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V차량 폭발적 판매 힘입어 2001년 창사 이래 최대 실적 기록

1997년 부도유예, 1999년 흑자전환, 2000년 최단기간 법정관리 종결, 2001년 창사 이래 최대실적. 지난 5년 동안 기아자동차가 걸어온 길이다. 1997년 우리나라가 IMF 체제를 맞은 한 원인을 제공했던 기아자동차는 5년 새 현대자동차와 함께 ‘세계 5대 자동차 메이커’를 꿈꿀 정도로 자신감을 갖게 됐다.기아자동차의 이런 자신감은 법정관리 기업 사상 최단기간인 1년10개월 만에 법정관리 종결을 가져 온 구조조정 과정에서 비롯됐다. 이는 98년 부도유예 당시와 지난해의 재무구조·경영현황 비교에서 알 수 있다.98년 매출액이 4조 5,000억원에 부채비율 800% 이상으로 적자 상태였던 기아자동차는 지난해 12조 3,563억원의 매출액과 당기순이익 5,522억원을 달성해 우량기업으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기아측은 재무, 품질, 영업, 연구개발 등 전부분에 걸쳐서 뼈를 깎는 노력과 고통을 통해서 지금의 기아차를 우량기업으로 성장시켰다고 밝히고 있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함께 현대자동차와의 시너지 효과 역시 기아차 재기의 한 공신이다.연구 개발 분야의 통합과 차량 플랫폼 공용화 등은 비용절감효과 뿐만 아니라 연구개발에 주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게 했다.기아자동차의 ‘카3총사’ 카니발, 카렌스, 카스타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 ‘RV(Recreational Vehicle)’ 붐을 일으켜 시장 판도를 바꿔놓을 정도로 기아자동차 회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다.그리고 리오, 옵티마, 스펙트라 등 승용차부문에서도 잇달아 신차를 내놓으며 판매를 확대해 나갔다. 지난해는 경기가 회복되면서 자동차 시장이 최대의 호황을 누린 한 해였다. 기아차 역시 신차 판매에서 호조를 보이며 내수시장에서 41만3,942대를 판매했다.해외시장에서도 기아자동차는 선전을 거듭하고 있다. 기아의 수출은 2000년과 비교해 39.3%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특히 이 중 북미지역 비중이 54.8%를 차지해 전체적인 수출증가를 이끌었다.지난 94년 세피아와 스포티지로 처음 미국시장에 진출한 기아는 2000년에는 옵티마와 스펙트라 등 신차를 투입해 소형차, 저가차라는 이미지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활동을 꾸준히 펼쳐왔다.또 미국 소비자들에게 기아자동차에 대한 신뢰를 심어주기 위해 ‘10년 10만 마일’이라는 과감한 품질보증 정책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해엔 국산 미니밴으로는 처음으로 ‘세도나(카니발)’를 수출했다.카니발은 미국 고속도로안전협회(NHTSA)가 신차의 안전도를 평가하는 충돌실험에서 운전석과 조수석 모두 만점인 별 다섯 개의 등급을 받아 품질을 인정받았다.기아는 올해도 수출 증가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물류관리 효율성을 높여 적기에 차량이 공급될 수 있게 하기 위한 시스템을 정비한다는 방침이다. 이 때문에 올해 초에는 ‘수출통합관리시스템’을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했다.지난 3월말에는 중국의 3대 자동차회사 중 하나인 둥펑(東風)자동차회사와의 자본 제휴를 통해 최대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 승용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발판을 마련했다.기아는 지난 4월 누적 생산 대수 1000만대를 돌파했다. 생산부문에서 기아는 인기 차종 카니발의 생산능력을 연간 18만대로 끌어올렸다. 지난해 기아차의 총 생산은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85만 2천대를 기록했다.기아는 품질면에서도 자신감을 얻었다. 리오와 카니발2가 국내외 안전도 테스트에서 최고등급을 획득했다. 또 전사적으로 추진한 품질혁신운동이 성공을 거두면서 자동차업계 최초로 한국품질관리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기아차는 이렇게 얻은 자신감을 애프터서비스까지 이어갈 작정이다. 지난해 한국능률협회 컨설팅 선정 ‘한국산업고객만족지수’에서 정비서비스 부문 1위를 차지했던 기아는 올해 새로운 애프터서비스 브랜드 ‘기아 Q서비스’를 내놓고 서비스 매니저제, 정비실명제, 정비서비스 불만족 보상제 등을 실시하고 있다.기아자동차는 올해를 ‘2010년 글로벌 톱5 도약의 기초를 다지는 해’로 정하고 ‘내실경영, 품질경영, 글로벌 고객만족경영’의 3대 경영방침 아래 완성차 판매 96만 2000대, 매출액 13조 8,9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내수시장에서는 카니발, 카렌스에서 쏘렌토로 이어지는 RV차량의 판매확대를 이어감과 동시에 옵티마, 리오 신모델과 그랜저 플랫폼을 공유한 엔터프라이즈 후속모델 GH 출시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다.올해 기아는 전사적으로 6시그마 운동 등 품질개선 활동을 보다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또 세계시장에서 기아자동차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 쏘렌토 투입과 함께 카니발, 옵티마 등 주력차종의 마케팅활동을 강화하고 있다.기아차는 경차 등 소형차 부문은 적시공급 시스템으로 갖추고 중·대형차 부문은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해 매출·수익증대를 꾀할 계획이다.CEO 탐구 / 김뇌명 대표이사 사장30년간 자동차만 고집해 온 ‘해외 영업통’지난해 8월 ‘기아호’의 기수를 처음 잡은 김뇌명 사장은 지난 69년 첫 직장인 현대자동차에 입사한 뒤 30년 넘게 자동차만을 고집해 온 정통 ‘자동차맨’이다.기아차 사장에 선임되기까지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김사장은 비교적 늦은 나이에 최고의 자리에 올라 ‘대기만성형’에 속한다. 이에 대해 김사장은 “빠르지도 늦지도 않았다”며 “다른 사람들이 다소 빠른 승진을 경험했을 뿐이며 난 묵묵히 주어진 일을 충실히 할 뿐”이라고 말한다.김사장은 입사 당시부터 현대자동차만을 고집해 왔다. 그가 공채시험에 응시했던 69년은 현대건설이 그룹 내에서 잘나가던 시절. 현대건설을 지원한 동기들과 달리 그는 1, 2, 3지망을 몽땅 현대자동차로 적어냈다.김사장이 현대자동차에 근무할 당시의 ‘포니 프로젝트’일화는 그의 자동차에 대한 애착을 보여주는 한 예다. ‘포니 프로젝트’팀에서 일하게 된 김사장은 공장건설에 필요한 차관 도입을 준비해야 했다.당시 연간 3,000대 가량을 생산하던 현대차에서 연 생산량 4만대 규모의 포니 자동차를 만들겠다는 사업계획서를 제출해야 했던 것. 그는 선진국의 자동차 산업 발전사를 참고해 급상승 곡선을 타는 ‘국내 자동차 수요 예측도’를 작성했고 이는 경제기획원을 통과해 포니 신화의 성공 기반을 마련케 했다.그는 대부분의 직장생활을 해외사업 분야에서 보낸 ‘해외영업통’이다. 이 때문에 김사장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잘 알려져 있다. 그는 바이어들에게 미스터 로이(Roy)로 통한다.그의 가운데 이름 ‘뇌’의 영문표기에서 유래한 것이다. 사내 영어시험에서 1등을 놓치지 않을 정도로 유창한 영어실력과 일본어실력을 자랑한다.김사장은 지난해 취임당시 “회사가 나에게 마지막 봉사기회를 줬다”고 소감을 밝혔다. 기아차 직원들은 이처럼 해외영업 경험이 풍부하고 늘 한결같은 우직함을 보이는 김사장이 기아차의 재도약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그는 시간이 날 때면 테니스와 달리기를 즐긴다. 해외출장 때도 조깅화를 챙겨갈 정도다. 골프는 핸디캡 22정도.김사장은 일요일이면 예배를 빠뜨리지 않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