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이미지 키워드로 본 CEO PI 전략

[스페셜 리포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한국경제신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한국경제신문
‘소통하는 혁신 CEO.’

대중이 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대표 이미지다. 한경비즈니스 CEO PI(최고경영자 이미지) 설문 조사(복수 응답)에서 정 부회장의 외적(외모·패션) 요소에 가장 부합하는 이미지로 ‘친근한(60%)’, ‘트렌디한(57.6%)’, ‘호감형(37.4%)’이라는 응답이 높게 나타났다. 내적(성격·성향) 요소로는 ‘인간적인(49.8%)’, ‘혁신적인(44.4%)’, ‘미래 지향적인(41.8%)’ 이미지 키워드가 나왔다.

정 부회장의 행동 언어(화술·행동)에 대해서는 ‘소통하는(61.2%)’, ‘친근한(44.2%)’, ‘추진력 있는(38.2%)’ 이미지로 나타났다. 정 부회장은 재계의 대표적인 얼리어답터로, 20년 전 한국에 최초로 스타벅스를 들여왔고 사업적인 측면에서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의 아이콘으로 통한다.

온라인(SSG닷컴)과 오프라인(이마트 등) 유통 채널을 통합한 데 이어 이마트·스타필드·조선호텔·스타벅스코리아 등 신세계그룹의 오프라인 사업장을 방문하는 현장 경영을 통해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재계에서 드물게 본인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직접 운영하고 있고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56만 명을 넘어섰다.

자사 유튜브 계정에도 출연해 뉴 미디어를 통해 고객들과 직접 소통하는 ‘소통왕’으로 통한다. SNS 소통은 단순한 재미 목적이 아니라 빠르게 변하는 고객의 니즈와 소비 트렌드를 명확하게 파악해 신세계그룹의 사업장에 접목하기 위한 정 부회장만의 경영 전략이다.
그래픽=윤석표 기자
그래픽=윤석표 기자
대중과의 소통을 통해 얻은 정 부회장의 친근하고 긍정적인 이미지는 상품 매출과 그룹 전체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효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정 부회장이 출연한 이마트 유튜브의 배추밭 에피소드 2개는 2개월 누적 조회 수가 234만 회를 넘었다. 에피소드 공개 후 2주간 이마트의 배추 매출은 전년 대비 20% 이상 늘었고 그가 스타벅스 유튜브의 스벅TV에 출연해 좋아하는 음료로 소개한 스타벅스 나이트로 콜드 브루는 월매출이 3배 정도 늘기도 했다. 정 부회장에 대한 대중의 호감도가 높아 유명한 광고 모델 부럽지 않은 마케팅 효과를 내는 것이다.

특히 설문 조사에서 정 부회장의 이미지가 이마트·스타필드(복합쇼핑몰)·노브랜드 등 기업 브랜드와 제품, 서비스에 미치는 영향이 긍정적(87.8%)이라고 말한 응답률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강함수 에스코토스컨설팅 대표는 “정용진 부회장은 소통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본인의 의지를 실천해 나가는 ‘쿨(cool) 리더십’을 가지고 있는데 디지털 시대 MZ세대가 원하는 리더십에 부합한다”며 “트레이더스·일렉트로마트·노브랜드·이마트24·스타필드에서 최근 야구단 인수까지 지속적으로 도전하고 시도하는 뚝심 있는 추진력도 쿨 리더십에서 나온다”고 평가했다.

강 대표는 남들과 차별화되는 정 부회장만의 리더십을 더욱 공고하게 구축해 나가는 PI 전략을 조언했다. 강 대표는 “친근함과 소통으로 고객의 니즈를 이해하고 야구단과 유통을 접목하는 방식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는 추진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며 “이를 바탕으로 유통 시장에서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통합하는 새로운 유통에 대한 비전과 방향성을 강하게 제시하는 ‘사고 리더십(thought leadership)’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어떻게 조사했나
그래픽=윤석표 기자
그래픽=윤석표 기자
권위와 엄숙함을 내려놓고 ‘동네형’처럼 친근하게 대중에 다가서는 최고경영자(CEO)들이 늘고 있다. 매력적인 CEO 이미지가 곧 기업의 이미지와 연결되고 CEO에 대한 대중의 호감도가 높을수록 매출도 불어난다. 기업 이미지를 CI라고 하면 CEO의 이미지는 PI(President Identity)라고 한다. CEO는 걸어다니는 기업의 CI와 같다. CEO의 말 한마디가 주가를 움직이고 기업 경영의 나침반이 되기도 한다. CEO의 말과 행동에 의미가 없는 것은 없다. 새로운 소비 권력으로 떠오른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부상과 재계의 젊은 총수 트렌드가 맞물려 기업의 CEO PI 전략도 한 단계 진화하고 있다.

한경비즈니스는 모바일 설문 조사 업체 오픈서베이에 의뢰해 2021년 3월 4~5일 서울·경기와 5대 광역시에 거주하는 20~49세 남녀 500명에게 CEO의 이미지를 알아보는 CEO PI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파일럿 조사에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을 알고 있다고 응답한 500명에게 CEO의 사진·나이·관련 이슈 키워드 등 정보를 제공하고 ①외적(외모·패션) 요소 ②내적(성격·성향) 요소 ③행동 언어(화술·행동) ④CEO 이미지가 기업·브랜드·제품·서비스에 미치는 영향 ⑤성격 유형(MBTI) 이미지 등 5가지(복수 응답)를 물었다. 조사 결과를 토대로 CEO의 외모·패션·언어·행동에 담긴 숨은 메시지와 경영 전략을 살펴봤다. CEO PI 조사를 위한 분석 툴은 전문 컨설팅 업체들의 자문을 통해 만들었고 조사 결과 분석은 에스코토스컨설팅의 도움을 받았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