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발 붙이고 사는 사회가 자본주의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무슨 일만 터지면 그게 도대체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나 될까 따져보는 습관들이 붙었다.그리고 그 금액을 다시 초등학생은 “그럼 떡볶이가 몇 접시야?”하고 셈하고 골퍼들은 “라운드를 도대체 몇 번이나 할 수 있을까?”하고 머리를 굴린다.대한민국, 아니 전세계 골프계를 뒤흔들어 놓았다고 표현해도 좋은 최경주(32ㆍ슈페리어)의 미국 PGA투어 컴팩 클래식 우승도 그런 면에서 두고두고 화제가 되고, 분석자료가 되고 또 부러움의 대상이 될 것이다.한국인 최초의 미국 무대 정복, 완도 섬 소년의 눈물겨운 성공기, 한국 사내 뚝심의 승리 등등 의미를 따지고 분석할 것들도 많지만 우리의 가장 말초적인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돈으로만 그 가치를 따져보자. 수치로 따질 수 없는 수많은 의미가 지금부터 논하는 숫자들 사이사이에 녹아있다는 것은 잠시 가슴에 접어둔다.상금과 보너스= 일단 최경주 선수는 대회 우승으로 상금 81만달러(약 10억 5,000만원)를 벌었다.지난해 한 시즌동안 벌어들인 상금(80만326달러)보다도 많은 금액이며 그 덕분에 단번에 시즌 상금합계 126만3,681달러로 랭킹 15위까지 수직 상승했다.보너스도 푸짐하다. 최경주는 스폰서 계약에 따라 테일러메이드로부터 상금의 100%, 슈페리어로부터 25%를 받게 돼 있다.슈페리어는 지난해 최경주와 계약연장을 하면서 삼성화재에 2억 1,000만원을 내고 올해 최경주 선수가 PGA투어 및 기타 대회에서 10위안에 입상할 경우 성적에 따라 보너스를 지급하는 보험에 가입한 바 있다.다른 대회를 제외하고 이번에 지급하는 보너스만 2억 6,000만원. 테일러메이드의 100% 보너스 10억 5,000만원을 합치면 보너스만 13억 1,000만원이 되며 결국 이번대회에서 상금과 보너스만으로 23억 6,000만원을 번 셈이다. 이번 컴팩클래식에서 271타를 쳤으니까 1타당 약 870만원을 벌어들인 것이다.그는 또 이번 우승으로 금액으로는 환산하기 어려운 자신감이라는 보너스를 얻었다.앞으로 남은 대회에서 상승세를 이어갈 경우 시즌 상금합계 300만달러 돌파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을 두고 볼 때 이번 우승으로 상금만 200만달러를 불러 들이는 자신감 보너스를 얻었다고 할 수도 있겠다.달라지는 대우=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 대우로는 일단 CF를 꼽을 수 있다.박세리가 미국 LPGA투어 대회를 정복하면서 삼성과 66억원의 광고계약을 맺었던 것이 비교대상이 될 수 있다.인지도나 상금규모 등을 비교할 때 미국 PGA투어는 LPGA에 비해 6~8배에 달하는 효과가 있으므로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는 기업을 만날 경우 최경주는 광고 출연료로 100억원대를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물론 그만한 능력이 있는 업체가 그만한 가치를 인정할 때 가능한 일이다.대회 초청료도 단위가 달라진다.한국오픈 주최사인 코오롱은 일찌감치 최경주와 수만달러 수준에서 참가 계약서를 썼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제 최경주를 초청하려면 적어도 20만달러 수준, 동포애에 호소해도 10만달러 이상은 줘야 모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스폰서 및 국가 홍보효과=최경주의 이번 우승이 갖는 가장 가슴 벅찬 효과는 월드컵을 개최하는 나라, 한국의 위상을 드높였다는데 있다.주관방송사인 abc를 통해 생중계된 이 대회는 세계 각국의 방송을 통해 생중계 또는 녹화 중계됐다. “월드컵이 열리는 한국의 완도 출신 선수”라는 아나운서의 멘트와 캐디백과 골프화 뒤쪽에 새겨진 태극기가 그대로 전파를 탔고, 최경주의 이마와 가슴에 새겨진 국산 브랜드 슈페리어 로고가 선명하게 방영됐다.이 효과는 금액으로 환산하기 어렵다.통상 각 기업에서 하는 것처럼 abc방송사의 광고 단가와 최경주가 화면에 나타났던 시간을 고려해서 환산하는 방법이 있지만 모든 것이 정확하지 않다.다만 지난 98년 박세리가 LPGA투어에서 우승했을 당시 경제 연구소에서 미국과 국내 언론을 통해 1,500억원~2,200억원의 광고효과를 냈다고 밝힌바 있음을 참고할 수 있을 뿐이다.PGA무대가 LPGA보다 상금 규모면에서 5~8배까지 크다는 점을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이지만 적어도 수 천억원의 효과를 낸 것은 분명하다.INTERVIEW 박범석 테일러메이드코리아 지사장“매출기여효과 엄청” 즐거운 비명“이제 테일러메이드는 국민 브랜드가 됐습니다”최경주 선수를 후원하는 박범석 테일러메이드코리아 지사장의 첫마디다. 테일러메이드는 최경주 선수에게 골프웨어를 제외한 골프용품을 지원하는 스폰서기업. 최경주가 골프클럽, 가방, 신발을 사용하는 조건으로 연간 수억원을 협찬한다.박지사장은 “테일러메이드 본사에서 먼저 최경주 지원을 제안 했습니다. 최경주가 유일한 한국의 PGA선수이기 때문이죠. 본사와 한국지사가 분담해 최경주를 지원합니다. 그러나 계약금액은 업계 관행상 말로 밝힐 수가 없습니다. 테일러메이드 용품을 쓰는 조건으로 어쨌든 상당한 금액을 지원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사실 테일러메이드 제품은 프로선수의 절반 이상이 사용하는 명품 브랜드. 최경주 말고도 수많은 골퍼들이 이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그는 “여기에 최경주가 우승하는 바람에 테일러메이드는 전국 미디어에 알려지는 효과를 얻었죠. 앞으로 매출 기여 효과는 엄청날 것”이라고 예견했다. ‘엄청’나다는 표현으로 박지사장은 우승 효과를 설명했다.사실 테일러메이드의 국내 매출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2000년 매출 89억원, 2001년 270억원이라는 급성장을 이룩한 박지사장은 올해 500억원의 매출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박지사장은 매출성장 못지않게 국내 골프발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후원하고 있다.“계약 때부터 최경주가 분명히 우승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앞으로 최경주와 같은 우승자가 나올 수 있도록 꾸준히 지원할 생각입니다.”INTERVIEW 김귀열 슈페리어 회장"브랜드로 키워나가야지요"매출 1,000억원대의 슈페리어는 IMF가 터진 직후인 98년 말에도 최경주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아낌없는 지원을 약속했다. 대신 슈페리어오픈 행사는 희생시켰다.“어렵더라도 사람 키우는 것을 버릴 수 없다”라는 슈페리어 사장의 신념때문이었다. 김귀열 슈페리어 회장의 신뢰 경영이다.김회장은 “최경주도 믿음을 주었다”며, “여러 기업에서 스폰서십을 추진했지만 어려울 때 도와준 슈페리어를 떠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최경주도 미국 진출 초기 매니지먼트사인 IMG계약 건으로 갈등이 있었지만 “주는 만큼 받겠다” 며 김회장에 대한 신뢰를 표시했다.김회장의 스폰서십은 조건이 없다. “무명시절인 93년부터 최경주를 지원했습니다. 대가를 바라고 지원한 것은 아닙니다. 골프에 대한 열정과 최선수에 대한 믿음에 더 켰다고 보는 것이 옳습니다” 김회장의 설명이다.이같은 배경으로 슈페리어는 프로 데뷔때부터 최경주를 지원하고 있다. 최근에는 3년간 15억원이라는 스폰서십계약을 맺었다. 김회장은 이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지금까지 최경주의 PGA경기는 내수 브랜드인 슈페리어의 홍보에는 큰 보탬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슈페리어가 챔피언브랜드가 된 것이다.오문길 기자 ddr@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