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종사자들에게 입소문 타며 사용자 3개월 만에 4배 늘어...일과 관련한 생각 기록하고 공유

[컴퍼니]
일하는 2030 세대의 커리어 SNS ‘커리어리’…‘아시아형 링크트인’ 노린다
‘어떻게 하면 지속 가능하게 일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내가 원하는 일을 찾을 수 있을까’, 일과 커리어에 관련해 2030세대의 주요 관심사는 ‘불안감’과 연결된다. 과거의 성공 방정식이 유효하지 않은 시대에 자기 성장을 위한 경쟁력 확보와 셀프 브랜딩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2030세대의 일과 커리어에 대한 고민을 공유하고 직무 이력을 공개하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커리어리’가 최근 2030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얻으며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커리어리는 서비스를 처음 공개한 2020년 2월 사용자 수가 300명에 불과했지만 월간 활성사용자 수(MAU)가 2020년 11월 1만 명에서 올해 2월 4만 명으로 3개월 만에 4배로 늘어났다.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에서 ‘커리어 SNS’로

‘새로운 시대의 커리어 SNS’가 되겠다고 얘기하는 커리어리는 콘텐츠 플랫폼 퍼블리가 만든 서비스다. 평소 일에서 얻은 배움, 인상 깊게 읽은 업계 뉴스, 사이드 프로젝트를 통해 달성한 성과 등을 기록하고 동료들과 공유한다. 관심 분야에 재직하는 사람들을 팔로우해 소식을 받아볼 수도 있다. 또한 댓글·투표·Q&A 기능 등을 통해 자유로운 네트워킹이 가능하다.

‘팔리는 콘텐츠’를 만들어 지식 콘텐츠 유료화에 성공한 퍼블리는 이번에는 무료 SNS를 공개했다, 취미나 취향을 공유하는 장이 아니다. 오직 일과 성장에 관련된 ‘커리어 SNS’다. 목표는 ‘아시아형 링크트인’이다. 인맥 관리 기반의 네트워크라는 콘셉트는 같지만 동양과 서양의 문화가 다르다는 판단에서 한국 시장에 특화된 서비스로 다르게 시작했다. 한국뿐만 아니라 베트남 시장에도 진출할 준비를 하고 있다.

왜 지식 콘텐츠 플랫폼에서 SNS 서비스일까. 커리어리 서비스를 만드는 퍼블리 박소령 대표는 “퍼블리 사업의 큰 미래를 그리기 위해서는 자체적인 유통 채널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일과 커리어에 관련된 지식·정보·네트워킹이 이뤄지는 트래픽이 큰 자체 유통 채널을 확보하면 그다음 수많은 사업 기회를 그릴 수 있겠다는 큰 그림이었다”고 말했다.
일하는 2030 세대의 커리어 SNS ‘커리어리’…‘아시아형 링크트인’ 노린다
링크트인 설립자이자 실리콘밸리 투자자인 리드 호프먼의 저서 ‘블리츠스케일링’에는 B2C 인터넷 서비스가 성공하기 위한 6가지 순서가 강조된다. 유통→제품→수익 모델→운영→경쟁→다음 과제가 그것이다. 고객 인터넷 서비스 스타트업의 가장 중요한 것은 유통이고 그다음 단계로 제품과 수익 모델을 잡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처음부터 유료 콘텐츠로 제품과 수익 모델에 진입한 퍼블리로서는 사업이 커질수록 유통 채널의 필요성도 함께 커졌다.

커리어리는 한 차례 리브랜딩을 거쳐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작년 초 첫선을 보일 때는 ‘퍼블리 뉴스’라는 이름의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는 뉴스레터 형식의 피드를 올리는 모델이었다.

박 대표는 "기존의 퍼블리 뉴스라는 이름에서 느껴지는 일방향적·수동적 인식을 지우고 소비자와 생산자 간의 경계가 없는 양방향적 서비스로서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기 위해 커리어리로 리브랜딩했다"며 "유저 누구나 커리어리에 본인 프로필을 만들고 관리할 수 있고 또 글을 쓸 수 있도록 플랫폼을 오픈했다"고 설명했다.

커리어리에는 현재 구글·아마존·네이버·카카오 등 거대 정보기술(IT) 기업의 재직자들과 쿠팡·우아한 형제들·토스·당근마켓·빅히트엔터테인먼트 등 주목받는 스타트업의 재직자들이 활동하고 있다. 특히 IT분야가 전체의 80%를 차지한다.

일하는 사람들이 모인 SNS의 기본적 역할에 대해 커리어리의 생각은 다음과 같다. 자기 관심 분야의 최신 정보 혹은 업계 전문가·동료들이 그 정보에 대해 어떤 각자의 해석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호기심 해결’ 그리고 스스로 그 ‘해석에 동참’하는 것이다.

창업 선배들의 조언과 시장 조사 등을 통해 박 대표는 몇 가지 운영 원칙을 세웠다. 이 과정에서 ‘6개월 보존(6-month retention) 지표 벤치마크’를 활용했다. 이는 실리콘밸리에서 건강한 서비스 여부를 판단하는 지표로, 한 번 가입한 소비자가 1주일 뒤, 4주 뒤, 6개월 뒤 몇 %가 남아 있는지를 보는 것이다. 6개월 후 25%면 ‘굿(good)’, 45%면 ‘그레이트(great)’라고 평가하며 커리어리는 현재 35.9%에 해당한다.

퍼블리·커리어리·동영상·B2B까지 사업 모델의 확장

초창기 커리어리에는 ‘큐레이터’라는 이름의 전문가 그룹이 중심이 돼 활동했고 그들의 글에 ‘좋아요’ 반응을 보이는 일반 소비자가 존재했다. 커리어리는 일방향이 아닌 양방향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서비스를 개선하고 있다. 첫째는 ‘투표 기능’을 연 것이다. 관심 분야에서의 트렌드 분석의 창으로 활용되고 있고 누구나 투표를 올려 진행할 수 있다.

또한 일반 소비자들이 직접 자신의 관점을 글로 표현하도록 ‘기록 습관’을 유도하고 있다. 현재 진행되는 ‘기록 습관 챌린지’는 선착순 200명을 대상으로 본인의 커리어리 계정에 한 주의 배운 점을 기록하고 업계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는 이벤트다. 총 4개 그룹으로 나눠 ‘슬랙’ 메신저를 통해 공유하고 있다. 일종의 ‘취향 공동체’의 성격을 띠고 있다.

박 대표는 “모든 정보를 공개하는 모델도 있지만 커리어리는 직장인으로서의 ‘부캐’에 관심을 갖고 일하는 사람으로서의 자기 자아를 기록하고 관리할 수 있는 ‘커리어 SNS’라는 점이 차별점”이라며 “빠르게 변화하고 불안정한 시대에 일하는 개인이 가진 어려움 그리고 일하는 조직이 가진 어려움, 개인과 조직이 가진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서 퍼블리는 계속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2030세대를 타깃으로 한 교육·채용 시장이 격변하고 있다. 누구나 커리어를 관리하는 시대, 개인의 이력서가 상시로 관리되는 시대가 오고 있고 이 시장을 놓고 크고 작은 플레이어들의 경쟁도 본격화됐다.

향후 커리어리는 구직과 채용, 온라인 모임이 가능한 서비스로 성장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커리어·퍼블리·동영상(온에어)·B2B 비즈니스를 아우르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박스 인터뷰 박소령 퍼블리 대표

“일하는 사람으로서 자기 자아를 기록하고 관리하는 ‘커리어 SNS’”
일하는 2030 세대의 커리어 SNS ‘커리어리’…‘아시아형 링크트인’ 노린다
-커리어리를 설명하는 대표 키워드는 무엇인가.
“한마디로 커리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다. 사람은 여러 가지 자아를 가지고 사는데 일하는 사람으로서 자아를 기록하고 관리할 수 있는 커리어 SNS다.”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에서 시행착오를 거쳐 퍼블리는 무엇을 바꿨나.
“처음부터 일과 커리어에 관심이 많은 밀레니얼 세대 직장인들이 모인 소셜 네트워크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에 목표대로 피드에 올리는 콘텐츠도 일·커리어에 관련된 것만 올리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리브랜딩을 하면서 무엇부터 시작했나.
“기존의 퍼블리 뉴스라는 이름에서 느껴지는 일방향적·수동적 인식을 지우고 소비자와 생산자 간의 경계가 없는 양방향적 서비스로서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기 위해 커리어리로 리브랜딩했다. 그래서 리브랜딩과 거의 같은 시기에 유저 누구나 커리어리에 자신의 프로필을 만들고 관리할 수 있고 또 글을 쓸 수 있도록 플랫폼을 오픈했다.”

-커리어리의 첫인상에 무엇을 담고자 했나.
“‘와 내가 가고 싶은 회사, 닮고 싶은 커리어를 가진 사람들이 다들 여기 모여 있네. 나도 이들과 함께 여기에 소속되고 싶다’는 느낌을 주고자 했다.”

-커리어리가 집중했던 ‘직무’는 무엇이었나.
“기술 변화를 가장 빨리 받아들이고 수용해야 하는 직무들에 먼저 집중했다. 프로덕트 매니저(PM)·프로덕트 오너(PO)·엔지니어·디자이너·데이터 사이언티스트·마케터·투자자 등이다.”

-새로운 서비스가 계속 추가되고 바뀌는 과정에서 놓치지 않고 명심하는 원칙은 무엇인가.
“‘우리가 풀려고 하는 문제(목적)에 부합하는 서비스인가’, ‘이 서비스가 잘되면 우리 고객의 어떤 니즈를 해결할 수 있나’와 같이 빤할 수 있지만 결국 회사의 미션과 고객에게 집중하는 것이 원칙이다.”

- 100만 명의 유통 플랫폼이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많은 고객들이 자주 들어오고 한 번 들어오면 오래 체류하거나 혹은 소비 금액이 높은 채널이 좋은 채널이다. 그런데 이렇게 되려면 고객들 사이에 ‘여기 가면 좋아’라는 대세감과 바이럴 효과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결국 일종의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커리어리도 그렇다.”

-커리어리, 나아가 퍼블리가 교육과 취업 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싶나.
“일이라는 것은 개인의 관점에서는 인생에서 가장 역동적인 시기에 하루의 3분의 1을 쓰게 되는 중요한 존재다. 그리고 이런 개인들이 모여 조직을 만들고 경제적 부가 가치를 창출하면서 기업이 성장하게 된다. 하지만 지금은 기술 발전에 따라 전통적인 커리어의 성공 방정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됐고 기업 역시 어떻게 사람들을 채용하고 교육해 성과를 만들어 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이 많다. 개인도, 조직도 양쪽이 모두 각자의 고민이 있다. 이 양쪽의 고민을 퍼블리의 서비스로 하나씩 다 해결해 나가고 싶다.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궁금하거나 어려움이 있을 때 퍼블리 멤버십에서 검색해 가장 빠르고 효과적이며 실용적인 도움을 얻을 수 있도록 ‘직장인을 위한 구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또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기 자신의 커리어 관리를 실시간으로 편리하게 업데이트해 두면서 한 차원 높은 비즈니스 네트워크에서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도록 돕고 싶다. 여기에 연결돼 있는 기업들의 채용·교육·평가에 대한 고민도 우리가 가장 손쉽고 편리하게 돕고 싶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