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지 않는 주소, 연락처도 가짜…대법 “사이트 운영자 사업 정지 정당”

[법알못 판례 읽기]
구인구직 사이트에 올라온 가짜 회사…사이트 운영자에 ‘관리 책임’ 물을 수 있을까
한 직업 정보 사이트에 허위의 구인 광고가 올라왔다. 광고에 기재된 한 회사의 주소지를 직접 찾아가 봤는데 눈을 씻고 봐도 사무실이라고 할 만한 건물이 보이지 않았다. 그 대신 웬 공원 부지가 눈앞에 펼쳐졌다. 전화번호도 가짜였다. 이때 사이트 측에 ‘관리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당국·하급심·대법원의 판단이 모두 엇갈렸다. 정부는 사이트 측이 직업 정보 제공 사업자로서의 준수 사항을 어겼다고 보고 1개월간 사업 정지 처분을 내렸다. 반면 1심과 2심 법원은 사이트 측에 잘못이 없다며 해당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또 달랐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에 잘못이 있다며 파기 환송했다.

정부, ‘허위 구인 광고’ 6건 적발

2017년 A 씨가 운영하는 한 직업 정보 사이트에 구인 광고 6건이 게시됐다.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허위 광고였다. 서울 송파구 ○○동 등으로 기재된 주소는 알고 보니 존재하지 않는 주소였다. 성남시 분당구에 있다는 곳을 직접 찾아가 보니 한 공원 부지로 안내됐다. 고용부 공무원들이 광고에 적힌 전화번호로 연락을 시도했지만 절반이 통화가 되지 않았다. 구인 광고 등록자의 이름이 허위로 기재된 사례도 확인됐다.

A 씨 측은 “구인자의 ‘업체명’은 확인할 수 없지만 ‘성명’은 가입 당시 휴대전화 인증을 거친 성명을 표시하게 하고 있다”며 “구인자의 신원은 명확히 파악된다”고 해명했다. 또 “명확하지 않은 주소를 기입한 경우엔 노출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며 “기간 경과에 따른 주소지·전화번호 변경 등의 변수는 생길 수 있지만 신고 제도를 통해 최대한 허위 구인 광고의 노출을 방지하려고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고용부는 2018년 10월 A 씨에게 사업 정지 1개월 처분을 내렸다. 신원이 확실하지 않은 구인자의 광고 게재를 금지한 직업안정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A 씨 측은 서울행정법원에 사업 정지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하며 불복 소송전에 돌입했다.

A 씨 측은 직업안정법 시행령에서 규정한 직업 정보 제공 사업자의 준수 사항은 구인자의 업체명(또는 성명) 등을 표시하는 것일 뿐 구인자의 업체명·성명·주소가 사실에 부합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즉 자신은 구인자의 성명이나 주소 등이 허위라는 사실을 인식조차 하지 못했고 이를 심사할 권한과 의무가 없다는 얘기다. A 씨 측은 “그럼에도 구인자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1심 법원은 A 씨의 손을 들어줬다. 직업안정법 시행령 제28조 제1호는 ‘구인자의 업체명(또는 성명)이 표시돼 있지 않거나 구인자의 연락처가 사서함 등으로 표시돼 구인자의 신원이 확실하지 않은 구인 광고를 게재하지 않을 것’을 준수 사항으로 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구인자의 업체명·성명·연락처가 진실에 부합해야 한다는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다”며 “‘침익적 행정 처분’의 근거 법규가 되는 행정 법규는 엄격하게 해석·적용해야 하고 행정 처분의 상대방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 해석해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

항소심의 판단도 같았다. 재판부는 직업 정보 제공 사업과 직업 소개 사업은 다른 개념이라고 했다. 전자는 불특정 다수의 잠재적 구인·구직자가 스스로 구인 또는 구직을 하도록 하는 개념인 반면 후자는 특정의 구인자와 구직자를 직접 연결해 고용 계약의 성립을 알선하는 것이다.

법원은 “유료 직업 소개 사업자가 직업안정법 제34조를 위반해 거짓 구인 광고를 하거나 거짓 구인 조건을 제시하면 형사 처벌 대상이 된다”며 “그러나 직업안정법은 직업 정보 제공 사업자를 거짓 구인 광고 등 금지 규정(제34조)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고 밝혔다.

즉 직업 정보 제공 사업자에 대해서는 구인 광고에 기재된 구인자의 업체명·성명·연락처가 진실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확인할 의무까지 당연히 전제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1심과 2심을 거치면서 정부가 잘못된 법령 해석을 근거로 잘못된 사업 정지 처분을 내린 것처럼 일단락되는 듯했다.

대법 “구직 노동자 보호가 입법 목적”

하지만 대법원에서 반전이 일어났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의 근거가 됐던 ‘침익적 행정 처분 근거 규정의 엄격 해석 원칙’이 “처분 상대방에게 불리한 내용의 법령 해석은 일절 허용되지 않는다는 취지가 아니다”고 했다.

그 대신 단순히 행정 실무상의 필요나 입법 정책적 필요만을 이유로 문언의 가능한 범위를 벗어나 처분 상대방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장 해석하거나 유추 해석하면 안 된다는 취지라고 판단했다.

‘구직 노동자 보호’라는 직업안정법의 입법 취지 등을 감안할 때 고용부의 사업 정지 처분이 재량권 남용으로 볼 수 없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가령 직업 정보 제공 사업자의 의무를 규정한 직업안정법 제25조에는 △구인자가 체불 사업주인 경우 그 사실을 구직자가 알 수 있도록 게재할 것 △최저임금에 미달되는 구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을 것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준수할 것 등이 규정돼 있다.

대법원 재판부는 “위와 같은 준수 사항들은 직업 정보 제공 사업자가 구인자의 구인 광고를 게재하기 전에 구인자의 확실한 신원(업체명 또는 성명)과 주소·전화번호 등 연락처와 사업자 등록 내용을 파악할 것을 전제로 한다”고 판단했다. A 씨는 문제가 된 6건의 구인 광고가 객관적인 허위 정보임을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준수 사항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 대법원 판단이다.

대법원은 구인자의 악의적인 기망과 허위 자료 제출 등으로 인해 직업 정보 제공 사업자 측에서 제대로 ‘필터링’할 수 없었던 경우 정상을 참작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하지만 재판부는 A 씨 측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봤다. A 씨 사이트 운영 방식에 따르면 구인자가 구인 광고를 하려면 회원 가입 과정에서 통신사를 통해 가입자의 이름·생년월일·성별·휴대전화 정보와 인증 번호 정도만 입증하면 된다.

대법원은 “그것만으로는 구인자의 확실한 신원과 주소, 사업자 등록 내용을 파악할 수 없다”며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A씨)에게 의무 위반을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결했다.
허위 구인 광고로 취준생 울린 업체…어떤 처벌 받을까
허위 구인 광고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취업 준비생들이 늘고 있다. 특히 최근엔 신종 코노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 취업난이 심화돼 취준생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허위 광고를 통해 취준생들을 두 번 울리는 업체들은 어떤 처벌을 받을까.

알바콜이 지난해 3월 구직자 66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3.5%가 취업 사기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취업 사기 수법으로는 ‘허위·과장된 고용 조건’이 54.0%로 가장 많았고 이어 ‘다단계 판매, 지인 영업 강요(17.6%)’ ‘취업 청탁금, 접대비 요구(4.6%)’ ‘사이비 종교의 위장 포교(4.4%)’ ‘개인 정보 탈취(4.4%)’ 등의 순서였다.

채용절차법에 따라 구인자가 채용을 가장해 아이디어를 수집하거나 사업장을 홍보하기 위한 목적 등으로 거짓 채용 광고를 내는 행위가 금지된다. 이를 어기면 구인자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구인자가 구직자를 채용한 후 정당한 사유 없이 채용 광고에서 제시한 근로 조건을 구직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한다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직업안정법에도 벌칙 조항이 있다. 직업 소개 사업자 등이 거짓 구인 광고를 하거나 거짓 구인 조건을 제시하다가 적발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구인을 가장해 물품 판매·수강생 모집 등을 행하는 광고, 거짓 구인을 목적으로 구인자의 신원을 표시하지 않는 광고, 구인자가 제시한 직종·고용 형태와 근로 조건 등이 실제와 현저히 다른 광고 등이 직업안정법 시행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허위 광고의 사례들이다.

이인혁 한국경제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