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앓던 이가 빠진 것처럼 시원하다”(채권단 관계자)“터무니 없는 조건에 팔렸다”(재계 관계자)GM에 대한 대우자동차의 매각조건이 발표되면서 나온 상반된 반응이다. 정부 및 대우차 매각협상에 나선 채권단은 협상이 타결된 그 자체와 향후 자동차산업의 발전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반면 재계에선 “헐값에 팔린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다.이런 가운데 이번 협상의 사령탑인 정건용 산업은행 총재가 본계약 체결후 일부 기자들과 저녁식사 자리에서 불편한 마음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져 눈길을 끈다.정총재는 “이 땅에서 두 번 다시는 대우차 매각 같은 비굴한 협상이 재현되어선 안된다”며 “우리에겐 해외매각 이외엔 다른 어떤 대안도 없었기 때문에 협상 내내 (GM한테) 일방적으로 끌려 다닐 수밖에 없었다”고 협상과정의 어려움을 솔직하게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이는 재계의 지적대로 대우차의 매각조건이 우리측에 상당히 불리하게 이뤄졌음을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하지만 정총재는 “헐값이란 사겠다는 경쟁자가 여럿이 있어 가격비교가 가능할 때나 나올 수 있는 말”이라며 헐값시비에 대해선 일축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과연 그럴까.이와 관련, 재계에선 일단 ‘덩치가 몇 배나 큰 대우차가 삼성차 보다 불리하게 매각된인상이 짙다’는 시각이 우세하다.먼저 대우차의 경우를 보면 GM과 제휴사, 그리고 채권단이 각 67%(4억달러), 33%(1억9700만달러)를 현금 출자해 신설법인 ‘GM대우오토 앤드 테크놀로지 컴퍼니’를 만들고 이를 통해 채권단에게 대우차 자산에 대한 대가로 연간 평균 3.5%, 12억달러 상당의 배당부 상환가능한 장기 우선주를 발행, 지급하고 대우차 국내외 채무 5억7300만달러를 인수하기로 했다.이와함께 신설법인은 채권단으로부터 20억달러의 장기운영자금을 대출받기로 했다. 그러나 채무상환은 본계약 체결후 10년 뒤인 2012년부터 2015년까지, 그것도 이익 발생시 갚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이에 반해 삼성차는 지난 2000년 8월 계약체결 당시 르노 70.1%(3084억원), 삼성 19.9%(876억원), 채권단 10%(440억원)의 지분으로 구성된 신설법인 ‘르노삼성자동차’를 만들고 총 상환액 6150억원(5억6000만달러)중 1100억원은 르노가 채권단에 현금으로 즉시 지급했다.그리고 2,280억원중1,140억원은 2005년 이후 이익과 상관없이 채권단에 지급하고 나머지 1,140억원은 영업이익이 나는 시점부터 상환키로 했다. 또 2,330억원은 이익이 나는 경우 다음해에 이익금의 10%를 지급키로 했다.재계 관계자는 “협상과정에서 사업실패를 우려한 르노측이 신설법인의 삼성지분을 40%로 늘리도록 요구했으나 삼성측이 이를 완강하게 거부해 현재의 19.9%에서 최종 사인을 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이에 대해 재계 및 금융계 관계자들은 “채권자 입장에서 단순하게 보더라도 현금 즉시지급 등 상환 조건이 구체적인 삼성차가 대우차보다 조건이 유리한 것은 사실”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산업은행 관계자는 “대우차 매각조건을 삼성차의 경우에 평면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며 재계의 지적을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