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돋보기]
차라리 새로운 정책을 만들지 말라
지금 한국의 현실에서 일자리는 많을까. 현실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의한 영향이 크기는 하지만 여전히 서비스업을 비롯한 일자리는 계속 감소하고 있다.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도 감소하고 있고 일할 의사가 없거나 그냥 쉰 사람이 역대 최대에 가깝다.

아르바이트 자리는 코로나19 이후 경쟁률이 100 대 1이 넘는다. 특히 청년층이 일자리가 없는 상황이다. 60대는 정부의 일자리 사업으로 고용으로 잡히는 일자리들이 늘어 버티고 있는 중이지만 나머지 연령대는 감소하고 있다.

일자리가 감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에 따라 기계가 사람을 조금씩 대체하는 부분이 있고 인구 구조적인 측면도 있다. 하지만 이는 장기적인 현상으로, 1년 정도의 시간에 큰 충격을 주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대학 졸업자들은 취업하려고 시장에 나가면 경력을 요구한다. 그렇게 대학 졸업자는 ‘쉬었음’이나 ‘비경제활동인구’로 변화하게 된다. 60대를 제외한 나머지 연령대에서는 작년 3월부터 대폭 늘었던 일시 휴직자가 실업자로 변화하는 경우도 많고 일부 업종에서 계속 실업자가 발생하고 있다.

그렇다면 일자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할 의사가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요즘 경제적인 문제가 발생했을 때 원인을 모르면 부동산 문제가 답일 가능성이 높다. 2017년 이후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가상화폐처럼 2~3배 뛰었고 근로 소득으로는 도저히 잡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근로 소득으로 서울 등의 아파트 가격 상승률을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에 20~40대는 주식이나 가상화폐 등의 자산에 투자하거나 아예 집에 대한 꿈을 포기하게 된다.

여기서 ‘이생망(이번 생애 망했다)’, ‘벼락거지(집을 사지 못해 상대적 빈곤에 빠진 사람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빚투(빚 내서 투자)’ 등의 신조어가 생겼다. 이러한 평생 살 수 있는 집에 대한 포기는 결혼과 연결되고 결혼은 출산율과 연결된다.

이 두 가지 모두 역대 최저이고 아직 자본이 노동을 모두 대체할 수 없다. 이러한 인구 감소는 경제성장률·소비·투자 등 모든 거시경제 지표에도 영향을 미치고 연금 등에도 영향을 준다.

또한 기회가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롭지 않은 것에 문제가 있다. 부동산을 비롯한 경제 분야에서도 평등·공정·정의는 모두 적용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상황이고 경제의 중·장기 문제인 일자리도 마찬가지다. 또한 이것은 교육의 문제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기 때문에 일할 의사는 더 없어진다.

생활 물가는 매우 빠른 속도로 뛰고 있다. 임금 상승률보다 생활 물가 상승률이 훨씬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전체 인플레이션보다 느끼는 체감 물가 상승률은 상당히 높다. 여기에 부동산 가격의 상승 등으로 인해 세금도 대폭 늘었다. 근로 소득은 증가했지만 세금의 증가 속도는 훨씬 빠르고 정부 부채 등을 고려하면 더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보유세가 상승하고 재산과 연동된 건강보험료 등도 오르게 된다.

이렇게 민생이 어려우니까 정부가 당장 전체에게 돈을 풀어 준다? 오히려 시중에 유동성이 더 많이 풀려 물가가 더 빨리 상승하고 갚아야 할 세금이 더 늘어나는 것으로 인식된다. 따라서 잘못된 정책, 새로운 정책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