두 올랐다. 그러나 주택은행이 국민은행과 통합돼 국민은행으로 재탄생한 것을 감안하면 10개 기업 모두 톱 10에 오른 셈이다. 두 은행의 합병으로 자리가 난 톱 10엔 조흥은행이 올랐다.종합순위 2위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한국전력공사가 차지했다. 한전은 시가총액 5위(13조8,900억원), 매출액 5위(19조8,200억원), 순이익 2위(1조7,780억원) 등 순위총합 12위를 기록했다.3위엔 지난해 5위였던 현대자동차가 올랐다. 현대자동차는 시가총액 8위(5조8,934억원), 매출액 4위(22조5,050억원), 순이익 3위(1조1,650억원) 등 순위총합 15위로 나타났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내수 및 수출의 폭발적인 증가로 각 부문순위에서 크게 약진했다.KT(옛 한국전기통신공사)는 지난해에 이어 4위에 마크됐다. 부문별로는 시가총액 3위(15조5,940억원), 매출액 11위(11조5,180억원), 순이익 5위(1조870억원) 등을 기록했다.포스코은 지난해 3위에서 5위로 내려앉았다.미국의 철강산업 보호조치 등에 영향을 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포항제철은 시가총액 6위(11조4,170억원), 매출액 12위(11조860억원), 순이익 6위(8,190억원)로 순위총합 24위를 나타냈다.6위엔 국민은행이 올랐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국민+주택은행’으로 탄생한 초대형 은행임에도 순위는 지난해와 마찬가지인 6위였다. 국민은행은 시가총액 4위(14조9,240억원), 매출액 13위(총자산, 10조9,900억원), 순이익 7위(7,400억원) 등 순위총합 24위를 기록했다.7위는 지난해 순위와 같은 SK텔레콤이 차지했다. SK텔레콤은 시가총액 2위(23조8,920억원), 매출액 19위(6조2,270억원), 순이익 4위(1조1,400억원)의 성적을 보였다.8, 9위엔 지난해 9, 8위였던 LG전자와 기아자동차가 자리바꿈을 했다. LG전자는 시가총액 10위(3조8,460억원), 매출액 8위(16조6,000억원), 순이익 11위(5,070억원)를 기록했고 기아자동차는 시가총액 13위(3조2,700억원), 매출액 10위(12조3,500억원), 순이익 9위(5,520억원)을 나타냈다.10위엔 지난해 20위였던 조흥은행이 껑충 뛰어올랐다. 조흥은행은 시가총액 15위(2조8,100억원), 매출액 22위(총자산, 5조1,800억원), 순이익 10위(5,200억원) 등 순위총합 47위를 기록했다. (관련기사 42~69쪽 및 100대기업 성적표 55~58쪽 참조)그룹 및 업종별 분석그룹별로 보면 이번 100대 기업에 삼성그룹과 LG그룹이 각 11개의 계열사들을 배출,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는 11개 계열사를 100대 기업에 올린 삼성이 1위였고 LG는 SK와 함께 각 7개로 2위를 차지했었다.LG는 LG화학이 화학 CI 생활건강 등 3개사로 분할, 모두 100대 기업에 오른데다 LG석유화학과 LG텔레콤이 새로 진입해 11개사를 확보하게 됐다. 반면 SK의 계열사는 지난해 7개사에서 4개로 줄었다.삼성은 상장계열사 14개중 1위인 삼성전자를 비롯 삼성SDI(12위), 삼성전기(20위), 삼성물산(28위), 삼성중공업(29위), 제일모직(40위), 삼성정밀화학(68위), 제일기획(72위), 에스원(75위), 삼성엔지니어링(81위), 호텔신라(98위) 등이 100대 기업에 올랐다. 이들중 새로 진입한 삼성계열사는 삼성중공업으로 324위로 밀려난 삼성테크윈의 자리를 메웠다.LG는 상장 및 코스닥 계열사 18개중 8위 LG전자를 포함, LG화학(24위), LG텔레콤(26위), LG건설(27위), LG전선(35위), LG상사(41위), LG CI(45위), LG홈쇼핑(51위), LG석유화학(52위), LG생활건강(54위), LG칼텍스가스(92위) 등 11개를 100대 기업순위에 올렸다.3위는 5개의 계열사를 100대 기업에 올린 현대자동차그룹이 차지했다. 현대자동차(3위)를 포함해 기아자동차(9위), 현대모비스(22위), INI스틸(42위), 현대하이스코(69위)가 올랐다.SK는 이번에 SK텔레콤(7위), (주)SK(18위), SK가스(84위), 대한도시가스(93위) 등 4개만 100대 기업에 올려 지난해 2위에서 4위로 밀렸다. 지난해 100대 기업에 속했던 부산도시가스(103위), SK케미칼(104위), SK글로벌(274위)는 이번에 순위에서 밀려났다.롯데는 지난해에 이어 3개의 계열사를 100대 기업에 올렸다. 2개의 계열사를 100대 기업에 둔 그룹은 국민은행 동국제강 제일제당 코오롱 태영 한국외환은행 한국전력공사 KT 등 8개 그룹이다.업종별로는 제조업이 지난해에 이어 59개로 100대 기업의 대부분을 차지했고 금융보험(12개), 도소매업(7개), 건설업(6개), 전기 가스업(5개), 통신업(4개), 사업 서비스 및 오락 문화(각 3개), 숙박음식업(1개)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선정지표시가총액·매출액·순이익 활용‘한국 100대기업’은 시가총액(2001년 12월28일 종가기준), 매출액, 순이익 등 3개 항목을 주요지표로 삼아 선정했다. 3개 지표의 가중치는 동동하게 부여했고, 이들 순위의 총합을 오름차순으로 배열, 종합순위를 정했다. 예컨대 삼성전자가 시가총액 1위, 매출액 2위, 순이익 1위로 순위총합 4위를 기록, ‘2002년 한국 100대 기업’ 1위에 올랐다.시가총액은 기업의 현재 및 미래가치가 반영된 지표로서 최근 CEO들이 주가관리에 나서면서 중요한 경영성적표가 되고 있다.매출액은 매년 영업활동에 따른 기업들의 사이즈를 나타내는 지표다. 이는 단지 덩치만 나타내는 총자산과 달리 최근 경영성적을 가늠하는 주요지표로 활용되고 있다.당기순이익은 총수입에서 기업활동 및 기타비용 등 모든 지출을 제외한 것으로 기업의 질적인 면을 판단할 때 가장 효용성이 높은 지표가 되고 있다.참고로 영국의 경제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는 시가총액만으로 글로벌 500대기업을 선정하고, 미국 경제주간지 포천은 매출액으로 500대기업을, 격주간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시가총액외에 매출액 순익 총자산으로 미국 500대 기업을 뽑는다.선정 과정상장·코스닥 1,134개 대상 … 법정관리·화의 기업 제외2002년 ‘한국의 100대기업’은 증권거래소 상장기업 683개, 코스닥 등록기업 762개 등 모두 1,445개 기업을 대상으로 삼았다. 이들 중 1차로 관리종목 및 자본잠식기업들을 제외시켰다.지난해는 ROE가 무한대(즉, 전년도와 당해년의 자본총계 평균이 마이너스)인 기업들을 뺐다. 그러나 이 경우 전년도에 자본잠식을 당한 기업이 올해 자본잠식에서 벗어나도 제외되는 경우가 있어 올해는 ROE가 아닌 자본총계가 마이너스인 것을 제외시키는 방법을 채택했다.자본잠식으로 제외된 기업은 대호, 인천정유, 광명전기, 한마음상호저축은행이다. 이와 함께 3월 결산법인도 제외시켜 1차로 선정된 100대기업 대상기업들은 모두 1,165개.2차에서는 법정관리, 화의, 워크아웃 기업들을 골라냈다. 이때 빠진 기업들은 퍼스텍, 고려산업, 남광토건, 영창악기제조, 스타코, 신원, 모나리자, 벽산, 태성기공, 남선알미늄, 대원전선, 한국주강, 동방, 에이씨티에스, 경남기업, 한창, 한라건설, 성창기업, 아남반도체, 현대금속, 신호유화, 한창제지, 벽산건설, 충남방직, 테라, 와이즈콘트롤, 옌트, 인터리츠, 코스프, 미주제강, 무학, 세화 등 32개다.그러나 화의에서 벗어난 신풍은 새롭게 대상에 올랐다. 따라서 2차에서 31개 기업이 걸러져 1,134개 기업이 최종 대상자로 선정됐고 이를 기준으로 100대기업을 뽑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